斑鳩 IKARUGA ⓒ TREASURE 2001, 2002, 2003, 2008

번역 : CARPEDIEM(mine1215@lycos.co.kr)

게재 : C'z the day(http://mine1215.caf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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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가 - 본편 스토리


Prologue : 새털구름(Cirrus)
호우라이국(鳳来ノ国)… 원래는 혼슈(本州) 변두리에 있는 작은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를 '신의 힘을 얻은 신통자'라고 칭하며, '선민사상'과 '평화통합'을 내걸고 각지를 무력으로 제압하기에 이르렀다.

일의 발단은 지배자인 호우라이 텐로우(鳳来天楼)가 몇 년 전 지하 깊은 곳에서 발굴한 '우부스나가미오우키노카이(産土神黄輝ノ塊)'라고 불리는 물체. 여기에 접촉하면서부터 텐로우는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능력을 계속해서 발휘하기 시작했다.

각지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자유를 소망하며 호우라이에 저항하는 조직 '텐카쿠(天角)'가 있었다.
그들은 '비철괴(飛鉄塊)'라고 불리는 전투기를 조종하여 호우라이와 맞서 싸웠지만, 점차 힘을 잃고 결국은 전멸하고 만다.
그러나 멤버 중에서 유일하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청년이 있었다.
그 이름은 신라(森羅).


Chapter 00 : 이카루가(IKARUGA)
텐카쿠가 괴멸하고 난 며칠 후… 조직이 자리하고 있던 폐허에서, 잔해와 남은 부품들을 긁어모아 묵묵히 비철괴를 조립하고 있는 신라의 모습이 있었다.
죽을 장소를 찾겠다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홀로 살아남겠다는 생각 또한 없다.
갈 곳 없는 충동은 불타다 남은 재처럼 가슴속에 가라앉아, 귀신과도 같은 험악한 표정으로 나타나 있다.
'자유'…… 아무런 구체성도 없는 '평화'를 바라는 것이 금기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이제 그의 목적은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시간이 흘러 동이 틀 무렵, 신라는 정비를 마친 비철괴 '시라사기(白鷺)'에 올라탔다.

(뭐가 그렇게 초조한가? …아니, 초조한 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단지…….)

조용히 동력을 켜고 천천히 날아오른다… 상공 800m, 경계망을 돌파한 시라사기를 향해 호우라이의 비철괴가 공격을 개시했다.
신라는 타고난 뛰어난 조종실력을 발휘하여, 성능이 떨어지는 시라사기로 적기를 차례로 격추해 나간다.

(난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지…?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지만 난 어디로 가려는 건가……?)

돌연, 호우라이의 무장 아사미 카게히사(浅見影比佐)가 조종하는 불철괴(仏鉄塊) '에보시도리(烏帽子鳥)'가 눈앞에 나타난다.

카게히사 : 텐카쿠의 생존자인가? 혼자서 여기까지 쳐들어오다니….
신라 :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네놈들과는 목숨을 거는 방식이 다르단 말이다!!
카게히사 : ……미숙한….

전투에 돌입한 신라는 카게히사의 공격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는 듯이 보였으나…,

카게히사 : 후후, 꽤 실력이 좋구나. 그럼 이건 어떠냐?

에보시도리에서 뻗어나온 다섯 줄기 광탄이 곡선을 그리며 시라사기를 향해 달려든다.

신라 : 유도탄?!

시라사기는 에보시도리가 발사한 유도탄의 직격을 받고 대파, 연기를 뿜으며 추락한다.

신라 : 이런!
카게히사 : 애송이, 단신으로 쳐들어온 용기는 가상하다만… 목숨은 함부로 거는 게 아니야.
신라 : 헛소리를… 아직 안 끝났어!
카게히사 : 훗… 살아난다면 또 보자.

카게히사는 추락하는 시라사기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자리를 뜬다.

신라가 탄 비철괴는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인적 드문 외딴 산 속 마을에 추락한다.
추락하는 순간 기체 바깥으로 튕겨져나온 신라는 마을 노인들에게 구조를 받았다.
그곳은 '이카루가 마을(斑鳩の里)'로 불리며, '평화통합'이 이루어진 세상에서 버림받은 노인들이 모여 지내는 곳으로, 흔히 말하는 '노인 내다버리는 산'과도 같은 장소였다.
신라는 마을 장로격인 카자모리(風守) 노인의 집으로 옮겨져, 그에게 간병을 받으며 계속 잠에 빠져 있었다.
장지문 너머로 저녁햇살이 비쳐들고, 노을빛으로 경치가 발갛게 물든 바깥에서는 매미 우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온다.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신라의 의식 속에 흐릿한 사람 그림자가 둘 나타난다.

