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 burst error PLUS ⓒ 2003 C's ware

대본 작성, 번역 : CARPEDIEM(mine1215@lycos.co.kr)

게재 : C'z the day(http://mine1215.caf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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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는 PS2용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EVE burst error PLUS」 일본어판 한정판의 부록인 DVD드라마 「EVE Memories」를 번역한 대본입니다. 게임 본편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본편의 중요한 내용과 연결되는 부분이 매우 많으므로 반드시 게임을 클리어한 다음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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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 burst error PLUS Side Story - EVE Memories
이브 버스트 에러 플러스 사이드스토리 - 이브 메모리즈



1. 메인 타이틀 - 성우 소개


2. 소년시절
내 아버지는 내가 아직 세상에 태어나기 전, 제국 육군의 젊은 기술장교로 독일 부임중에 베를린을 포위한 소련군과의 싸움에서 전사했다.
나중에 어머니가 보여주신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에는 히틀러 총통을 접견하도록 허락받은 일, 총통에게서 특별히 권총을 받은 일 등이 자랑스럽게 적혀 있었다. 그와 함께 편지에는 '아기를 위해서'라며 딱딱한 남자 이름이 몇 개인가 씌어 있었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남자아이가 태어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일본이 패전한 다음, 어머니는 갓난아기였던 나를 업고서 점령군의 통역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주위의 반대를 뿌리치고 직장 상사였던 미군 정보장교와 결혼, 2주 후에는 새 부임지인 런던으로 이주했다.
미국인 아버지는 나를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주위로부터는 패전국 국민이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아, 강인하던 어머니도 점차 우울증에 빠지더니 결국은 약물중독으로 돌아가셨다. 차갑게 식어버린 그녀는 너무나도 편안한 얼굴이었고, 이상하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의 장례를 마친 후 나는 곧바로 집을 뛰쳐나와, 아버지가 최후를 맞은 땅인 베를린을 향해 떠돌았다. 당시 베를린은 곳곳에 전쟁고아 천지로, 난 그들과 함께 무리지어 점령군인 미군만을 습격하여 돈을 빼앗고는 했다. 그들의 주머니엔 달러가 넘치고 있었지만 때로는 헌병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 녀석들도 있어, 우리들은 마치 병사라도 된 기분으로 위험한 놀이를 계속하고 있었다.



3. 발터 P38(주1)
그러던 어느 날 밤, 인적없는 뒷길 벤치에서 잠들어 있는 사냥감을 발견했다. 나는 혼자였지만 술에 곯아떨어진 주정뱅이 품에서 지갑을 빼내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남자 곁으로 다가서서 숨소리를 확인한다. 싸구려 맥주냄새. '좋았어!'하고 가슴팍을 뒤지는 순간, 목에 차가운 물건이 와 닿았다.

남자 어이 꼬맹아, 어린 것이 이런 데 있으면 위험하지. …음? 중국인인가? 이거 신기하구만. 니 하오? …대답 정도는 하라고! 이승에 작별인사 하기 전에.
소년 난 꼬맹이가 아냐. 죽는 게 뭐 대수라고.
남자 허어, 꽤나 배짱 좋은 꼬마로군. 잘 들어라. 이건 말이지, 1000m 앞까지 총알을 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권총이라고. 네가 아무리 잽싸게 도망쳐도 이녀석한테서 벗어날 순 없어.
소년 그… 그 권총!
남자 호오~ 알아차렸냐? 이 권총에는 한자가 새겨져 있지. 읽을 수 있다면 살려주는 것도 생각해 보마.
소년 …!!
남자 왜 그래? 중국인이 돼서 읽지도 못해?
소년 카쓰라기… 고로(桂木五郎)!
남자 흐음~ 그래, 무슨 뜻이지?
소년 우… 우리 아버지…!
남자 …뭐?
소년 아버지 이름이야!!
남자 뭐라고? 네 이름은?!
소년 겐자부로… 내 이름은 카쓰라기 겐자부로(桂木源三郎)!
남자 카쓰라기… 네 성이 카쓰라기냐?!
소년 …그 총은 아버지 거야! 그리고 난 일본인이라고!!
남자 겐자부로… 고로의 아들?
…고로, 들리나 고로? 보고 있냐?! 이런 일이… 네녀석 아들이 저 먼 땅에서 여기까지 찾아왔다! 건방지고 얄미운 것이 널 쏙 빼닮았구나!!

