6장 反체제조직 -ANTIHIPS- 바쁜 나날이 흘러가고… 오랜만의 휴일을 맞아 중앙정원에서 느긋하게 뒹굴고 있는 주인공. 미노리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면서도, 최근 테러리스트의 활동이 너무 뜸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처럼. 미노리가 얼마 전에 신경쓰이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군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는 것이다. 예전 해커 시절을 생각해 봐도 터무니없는 말로는 들리지 않는다. 토오루 : 어째서 나나 아야네를 신고하지 않는 거야? 우리들이 스파이일 수도 있는데. 미노리 : 그런…! 동료를 팔아넘기는 짓은 못 해요. 그리고… 토오루씨나 아야네씨를 믿으니까요. 95% 정도지만…. 토오루 : 미노리는 정직하군… 안심해도 돼. 적어도 난 스파이가 아니니까. 그리고 이제 해킹같은 짓은 안 해. 미노리가 주저주저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기지 내에 비상경보가 울려퍼진다. 서둘러 작전실로 달려가는 두 사람. 작전실에서는 야기사와 소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하던 페타오(飛刀)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현실세계와 넷에서 동시에 보급기지를 습격하여, 점거한 콘솔을 통해 병참기지에 침입하는 대담한 작전. 빨리 격퇴하지 않으면 직통회선을 통해 이쪽으로 해킹을 걸어올 것이다. 갑자기 미노리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니터에 비친 현지 영상에는 기지원들이 뉴로잭을 꽂은 채 쓰러져 있다. 전투원이 아닌 일반 사무원들까지도, 넷에 접속해 있던 인원은 전원 뇌사상태에 빠진 것이다. 무차별적인 테러에 큰 충격을 받은 미노리. 주인공은 먼저 와 있던 아야네와 팀을 이루어, 나머지 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이미 구조체 내에서는 교전이 한창이었고, 전파방해가 심해 수색은 불가능. 아야네는 기다렸다는 듯이 명령을 무시한 채 단독으로 적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서둘러 뒤를 쫓지만 가로막는 적들과 싸우다가 그녀의 위치를 놓쳐버린다. 감에 의지해 앞길을 재촉하는 주인공.
비쩍 마른 남자가 아야네의 몸을 농락하고 있었다. 이미 최악의 사태는 지나간 다음. 사내는 온갖 추잡한 대사를 늘어놓으며 주인공을 도발하고, 부하인 듯한 슈미크람들이 앞을 막아선다. 부하들이 전멸하자 남자는 자신의 슈미크람을 전송하려 한다. 곧이어 테러리스트의 대부대가 출현하고, 그들이 주고받는 통신이 들려온다. 남자 : 량! 이 멍청아!! 누가 증원을 보내랬어?! 내 슈미크람은 어떻게 된 거야! 소녀 : 시끄러 겐하! 또 무슨 바보짓이야? 남자2 : 겐하, 귀환명령을 못 들었나? 군의 주력이 오기 전에 철수한다는 작전을 잊은 건가? 남자 : 크헤헤헤~ 미안하군 쿠웡. 난 말이지, 여자를 덮칠 때랑 누군가를 죽일 땐 남의 말은 전혀 안 들리거든.