남 : (괜찮아… 언젠가 서로를 이해할 날이 반드시 온다.)
여 : (그리고 머나먼 미래로, 생명은 계속 이어질 테니까….)
신라 : (……미래…….)

어느덧 의식이 돌아오고, 흐릿한 시야에 카자모리의 모습이 들어온다.

신라 : ?! …여기는…….
카자모리 : 여긴 '이카루가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라네. 젊은이는 추락한 비철괴에 타고 있었네만… 기억이 나나?
신라 : 이카루가 마을… 노인 버리는 산… 아, 아니.

카자모리는 조용히 웃음을 지으며…,

카자모리 : 괜찮네… 바깥세상에선 여길 그렇게 부르나 보더군.
신라 : …!! 내 시라사기는?!
카자모리 : 시라사기? …아아, 자네가 타던 비철괴? 그건 이제 못 써. 뭐어, 목숨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신라 : …그게 마지막 남은 비철괴였는데…! …제길! …이럴 수가……!
카자모리 : …….

두 달 후… 마을 근처 절벽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신라. 카자모리가 느릿한 발걸음으로 다가온다.

카자모리 : 가려는가?
신라 : 신세 많이 졌군요.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카자모리 : 으음…… 그런데, 자네는 무슨 이유로 싸우는가? …어떤 의미에서는 호우라이에 복종하는 게 오히려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인데?
신라 : 나 혼자 남아버린 지금은, 텐카쿠가 내걸었던 대의명분 따윈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
하지만 인생에서 단 한순간이라도 좋습니다. 이 몸이 한 줌 잿더미가 된다 해도 후회는 남지 않도록 살아갈 겁니다. 나는 호우라이를 쓰러뜨리고 자유를 되찾기로, 그렇게 결심했으니까.
카자모리 : 흐음, 지당한 말이긴 한데… 그건 너무 자기 처지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신라 : 그래도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싸워서, 그래서 모두에게 평화와 자유가 돌아온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요?
카자모리 : 세상에는 그걸 원하지 않는 자들도 있어. 그리고 그것과는 다른 형태로 평화와 자유를 바라는 자도 있고.
그렇기에 자신이 원하는 자유를 위해 태연히 다른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
우리들은 '자유를 찾는 살육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난 그렇게 생각하네.
신라 : …….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신라에게 카자모리는 미소를 짓고…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카자모리 : 평화나 자유라는 건 그 형태가 사람 수만큼이나 잔뜩 있지. 싸울 때는 그 사실을 잊지 말게….
그런데 자넨 맨몸으로 싸우러 갈 텐가?
신라 : 그건…….
카자모리 : 허허~ 날 따라오게.
신라 : 어디로?
카자모리 : 와 보면 알아.

살짝 미소를 떠올리며 카자모리는 발걸음을 옮긴다.

신라는 마을 바깥에 있는 동굴 지하에 도착했다. 철골이 뒤얽힌 지하동굴에는 수많은 기기와 장치, 그리고 비철괴가 한 기 있었다.

신라 : 이건… 비철괴!
카자모리 : 그래, '이카루가(斑鳩)'라고 하지.
신라 : 이런 곳에…… 하지만….
카자모리 : '노인 버리는 산'이란 게 참 그럴듯하지? 요즘 세상엔 우리같은 늙은이들은 필요가 없나 보더군….
하지만 이 세상에 있는 생명, 의지, 존재, 모든 사물에는 저마다 존재이유가 있어. 불필요한 건 절대로 없지.
이카루가는 우리들이 꿈꾸는 자유의 모습이고, 우리가 존재한다는 증거. 사람들에게 새 삶을 주기 위한 존재… 우린 그렇게 믿고 있네.
신라 : 사람들에게 삶을……?
카자모리 : 지금은 이해가 안 돼도 괜찮아. 언젠가 깨달을 날이 올 테니.

가까이 가자, 기체를 정비하고 있던 두 노인이 신라가 온 것을 알아차렸다.

신카이 : 흐음, 얼굴은 쓸만하군… 카자모리 영감, 그녀석이우?
카자모리 : 음, 신라일세.

신라는 두 사람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신카이 : 난 신카이(新海). 여기서 조수를 하고 있지. 그쪽 영감은 아마나이(天内). 이녀석을 만들어낸 전직 기술자라네.

