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오루씨….

…누군가가 날 부르고 있다….

…소독약 냄새, 희미한 환풍기 소리, 몸을 감싸는 부드러운 감촉….
…여긴 어디지? 나는 번쩍 눈을 뜬다.

미노리 : 토오루씨….

어느샌가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주위에는 소대 동료들이 서 있다.

토오루 : 여기는…?
미노리 : 중환자실이예요… 토오루씨, 벌써 사흘 동안이나 누워 있었어요….
토오루 : 그런가….

나는 왼팔을 확인한다. 당연히 상처는 남아있지 않다.

요오스케 : 정말 위험했어. 발견이 조금만 늦었으면….
토오루 : 그것보다 아야네는? …아야네는 어떻게 됐어?

동료들은 말없이 얼굴을 마주본다. 그것을 보며, 나는 무언가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토오루 : 어째서 조용히들 있는 거야…! 아야네도 입원했어?
카이라 : 토오루, 진정하고 들어 줘… 아야네는…
…불려갔어. 영원히….


11장 귀환 -REPATRIATE-


…그 사건이 있은 직후, 나는 군을 떠났다….
아야네의 추억이 깃든 장소에 머무르는 것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슈미크람 파일럿을 그만두었다.
어떤 일이 되었든, 슈미크람 전투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친척도 아닌 내가 아야네의 묘를 세우는 과정에서
그녀의 친척과 말썽이 있기도 했지만,
뜻밖에도 대장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아야네가 겐하에게 처음 인질로 잡혔을 때
구출하러 온 사람이 대장이었다고 들은 것은,
그 후로 얼마 지난 다음의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야네의 묘 근처에 작은 집을 빌려,
은둔자처럼 지내고 있다….

야기사와 : 벌써 1년 반인가… 빠르군….

…드물게도 대장이 성묘를 온 것은 어느 초여름날이었다.

토오루 : 별일이 다 있군요. 대장님께서 오시다니….
야기사와 : 아아… 좀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변함없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내 질문을 흘려보내고, 대신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소근소근 이야기한다.

야기사와 : 너한테 전해야 될 이야기가 있어서….
토오루 :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야기사와 : 아아… 겐하가… 그녀석, 살아있었던 모양이다.
토오루 : 설마?! 그 꼴로 아직 죽지 않았다니…!!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입을 다문다. 아야네와 함께 슈미크람으로 쓰러뜨렸을 때도, 보통 인간이라면 그걸로 죽었을 터였다.

야기사와 : 아마 뇌세포까지 근육으로 돼 있든지, 원래부터 필요없었겠지… 뭐, 시체를 찾을 때까진 녀석에 관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토오루 : …그런데, 어째서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십니까?
야기사와 : 녀석 덕분에 1소대에 결원이 생겼다. 한 명 보충을 해야 하는데, 킬스텐이나 카시와기에 맞설 만한 녀석이 없어서 말이지….
토오루 : 복수라면 이제 신물이 납니다… 특히나 겐하와는 엮이고 싶지 않아요.

나는 묘를 향해 돌아선다… 그래, 나는 아야네에게 약속했다. 복수가 끝나면 계속 함께 있어 주겠다고….

야기사와 : 그렇겠지… 뭐, 무리해서 말하진 않겠다만….

대장은 크게 한숨을 쉬며 돌아서서… 몇 발자국 걷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멈춰선다.

야기사와 : 아차, 잊어버릴 뻔했군… 그러고 보니, 너한테 용건이 하나 더 있었다.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대장은 꾸깃꾸깃해진 봉투를 내민다… 수상쩍게 생각하며, 나는 봉투를 받아든다.

토오루 : …이건?!

봉투 뒷면에는 '시도우 아야네'라는 글자… 수취인은 나로 되어 있다.

야기사와 : 네가 제대하고 나서 사물함을 정리하다 나온 거다. 전해줘야지 하다가 그만 잊어버렸다… 미안.

나는 대장의 말을 흘려들으며 봉투의 내용물을 꺼낸다. 봉투 안에는 짤막한 글이 적힌 편지지가 한 장.

……미안해 토오루.
이렇게 연이 닿을 거였다면
좀 더 다른 모습으로 당신과 만나고 싶었어.
조금 더 빨리 당신과 만나고 싶었어…….

토오루 : ……아야네…….

나는 몇 번이고 짧은 문장을 되풀이해 읽는다.
…만일 겐하가 없었다면, 유우야가 죽지 않았더라면… 우리들의 만남이 비극이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겐하의 존재와 유우야의 죽음이 없었다면, 우리들의 만남 역시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 딜레마를 몇 번이고 생각했다… 거기서 내가 빠뜨리고 있던 것이 하나 있다.
겐하만 없었다면, 우리들은 만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나와 아야네가 인연이 있었다면 행복한 만남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아야네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아야네는 나와의 연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토오루 : 겐하 녀석은 살아있는 거지요?
야기사와 : 그래. 보스가 없어진 탓인지 이전보다도 질이 나빠졌다. 솔직히 전혀 손을 쓸 수가 없어.
토오루 : …그렇다면, 이번엔 반드시 지옥으로 보내 주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대장은 살며시 눈썹을 찡긋하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야기사와 : 기대하겠다, 소우마.

머릿속에 일순간, '대장이 일부러 지금까지 편지에 관해 감추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솟지만… 그렇다고 해도 별 상관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건 겐하가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녀석이 살아있는 한은 아야네처럼 불행한 여성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뿐이다.
아야네가 살아있었다면 그런 일은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내가 아야네의 의지를 이어나가는 것이 그녀에게는 최고의 공양이 될 것이다.


토오루 : …아야네, 결판을 내면 곧 돌아올게. 그때까진 잠시 혼자 있겠지만… 반드시 여기로 돌아올 테니까.

나는 아야네의 묘를 향해 눈길을 보내며 사과한다… 내 머릿속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외톨이가 아니야. 난 언제나 토오루와 함께니까.

크게 웃으며, 나는 자켓에 한 손을 찔러넣고
대장과 함께 걷기 시작한다.
다시 지옥으로 향하고 있는데도,
가슴에는 기묘한 해방감이 넘쳐흐른다.

…이번에도 난 겐하를 이길 수 있다.

나는 혼자서 싸우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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