어찌됐든 이 많은 부대를 상대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 각오를 굳히고 전투를 시작하려는 순간, 쿠웡이 무익한 싸움은 일단 여기서 멈추자는 제안을 한다. 아야네를 생각하며 주저하는 사이에 테러리스트들은 구조체로부터 이탈한다. 무거운 공기에 휩싸인 작전실. 겐하에게 폭행당한 아야네가 치료를 받고 있다. 그녀가 전자체 상태에서 입은 부상은 실체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뒤늦게 달려온 동료들이 위로하지만, 주인공은 유우야를 떠올리며 중요한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을 책한다. 잠이 오지 않는다. 어둠이 깊어가는 동안, 나는 벌써 몇 번이고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다. 넷에서 목격했던 겐하의 광기를 떠올리면 잠이 오지 않는다. 그자는 진심으로 즐거운 듯이 아야네의 몸을 '파괴'하고 있었다. 게임같은 슈미크람의 싸움이라도, 그 결과 인간은 실제로 죽어간다… 하지만 넷 공간은 전쟁터. 전장에서 사람이 죽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어? 유우야를 죽인 비정한 파일럿, 겐하라는 미친 남자… 전쟁터에서는 그런 모습이 지극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자들을 생각하면, 내가 잘못된 곳에 와 있는 것 같아 견딜 수 없다… 아니, 언젠가 나도 그자들처럼 되고 마는 걸까? …젠장! 지금 와서 난 뭘 망설이는 거냐. 유우야의 복수를 맹세했을 때, 나 역시 피로 물든 길을 선택했단 말이다. 이젠 되돌아갈 수 없어. 초원의 늑대도, 유우야와 함께 가려던 사업의 길도 사라져 버렸다. 유우야의 복수 말고 내 인생에 남은 목표는 없다. …그래,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야수처럼 되어 주마!! 그렇게 되지 않으면,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밖에는 미노리가 서 있었다. 아야네의 부상이 생각보다 깊지 않아서, 얼마간 입원하고 나면 복귀할 수 있다는 소식. 내가 아야네를 신경쓰고 있다고 생각해서, 늦은 시간을 무릅쓰고 찾아와 준 것이다. 토오루 : 그런데, 그 겐하라는 남자…. 미노리 : 네… 페타오의 2인자로 불리는 흉악한 자래요. 직접 본 건 처음인데, 소문보다 더한가 봐요. 부상당한 포로한테 그런 짓을 하다니, 너무해요! 토오루 : 아니… 그건 나름대로 정당한 일인지도 몰라. 멋진 말로 꾸며 봤자, 어차피 우리들이 하는 건 살인이니까. 적을 불쌍히 여기면 죽음을 당할 거야… 그녀석처럼 되지 않으면 틀림없이 이쪽이 죽을 거고…. 미노리 : 전… 토오루씨는 지금 그대로 있어 주었으면 해요. 토오루 : 무리야… 싸움이 끝날 때마다 한숨만 쉬고 있는데. 이렇게 연약해서는 앞으로 살아남을 수 없어. 미노리 : 토오루씨라면 괜찮을 거예요. 토오루 : 괜찮고말고. 나도 곧 익숙해져서, 겐하처럼 사람 죽이는 걸 즐기게 되겠지. 아니면, 미노리는 내가 그렇게 연약한 채로 죽어버리는 편이 낫다는 거야? 미노리 : 무, 무슨 말을…!! 토오루씨… 너무해요!! 미노리는 눈물을 그치지 못한다. 그녀의 눈물을 보며, 자학에 빠져 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토오루 : 미안… 난 군대라든지 싸움이라든지, 아직 이해가 안 가는 구석이 있나 봐. 나, 군인에 안 어울리는지도 몰라. 미노리 : 토오루씨만 그런 게 아녜요. 저도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토오루 : 미노리도…? 미노리는 어떻게 계속 버텨나갈 수 있지? 미노리 : 다행히도 전 토오루씨처럼 전선에 나서는 역할은 아니고… 이 일은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하니까…. 토오루 : 의무…? 사람을 죽이는 게? 미노리 :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죽였다. 또한 죽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니까 죽어야 했다…. 하지만 그건 '정의'가 아니예요. 누군가가 떠맡아야 할 '더러운 일'이지. 더러운 일… 하지만 그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던 나에게 어울리는 일인지도. 미노리 : …말은 그럴듯하게 했지만… 사실은 여기에 있고 싶어서 그렇게 자신에게 타이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토오루 : 군대에…? 왜? 미노리 : 이상하죠? 지루하고, 바쁘고, 휴가도 제때 못 받고… 그래도 지금 있는 1소대, 무척 마음에 들어요. 토오루 :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지. 괜찮은 녀석들뿐이니. 미노리 : 그렇지요? 다들 좋은 사람들이니까…. 어두운 미소를 떠올리며, 미노리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하며, 나는 그저 침묵하고 있다.
미노리 : 토오루씨, 제 서포트는 어때요? 토오루 : 응…? 미노리의 서포트는 적절하고, 큰 도움이 돼. 미노리 : 다행이다…. 미노리가 살며시 웃음짓는다… 그 웃음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미노리 : 곤란하거나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드릴 테니까… 혼자서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미노리는 돌아갔다. 미노리는 좋은 동료다. 고민거리가 있을 때면 언제나 말을 걸어 준다. 복수만을 생각하던 내가 겐하나 유우야의 원수처럼 되지 않았던 것은, 이렇게 그녀와 계속 대화를 나눈 덕분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미노리의 호의를 배반해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일을 고민해도 소용이 없다. '더러운 일'을 계속해 나가면서, 우선 지금은 살아남는 것만을 생각하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게도 빛이 보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6장 反체제조직 -ANTIHIPS-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