아마나이는 정비하던 손을 멈추지 않은 채, 곁눈으로 신라를 힐끔 쳐다보고는

아마나이 : 흥! 살기를 펄펄 풍기는 꼬라지가 귀신이 따로 없구만.
신카이 : 허어, 또 비철괴를 타겠다고? 제정신이라면 그만두지.
아마나이 : 흥! 쓸데없는 잔소릴… 이봐, 기생오라비! 망가뜨리면 가만 안 둬.
카자모리 : 이카루가는 평범한 비철괴와는 좀 달라서 훈련이 필요한데… 그래도 타겠나?

카자모리의 질문에 신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Boss 00 : 재회(Again)
신라의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실제 기체를 사용한 시험비행도 최종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극비로 진행하던 훈련임에도 호우라이는 이미 정보를 입수하고 정찰부대를 파견하였다.

아마나이 :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적기 자체는 모조품이지만, 발사하는 광탄은 전부 다 실탄이니까.
정신줄 놨다간 그녀석이 바로 자네 관이 된다 이거야. 와하하핫~
신카이 : …그게 웃을 일인가…….
아마나이 : 기생오라비야 죽든 말든 상관없지만, 내 이카루가가 망가지는 꼴은 못 보지.
신카이 : …….
카자모리 : 자아… 준비는 다 됐나?
신라 : 언제든지.
카자모리 : …시작하게.

훈련이 시작되자, 신라는 이카루가를 자유자재로 몰며 가상적기를 차례차례 격추해 나간다.

신카이 : 허어, 이거 대단한데.
아마나이 : 흥! 이카루가라면 당연히… ?
신라 : 저건…?
카자모리 : 음?
아마나이 : …이게 뭐고…? 기생오라비! 적이다!
신라 : 알고 있수다!

카게히사의 불철괴 에보시도리가 상공에 나타난다.

카게히사 : (지난번 그 애송이… 살아있었나…….)
후후, 그랬군. 살아남아서 수행이라니 기특하구만. 어디 조금은 강해졌으려나?
신라 : 글쎄… 시험해 볼까?

카게히사의 눈빛이 달라진다.

카게히사 : 훗… 그럼 간다!

에보시도리와 벌이는 두번째 전투… 이카루가의 성능에 밀려 카게히사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카게히사 : 치잇, 저녀석은 대체…?!
(기체속성을 순식간에 바꿀 수 있는 비철괴라니… 게다가 이쪽이 쏜 광탄까지 흡수한다고…?)
신라 : 대장씨, 어떻게 된 거냐?
카게히사 : ……그렇다면!

카게히사는 유도탄을 발사해 탄막을 펼친다. 이카루가는 그 유도탄들을 전부 흡수하고는… '힘의 해방(力の解放)'을 발동시킨다.

신라 : 잡았다!
카게히사 : 크윽!

신카이 : 해치웠나?!

힘의 해방이 에보시도리를 직격했다고 생각한 순간, 카게히사는 바꿔치기술을 사용해 폭풍 속을 탈출한다.

신라 : 바꿔치기술….

카게히사 : 후훗, 꽤나 쓸만한 비철괴를 손에 넣었구나… 신라라고 했지? 다음에 또 보자….
신라 : …….
신카이 : 내빼는 주제에 지껄이긴.
카자모리 : 하지만… 강하다…….

불안한 표정을 한 채, 귀환하는 이카루가를 바라보는 노인들….


Chapter 01 : 이상(Ideal)
시험비행에서 카게히사의 불철괴와 호각으로 싸운 이카루가.
그 존재에 위협을 느낀 호우라이는 병력을 보내 전송장치 '부동명왕의 검(不動明王の剣)'을 포위한다. 출격을 결심한 신라 일행은 반격을 개시한다.

신라는 조종석에 올라타고 이카루가를 기동시킨다.

이카루가 : System boot… Final check. 臨·兵·闘·者·皆·陣·列·存·前… 20 min. after ejecting from the sword of Fudoumyouoh, the main engine ignites. Are you ready?
[시스템 기동… 최종체크. 臨·兵·闘·者·皆·陣·列·存·前… 20분 후, 부동명왕의 검에서 사출되고 나면 메인엔진이 점화됩니다. 준비되셨나요?]

카자모리 : 이 몸, 뜻을 품은 채로는 죽지 않으리라. 이상의 그릇이 크다 해도 굴하지 않으리니. 나, 결코 후회 속에 사라지진 않겠노라.
……다들…… 준비됐나?
아마나이 :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나머진 녀석 몫이야.
신카이 : 조심하게.
신라 : ……사출 바람.

