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광전사 -BERSERKER- 바쁜 나날이 흘러가고… 주인공은 오랜만의 휴일을 맞아 중앙정원에서 뒹굴고 있다. 정보실을 해킹할 기회도 잡지 못했고, 무엇보다 아야네의 일이 마음에 걸린다. 전투에 대한 이상할 정도의 집착, 정보실에서의 수상쩍은 행동… 그녀는 무언가 큰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LV3의 기밀까지 해킹을 할 정도라면 대단히 중요한 일이 틀림없을 것이다. '유우야의 복수'와 마찬가지로. 공공연히 밝힐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아야네에게 신경이 쓰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달리 해 볼 방법이 없다. 미노리에게 듣기로는, 아야네는 휴일인 오늘도 작전실에 가 있는 모양이다. 그녀가 뭘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주인공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역시 아야네는 작전실에 있었다. 무작정 찾아오긴 했지만, 평소에도 거의 말이 없던 그녀와 제대로 대화가 될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녀의 뒤꽁무니만 쳐다보고 있을 수도 없는 일.
아야네 : 그걸 알고 있는 너야말로 평소에 뭘 하고 있지?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나랑은 상관없으니까. 토오루 : 그럼 왜 테러리스트의 정보를 조사하는 건데? 그것도 LV3짜리 기밀을 해킹까지 하면서. 아야네 : …!! 너, 어떻게 그걸…? 토오루 : 이쪽은 해킹이 전문이니까. 아야네 : …그래서? 토오루 : ?! 아야네 : 어떻게 할 거야? 밀고? 아니면 협박? 토오루 : 설마… 그럴 생각은…. 아야네 : 그럼 그 일은 입에 담지 마. 난 네가 하는 일 따위 알고 싶지도 않고, 내 일을 방해받고 싶지도 않으니까. 차갑게 말을 끊고 돌아서는 그녀에게 더 이상 파고들 틈은 없었다. 힘없이 변명을 중얼거릴 때, 긴급사태를 알리는 경보가 울려퍼진다. 침착하게 전투준비에 들어가는 아야네. 문득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어째서 이런 타이밍에 아야네가 작전실에 있지? 평소라면 아무도 오지 않을 휴일의 작전실에 그녀가 있고, 때를 맞추어 경계경보가 울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무언가 이유가 없다면. …적의 습격을 알고 있었다? 경보를 듣고도 아야네는 놀라거나 동요의 빛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건 우연일 거야. 그래, 틀림없이 우연이다. 난 아야네의 행동에 너무 편집광적으로 매달려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곧이어 소대장과 미노리가 달려온다. 페타오가 군 보급기지를 습격했다는 정보. 현실세계와 넷 공간에서 동시에 공격을 가하는 대담한 작전이다. 뉴로잭을 꽂은 채 쓰러져 있는 기지원들의 모습이 모니터에 비친다. 전투원이 아닌 일반 사무원들까지도, 넷에 접속해 있던 인원은 전원이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나머지 멤버가 올 때까지 아야네와 주인공은 먼저 몰입하여 합류시점까지 대기. 그녀의 얼굴에는 평소와는 달리 초조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구조체 내에서는 이미 교전이 벌어진 상태였고, 전파방해가 심해 적 수색은 불가능. 아야네는 기다렸다는 듯이 명령을 무시한 채 단독으로 적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서둘러 그녀의 뒤를 쫓지만, 가로막는 적들과 싸우는 사이 위치를 놓치고 만다. 적들을 헤쳐가며 간신히 따라잡은 아야네는, 따라오지 말라는 말을 남긴 채 다시 앞으로 달려가 버린다. 다시 적에게 둘러싸여 고전하고 있는 동안, 아야네의 슈미크람은 고전 끝에 누군가에게 파괴당해 버렸다. 전자체로 강제이행되고, 이탈은 불가능한 상태. 서둘러 다음 구역으로 진입하자…. 구조체의 넓은 공간에 두 명의 전자체가 보인다. 괴로운 듯 무릎을 꿇고 있는 아야네와 그녀 앞에 우뚝 버티고 선 남자. 비쩍 마른 남자는 전투시의 충격으로 반쯤 마비상태인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한다. 당장 쏴 버리고 싶지만, 자칫하면 아야네까지 말려들게 된다. 주저하고 있는 동안에도 사내의 손길은…. 아야네 : 으윽… 토, 토오루! 어서 쏴!! 제발…!! 토오루 : 바, 바보… 그게 되냐! 아야네 : …부탁이야, 이자식하고 같이 날 쏴!! 미노리 : 토오루씨, 어떻게 할 수 없나요?! 토오루 : 어떻게라니… 날더러 어쩌라고!! 남자 : 히히힛~ 그 얼굴, 최고야. 보기만 해도 뿅 가겠어… 관절이 빠져 맛이 갈 때까지 귀여워해 주마! 아야네 : 죽여!! …어서, 날 죽여 줘!!!! 아야네의 절규에 이성의 끈이 날아간다… 남자는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온 주인공의 슈미크람을 초인적인 민첩성으로 피해내고는, 1 : 1로 승부하자고 주인공이 제안하자,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라며 부하들을 내보낸다. 