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있은 직후, 나는 군을 떠났다….
사적인 싸움으로 동료를 죽인 중죄인이
군에 남아있을 수는 없었다.
…그 후로는 보안회사에서 용병부대까지
합법·비합법의 각종 직업을 전전하며,
테러리스트에 몸을 둔 적도 있었다.
'싸울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
그것만이 직업을 고를 때의 판단기준이었다.

……해친 사람의 수는 이미 헤아릴 수 없다…….
악명높은 전투광… 늘어가는 것은 오로지 적.
결국은 쯔키나마저도 내 곁을 떠나갔다….

…그래서, 채팅방에는 나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11장 인과응보 -NEMESIS-


…몽롱한 기분으로 나는 초원에 누워있다. 머리맡에 이리저리 흩어진 약물(Virtual Drug) 케이스는 가상의 초원과 내 뇌신경을 끝없이 오염시키고 있다….
가상이라고 해도 그 효과만큼은 진짜와 다를 바가 없다.


토오루 : 팔팔하던 초원의 늑대가 지금은 약에 찌든 하이에나로 변했군….

쓴웃음을 짓는 내 귓가에, 누군가가 풀을 밟는 소리가 들려온다… 얼굴을 들자, 초원에 유우야가 홀로 서 있었다.

유우야 : …….

최근엔 이런 일도 드물지 않다. 드디어 내 머릿속도 망가진 모양이다….
단지 하나 마음에 걸리는 일은, 모처럼 만난 유우야가 몹시 기분나쁜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는 것….


토오루 : 어이, 유우야… 원수를 갚아 줬더니만 그 떨떠름한 얼굴은 뭐냐…?
유우야 : …….
토오루 : 지독한 여자야… 말 그대로 재앙신… 정말 끔찍한 여자였어….
??? : 소우마 토오루씨인가요?

목소리를 듣고 나는 정신이 든다. 이건 유우야가 아니다… 누군가가 채팅방의 보안설비를 돌파한 거다!

토오루 : 뭐냐… 넌…?
소년 : 죽어랏…! 형의 원수!!

……총성, 그리고 충격과 함께 나는 뒤로 쓰러진다….
하늘을 향한 내 시야에는 한가득 푸른 하늘만이 비치고 있다…….
'복수'… 그 단어에 나는 묘한 체념을 품는다.
도대체 내가 누구를 죽이고, 이 소년이 그녀석의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난 너무나 많은 사람의 목숨을 해쳤다.


토오루 : ……인과응보인가…….

이제 곧 죽는데도 미련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크게 웃고 싶어진다… 난 얼마나 바보같고 우스운 존재였던가.
…그제서야 난 깨닫는다. 내 마음은 아야네와 함께 오래전에 죽었다… 그 후의 내 인생은 단지 죽을 장소를 찾아다닌 것에 불과했다.

……시야 가득 펼쳐진 푸른 하늘이, 지금은 아찔할 정도로 눈부시게 느껴진다… 찬란한 흰 빛이 된 하늘에 소녀의 그림자가 비친다.



…와이어드 고스트…
그녀만이 쓸쓸히 나의 최후를 애도해 주고 있다.

토오루 : …여어… 엄청 늦게 데리러 왔구나… 덕분에 내 영혼엔 한 푼 값어치도 못 매기게 됐잖아….

와이어드 고스트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내게로 살며시 손을 내민다….
저 손이 닿았을 때, 나는 이 세상을 떠나겠지.

…하지만 날 위해 복수해 줄 녀석이 없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주위는 어둠에 감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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