이카루가를 고정하고 있던 잠금쇠가 벗겨지고, 기체는 아래를 향해 낙하. 바닥에 펼쳐진 전송문으로 돌입한다.
그리고 상공에 떠 있는 전송기 부동명왕의 검이 빛을 내뿜는 순간, 이카루가는 드넓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아, 이카루가가 간다…….
누구 하나 반기는 이 없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
그것은, 살고자 하는 뜻을 품은 자의 의지에 다름아니다.


카자모리 :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그날까지…… 갈 길은 멀고 험하다…….




Boss 01 : 불철괴(Butsutekkai)
주변을 포위한 적을 쓰러뜨리며 나아가는 신라 일행. 갑자기 경고음이 울려퍼진다.

이카루가 : Warning! The big enemy is approaching at full throttle. According to the data, it is identified as 'Butsutekkai'.
There is no refuge. Unable to avoide firing.
[경고! 대형 적기가 고속으로 접근중. 데이터 조합 결과 '불철괴'로 확인. 현 상태에서 도주 불능. 교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카게히사가 탄 불철괴 에보시도리가 다시 그들의 앞길을 막아선다.

신라 : 무의미한 싸움을 해서 뭐가 남지? 당신도 잘 알고 있으면서.
카게히사 : 유감스럽게도 난 호우라이국 사람이거든.
너희들 처지도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지…….


Chapter 02 : 시련(Trial)
국왕 : 이 처참한 꼴을 보게. 자네들의 '긍지'가 가져온 거라곤 결국 수많은 주검들뿐이지 않은가.
내게는 백성들의 목숨을 지킬 의무가 있어. 더 이상 쓸데없는 짓은 그만두고…… 여기서 떠나 주게…….

아기국(阿魏ノ国), 그곳은 잊을 수 없는 굴욕의 현장이었다. 한때 호우라이와 적대하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신라와 카가리는 온 힘을 다해 싸웠지만, 불철괴 붓포우소(仏法僧)를 조종하는 적장 호우카쿠(法角)가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하여, 견디다 못한 국왕은 항복. 결국 두 사람은 눈물을 머금고 물러나야 했다.
지금은 호우라이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이 땅을 탈환하고, 지하에서 건조중인 군사거점을 파괴하기 위해, 신라 일행은 시련을 이겨내고 기습을 결심한다.

품고 있는 의지가 강고하면 할수록 수많은 시련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시련을 눈앞에 두고 피하거나, 또는 도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련의 참뜻은 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극복하는 데 있다.





Boss 02 : 탈환(Recapture)
호우카쿠 : 뭐가 이리 시끄럽나 해서 와 봤더니만, 질리지도 않고 또 너희들이냐?
이미 잿더미가 된 나라를 되찾아서 뭘 어쩌겠다고….
신라 : 무슨 말을 해도 네놈은 이해 못 할 거다…… 절대로 모르겠지.

신라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맴돌고 있었다. 불꽃 속에서 우왕좌왕 도망치는 사람들, 산처럼 쌓인 시체들.
불타는 지붕 위에서 눈물을 흘리며 백기를 흔들던 국왕의 얼굴…….

그리고, 그들은 다시 호우카쿠에게 도전한다.


Chapter 03 : 신념(Faith)
전투가 교착상태에 빠져들면서 점차 소모전 양상이 짙어졌다.
전력 소모로 인한 자멸을 피하기 위해, 신라 일행은 호우라이국에 잠입하기로 계획을 세운다.
모두들 난공불락이라 일컫는 요새계곡. 그리고 부족한 적의 정보.
상황에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작전을 주저하는 아마나이였지만, 신라의 신념에 흔들림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아무 말 없이 정비실로 향했다.

출격날 아침, 이카루가 조종석으로 향하던 신라는 갑자기 비틀거리다 넘어지고 만다.
'서두르지 말라'며 웃어넘기는 노인들과는 달리, 카가리는 굳은 표정으로 신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다.
풀리지 않는 생각을 가슴에 품은 채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될 때도 있다.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확고한 신념과 통찰, 그리고 약간의 행동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Chapter 04 : 현실(Reality)
계곡을 돌파하여 호우라이국에 들어선 신라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적장 키라(鬼羅)가 이끄는 대부대였다.
압도적인 전투력과 거대함을 자랑하는 불철괴 미사고(鶚)에 맞서기 위해 아마나이가 내놓은 전략은, 접근전을 통해 곳곳에 흩어진 약점부위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실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무엇을 찾아……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하였는가…….