적을 모두 해치우자 남자가 투덜거리며 자신의 슈미크람을 전송하려는 순간, 테러리스트의 대부대가 한꺼번에 출현한다. 남자 : 량! 이 멍청아!! 누가 증원을 보내랬어?! 내 슈미크람은 어떻게 된 거야! 소녀 : 시끄러 겐하! 또 무슨 바보짓이야? 남자2 : 겐하, 귀환명령을 못 들었나? 군의 주력이 오기 전에 철수한다는 작전을 잊은 건가? 남자 : 크헤헤헤~ 미안하군 쿠웡. 난 말이지, 여자를 덮칠 때랑 누군가를 죽일 땐 남의 말은 전혀 안 들리거든. 비쩍 마른 남자가 '겐하(ゲンハ)', 서포트로 추측되는 소녀는 '량(リャン)', 그리고 도중에 끼어든 남자가 테러리스트의 두목인 '쿠웡(ク-ウォン)'인 듯하다. 도저히 승산이 없는 싸움. 각오를 굳히고 전투를 시작하려는 순간, 쿠웡의 슈미크람이 무익한 싸움은 일단 여기서 멈추자고 제의한다. 이대로 싸움을 시작하면 아야네가 휘말리고 만다… 주저하는 사이에 테러리스트들은 구조체로부터 이탈한다. 무거운 분위기에 싸인 작전실. 뒤늦게 달려온 동료들의 미안해하는 얼굴 뒤로, 아야네는 콘솔에 누운 채 의료반의 치료를 거부하며 버둥대고 있다. 주인공의 잘못이 아니라며 동료들이 위로하지만, 유우야와 마찬가지로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의료반을 뿌리치고 일어선 아야네가 비틀거리며 걸어온다. 얼굴에 떠오른 복잡한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다. 아야네 : …쏴서 함께 죽여 줬으면 될 것을…. 자그맣게 속삭이며 앞을 지나쳐 가려다 무릎이 풀리며 쓰러진다. 얼떨결에 끌어안듯이 부축해 올린 그녀의 몸은 소녀처럼 가냘프고 연약했다…. 토오루 : …정말. 쏴서 죽여버릴 걸 그랬어. 무리하지 말라고. 슈미크람이 파괴됐잖아. 아직 몸이 말을 안 듣지? 아야네 : …놔. 뿌리치고 억지로 일어서려 하지만, 곁에서 보기에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보다 못한 소대장이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고 장관실로 출두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주인공에게도 장관실로 오라는 명이 떨어진다. 이튿날, 두 사람은 장관실로 출두하여 질책을 당한다. 아야네는 전 군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에이스이지만, 그만큼 문제행동도 많아서 평소에도 말썽거리였던 모양이다. 장관은 "군에서 필요한 것은 명령에 충실한 장기말"이라고 역설하고는, 아야네만 남고 모두 방에서 나가라고 명한다. 소대장은 "영웅이 되고 싶지 않으면 아야네를 기다리지 말라"며 가 버린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다리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복도에서 아야네를 기다리고 있는 주인공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려고 장관실을 엿보자… 어지럽혀진 방 안에서는 장관이 아야네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수많은 문제행동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은, 단순히 에이스라서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 어느 쪽을 골라도 이후 내용은 동일하지만 선택에 따라 호감도가 변화. 1. 아야네를 도우러 들어간다 2. 그대로 장관실을 떠난다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장관의 추잡한 행위. 문을 박차고 들어가 따지지만
토오루 : …아야네,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거야? 아야네 : …몇 번이고 말하게 만들지 마… 내 일은 상관 말라고. 토오루 : 그런가… 방해해서 미안하군. 이럴 줄 알았으면 겐하란 놈과 만났을 때 도와주는 게 아니었는데. 아야네 : …!! 곤도우 : 들었지 소우마? 영웅이 되려다 실패했군.(아야네를 껴안으려 한다) 아야네 : (손을 뿌리치며)…싫습니다. 곤도우 : …이놈들…! 험악한 분위기와는 상관없다는 투로 느닷없이 소대장이 등장한다. 아야네에 대한 처분을 물어보러 돌아왔다는데… 무표정한 얼굴로부터는 전혀 의도를 읽어낼 수 없다. 목적을 이루는데 실패한 장관은 화를 내며 주인공과 아야네에게 영창행을 명한다. …지금 몇 시나 됐을까…. 벗겨진 콘크리트 벽을 보며, 나는 몇 번째인지 모를 의문을 품는다. 침묵에 잠긴 어슴푸레한 독방에 있으면 시간관념이 없어진다. 얼굴을 들자, 철창 너머 옆방에 웅크리고 앉은 아야네의 모습이 보인다. 텅 빈 영창에 들어와 있는 건 우리 말고는 없는 모양이다. 아야네는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은 채, 그저 콘크리트 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들어와서 꽤 시간이 흘렀을 터인데, 그동안 우리들은 한 마디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침묵에 견디지 못하고 말을 걸어 보지만 아야네는 대답하지 않는다. 무심코 내뱉는 한숨소리가 영창 안을 울릴 뿐. 그리고는 다시 침묵….