주1 : Walther P38. Karl Walther사에서 만든 독일제 총이므로 독일식 발음으로 표기.
영어 발음으로는 '월서(ワルサ-)'.



4. 베를린 1944
[1944년 10월, 베를린 교외]
카쓰라기 중위님, 총통관저로 모셔가기 전에 일본인인 당신에게 묻겠소. 어찌하여 일본은 동맹국이면서 유대인을 돕는가?
고로 칼 플라트 소위, 분명 귀관이 말하는 대로 일본은 독일과 동맹을 맺었다. 하지만 우리는 독일에 종속되어 있는 게 아니야. 잘못된 것은 잘못된 거라고 확실하게 일깨우는 것이 진정한 친구의 모습이라 알고 있다. 일본은 귀국의 인종차별정책에 단호히 반대한다!
무슨 말을!! 유대인이 불러오는 해악을 제대로 판단치 못하고 총통 각하의 심중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역시 일본인은 돼지보다도 못한 이류인종이란 말인가!
고로 뭐라고?! 그럼 그 돼지만도 못한 인간이 네놈들 아리아인보다 얼마나 강한지 가르쳐 주마!!
바라던 바다!! 하사, 어서 차를 세우도록! 이 말라빠진 돼지에게 인간의 규칙을 가르쳐 주겠다.

고로와 나는 총통관저 바로 앞에서 요란한 싸움판을 벌였지. 경비를 보던 친위대 녀석들은 재미있어하면서 말리지도 않았고, 나중엔 내기까지 걸더군. 처벌을 두려워한 하사가 울상을 지으며 막아서지만 않았어도 틀림없이 내가 이겼을 텐데.
친위대가 내기에 건 돈을 뺏어들고 다음엔 술집에 가서 겨뤘다. 훗… 맥주로는 승부가 나질 않고, 다음엔 노래. 그 다음엔 춤으로.
잔뜩 취해 비틀거리다 나중엔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결국엔 둘 다 끝까지 마셔버렸지. 고로는… 네 아버지는 대단한 남자였다.
고로가 부임한 지 반년이 지나 일본으로 귀국하려 할 때, 전황이 악화되어 소련군이 베를린을 포위했다. 일본인인 고로에게 중립국인 스위스로 도망치라고 권했지만, 녀석은 고집을 부리면서 받아들이질 않고는 독일을 위해 남아 싸우는 길을 택했어.


5. 수도 공방전
방송 용감한 독일군 장병 여러분, 히틀러는 죽었습니다! 연합군이 이 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우리 소비에트는 여러분들을 동지로서 환영합니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십시오. 여러분은 고향에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게 어디가 환영이란 거야!
고로 저 T34, 이쪽으로 오는데.
소총탄이 다 떨어졌어. 둘이서 대전차지뢰 끌어안고 달려들까?
고로 난 독일에선 안 죽어. 일본에 돌아가서 새끼 얼굴을 봐야지.
네가 죽으면 애하고 부인은 내가 맡아 주지.
고로 무슨 소릴! 마누라는 나처럼 곱상한 남자가 취향이라고.
그건 직접 만나 봐야 알지.
고로 (빗발치는 총격)칼… 이봐 칼!!
다리가 안 움직여….
고로 이봐 칼, 혹시 네가 살아남으면… 이놈을 아들녀석한테 전해 주겠나?
고로, 잠깐만!
고로 이곳의 전쟁은 끝났어. 저 탱크가 다음에 일본으로 건너가면 곤란하거든.
알았지? 꼭 살아남아서 약속은 지키라고!!
고로!!!!

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두 분이서 나를 지켜보고 계시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었다.


6. 모래먼지의 저편
가족이 없는 칼은 용병 신분으로 중동의 작은 나라인 엘디아에 간다고 했다.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막 끝낸 엘디아는 급격히 줄어든 인구와 피폐해진 국력을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추진정책을 펴고 있었다.
시궁창 쥐와도 같은 지금 생활을 청산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새로운 국가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 나는 망설임없이 칼과 함께 엘디아 용병부대에 입대했다.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에 남아있던 것. 그래, '희망'을 손에 넣은 듯한 기분으로.
하지만 실제 엘디아는 판도라의 상자 그 자체였다….