마침내 두 사람은 불철괴 미사고를 격파하지만, 지금까지 치렀던 수많은 격전은 신라의 신체기능을 조금씩 좀먹어 들어가서 비철괴 탑승자의 숙명 -몸에 심어진 금속테와 기체와의 신경접속에 의해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어 결국 죽음에 이름- 을 앞당기고 말았다.
카가리는 알고 있었다. 이대로 싸움을 계속하면 어떤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하지만 신라는 아무 말 없이 호우라이가 기다리는 지하공간으로 돌입했다.


Final chapter : 윤회(Metempsychosis)
(아직은 아니야…… 이대로 끝낼 순 없어…… 아주 조금만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버텨 줘…….)

몽롱한 의식 속에서, 지금의 신라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오직 정신력뿐.
지하중추로 돌입한 신라와 카가리는 호우라이 텐로우와 대치한다. 기원의 언어가 공허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신라는 꿈 속에서 만났던 정신체의 목소리를 듣는다.

인과는 결국 그 의지를 원래 장소로 되돌리고,
기억 저 깊은 곳에 새겨진 기원의 의식을 일깨울 것이다.
그렇기에 이카루가는 간다…….


호우라이 : 너희에게 생명을 준 것은 바로 나. 올바른 길을 걷도록 하기 위해…… 그런데도 너희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느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어째서 그것을 모르는가… 눈에 보이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너희도 알고 있겠지? 미래 영겁이 지나도록 이 윤회를 끊을 수는 없다는 것을.

사투 끝에,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면서도 호우라이를 쓰러뜨린 신라의 눈앞에 '우부스나가미오우키노카이(産土神黄輝ノ塊)'가 모습을 드러낸다.

신라 : 기사…… 장…… 제어장치…… 해제해 주겠소?


Final chapter : 우부스나가미(The Stone-Like)
지금까지 치렀던 수많은 전투로, 신라는 신체기능에 극심한 손상을 입고 있었다.
'돌처럼 생긴 물체'와 대치하면서 신라와 노인들 사이에 대화가 오간다….
몸 안에 금속테를 심어넣은 비철괴 탑승자의 수명은 짧다. 적기의 공격에 피해를 받지 않고 여기까지 왔지만, 가혹한 전투는 확실하게 그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돌처럼 생긴 물체로부터 거대한 에너지 반응을 감지한 아마나이는 손상을 입은 신라의 전투능력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 카가리와 함께 후퇴하도록 설득한다. 그러나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이미 알고 있는 신라는 마지막까지 싸우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비철괴 탑승자로서 그 의미를 이해하는 카가리는 노인들의 반대를 뒤로 한 채 신라에게 속삭인다…….

카가리 : 그러니까… 후회가 남지 않도록 끝까지 해내라고.
이 몸, 뜻을 품은 채로는 죽지 않으리라.
이상의 그릇이 크다 해도 굴하지 않으리니.
나, 결코 후회 속에 사라지진 않겠노라.
알고 있었겠지… 우리들, '자유'란 걸 볼 수 있을까?
신라 : 그래, 이제 곧…….

카자모리 : ……그랬나…… 그런 거였군…….

긴 침묵 끝에, 카자모리는 제어장치 해제를 승인하라며 아마나이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카루가가 사용하는 힘의 해방은, 기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아마나이가 제어장치로 기능을 제한해 놓고 있었다.

아마나이 : 한 번…… 단 한 번밖에 못 쏜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아나!!

끈질기게 만류하던 아마나이였지만, 신라의 대답을 듣고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제어장치를 해제한다.

신라 : ……기사장…… 믿고 있으니까…….




Epilogue : 정신존재(Spirit being)
이카루가 : Release the restrain device. Using the released power may result the possibility of destruction the ship.
[제어장치를 해제합니다. 그러나 '힘의 해방'을 사용하면 기체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카루가 : You did your best. Was I helpful for you?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가 당신께 도움이 되었나요?]

마지막 질문에 신라는 행동으로 답한다.

이카루가 : I am deeply grateful to you.
[감사합니다….]


제어장치를 해제한 이카루가는, 모아두었던 모든 힘을 한꺼번에 해방하고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신라와 카가리는 정신체로 모습을 바꾼다.
허공을 떠도는 두 사람 앞에, 예전에 신라가 꿈 속에서 만났던 남녀가 나타난다.

신라 : 이러면…… 된 건가?
남 : 괜찮아… 언젠가 서로를 이해할 날이 반드시 온다.
여 : 그리고 머나먼 미래로… 생명은 계속 이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