아야네 : …하나 물어봐도 돼…? 왜 자꾸 날 따라다녀? 토오루 : 왜라니… 따라다니는 거 아니야…. 아야네 : …그럼 어째서 도와준 거야? 토오루 : 도와주면 안돼? 그런 너야말로, 왜 그렇게 도움받는 걸 싫어해? 아야네 : 싫은 건 아냐… 그렇지만…. 토오루 : ……. 아야네 : …미안. 탓하려는 건 아닌데. 나, 말이 서툴러서…. 힘없는, 어딘가 사과하는 듯한 말투… 이런 아야네의 모습을 보기는 입대 이후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토오루 : …네 행동이 신경쓰여. 아야네 : 내 행동이? 토오루 : 그래… 처음엔 단순한 전투광이라고 여겼지. 하지만 지난번 싸움을 보고 생각했어. 뭐랄까, 스스로를 일부러 몰아붙여서 괴롭히는 것처럼 보여서…. 아야네 : ……난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러니까 괴로울수록 잊지 않을 수 있어. 목적을 이룰 때까지 난 증오를 잊어선 안돼. 담담한 어조와는 반대로 눈동자에 떠오르는 증오의 빛… 머릿속에 유우야의 일과, 입대 이후 겪었던 마음의 변화가 떠오른다. 토오루 : 그러면서까지 해야 할 일이 뭐야? 복수라든가…? 아야네가 흠칫하며 얼굴을 들고 이쪽을 바라본다. 감으로 던진 얘기가 들어맞았나 보다. 토오루 : 그랬구나… 복수였군… 뭐,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은 했지만서도. 아야네 : 어떻게 그걸…? 토오루 : 감이야. 단순히 뭐랄까… 행동하는 게 나랑 닮은 것 같아서. 아야네 : 닮아…? 토오루 : 응, 왠지 모르게… 그래서, 아야네가 마음을 닫아잠그려는 기분도 알 것 같아. 입대 당시의 내 기분을 떠올려 본다. 지금의 동료들과 마음이 맞지 않았다면, 나 역시 자신의 껍질 속에 틀어박혀 있었을 것이다. 아야네 : …난 그렇게… 너도… 복수할 상대가 있어? 토오루 : 아아… 그래. …다시 침묵이 찾아든다. 방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미묘한 긴장이 감도는 침묵. 아야네가 찾는 원수가 누구인지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물을 수 없다. 나는 그녀에게 유우야의 이야기를 할 각오는 되어 있지 않다. 아야네 : …이 이상은 서로 묻지 말자. 토오루 : …그래. 아야네 : 우선은… 고마워. 도와준 일은 감사해. 아야네에게서 처음으로 듣는 솔직한 감사의 말… 문득 정신이 들고 보니, 무겁고 답답하던 영창의 공기가 어쩐지 가벼워진 느낌이다. 아야네 : 어쨌든 오늘은 이만 자자. 내일도 아침부터 정신없을 테니까. 토오루 : 아, 으응…. 아야네는 얇은 모포를 덮고는 내게서 등을 돌려 누웠다. 나도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눕는다. …아야네의 수상한 행동은 복수할 상대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 상대는 누구일까? 생각해 봐도 알 리가 없다. 알 수는 없었지만… 내 마음속에서 조용히 무언가가 변화하고 있었다. 그게 무엇이었는지, 그때의 나는 아직 확실히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6장 광전사 -BERSERKER-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