엘디아 용병부대는 독립전쟁으로 인해 궤멸상태인 정규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갖 임무를 수행해야 했고, 오합지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디아 육군 특수부대로 승격되었다. 나와 칼은 이스라엘과 계속 대치하던 아랍연맹 지원부대의 일원이 되어 시나이 반도를 비롯한 격전지를 계속 옮겨다녔다.
옛 독일 공군의 자랑이던 멧서슈미트, 그것이 지금은 이스라엘의 '다윗의 별'을 달고 우리를 덮쳐왔다. 게다가 이쪽 무기는 소련제. 표면상으로는 이스라엘과 아랍의 전쟁이지만, 그 뒤에는 수에즈 운하와 석유 이권을 손에 넣기 위한 미국·영국·소련의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싸움은 몇 년에 걸쳐 계속되었다. 미국과 영국의 지원으로 계속 신병기를 도입하는 이스라엘에게 구식 소련제 병기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자연히 우리의 전법은 게릴라전으로 기울었는데, 적지에 잠입해 벌이는 파괴활동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커다란 전과를 올렸다. 덕분에 내 이름은 이스라엘 정보부에도 알려져 모사드의 암살부대에 두 번 정도 습격당하기도 했다.
습격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대로 이곳에 있다간 언젠가는 당하고 만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돌연 본국에서 전속명령이 떨어졌다. 아버지처럼 믿고 있던 칼과 헤어지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지만, 나는 그와 재회를 약속하며 사막의 지옥을 뒤로 했다. 칼이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여러 모로 손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7. 엘디아
국왕의 서구화정책과 이민우대정책으로 엘디아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었다. 꽃내음까지 풍겨오는 유럽과 꼭 닮은 거리에서, 나는 생전 처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영어·일본어·독일어에 능통하고 파괴공작이 전문인 일본인 병사에게 눈독을 들인 것은, 갓 신설된 정보부를 관리하는 '로스 미도(ロス·御堂)'라고 하는 일본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본계 3세 엘디아인이라고 해야 할까.

최초의 임무는 전후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일본에 부임하여 정보부의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정치가의 안팎을 철저히 조사하여 그것을 무기로 엘디아에 대한 원조를 이끌어낸다. 물론 대가로는 그들이 원하는 거액의 리베이트.
다소 자극이 부족한 임무였으나, 엘디아의 발전은 일본의 원조자금에 의해 더욱 앞당겨졌다. 하지만 급진적인 개혁에 대한 저항이 오히려 더욱 격렬해지면서 나는 다시 엘디아로 돌아가게 되었다.
내게 새로이 주어진 임무는 정보부 특수반을 이끌고 국내 치안을 유지하는 것. 쉽게 말해 대테러부대를 조직하여 'Enemy of Eldia', 국가의 적을 말살하는 일이다.
미도는 전략담당, 모택동처럼 살쪄서 사람좋게 웃곤 하는 '디브'라는 중국인이 정보담당. 우연하게도 정보부의 중추는 이슬람교도가 아닌 동양인 셋이 차지하게 되었다.

언뜻 보기에 평화스러워 보이는 이 나라는, 사실은 테러의 위협과 마주하고 있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도 따뜻한 가정을 꾸리기는 힘들다.
디브는 의외로 가정적인 남자로, 가끔씩 딸 사진을 보며 싱글싱글 웃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딸아이 자랑을 마지못해 들어야 하는 디브의 부하는 불쌍하기 짝이 없다.



8. 과학국
나디아 겐, 일어났어요?
겐자부로 아아.
나디아 ….
겐자부로 왜 그래? 말하려다 말고.
나디아 …저… 어젯밤엔 꽤나 가위에 눌린 것 같아서.

어제 일은 反국왕파의 강경주의자로 알려진 무하마드 살만을 암살하는 것이었다. 디브의 정보에 의하면, 조심성이 많고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살만이 이날은 1년 만에 단골 레스토랑을 찾는다고 한다.
완전무장한 경호원이 최소 10명은 될 것이다. 주변은 미로처럼 얽혀 있어 저격은 힘들고, 그렇다고 특수반이나 경찰을 매복시키기엔 너무 눈에 띈다. 만일 총격전이라도 벌어지면 일반 시민에게도 큰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번에는 디브가 말하던 '비비드 라신 병기'라는 것을 써 보기로 할까.

엘디아 과학국. 일본의 막대한 원조에 힘입어 세계 최고의 연구설비를 갖춘 이 부서에는 생물과학병기 개발이나 온갖 생체실험을 하던 관동군 731부대 출신 인사가 다수 모여 있다고 한다. 이것을 엘디아의 이민우대정책이 거둔 성과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디브는 아무 말도 안 하지만, 예전의 적국이던 일본인과 함께 일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더구나 신병기를 개발한 것은 '돌만 코우(ドルマン·孔)'라고 하는 얼굴빛이 좋지 않은 중국인이었다.

돌만 이 약은 최면요법과 병행함으로써 한 인간에게 전혀 다른 인격을 심을 수 있습니다. 미리 정해두었던 키워드가 스위치 역할을 하여 다른 인격으로 전환되지요. 기억도 완전히 바뀌게 되므로, 외모는 동일하나 전혀 다른 인간으로서 행동합니다.
연구원 카쓰라기씨, 코우 박사의 연구가 꽤 흥미롭지 않습니까?
돌만 다만 현 단계에서는 '새로운 인격'이라고 해도 단순한 명령을 심어놓는 정도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겐자부로 그럼 단도직입으로 묻지요. 예를 들어, 레스토랑 종업원에게 총을 쏘게 만들 수 있는 겁니까?
돌만 총입니까? …어렵겠는데요. 기껏해야 케잌을 던지는 정도가 될 겁니다.
연구원 하하하, 그거 무례한 웨이터군요.
겐자부로 (…과연. 디브 녀석, 이미 종업원도 골라 놨다는 건가.)


9. 하이비스커스(주2)
통신 살만의 가족을 확인. 여성 1, 아이 1. 호위는 넷으로 가게 밖에 2, 입구에 1입니다.
겐자부로 알겠다. 계속 감시하라. 디브, 웨이터는 어디서 데려왔나?
디브 알고 싶으십니까? 살만은 조심성 많은 인물입니다. 친숙하지 않은 인간은 가까이 갈 수 없지요. 틀림없는 저 식당 종업원입니다.
통신 살만 도착. 차량 6, 호위는 25입니다.
디브 호오… 총격전이 벌어지면 큰일나겠군요. 그 약의 개발이 계속 진행되면 특수반도 훨씬 편해질 겁니다… 오늘은 아버지로서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날이니까요. 살만에겐 안됐지만.
겐자부로 시작한다.
통신 살만이 자리에 앉습니다.
 
와히드 살만, 시간은 30분입니다.
살만 아아, 호위 감사하오 와히드. 잘 부탁하네.
아빠, 겨우 와 주셨네요!
살만 오늘은 네 생일이잖니. 일하던 거 잠깐 멈추고 왔다.
부인 나쟈는 오늘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살만 그래. 모두가 무사함을 알라신께 감사드리자.
종업원 살만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은 느긋하게 지내다 가시기를.
그러지. 늘 먹던 걸로 주문할까?
부인 시간이 없으니까 당신이 좋아하는 건 먼저 주문해 뒀어요.
아빤 맨날 그거 시키신다니까. 천~천히 드세요.
살만 알았다. 오늘은 이것저것 이야기도 많이 하자꾸나.
얘기는 그렇게 해 놓고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 듣고 싶어서.(온가족 웃음)
종업원 살만님, 요리 가져왔습니다. 마실 것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아빠 이상한 거 주문하면 안돼요. 창피하니까.
살만 하하, 그래.
알라도 부끄럽다고 하셨어요.
살만 그래? 그렇게 되는구나.
부인 후훗, 괜찮아요 나쟈. 아빠가 좋아하시는 걸로 해 드리자.
네에… 엄마도 허락하셨으니 아빠 마음대로.
살만 그래… 그럼 하이비스커스꽃을 뿌린 카르카딜(カルカディ-ル : 차의 일종)로 할까?
종업원 예에.
나왔다아!
살만 하이비스커스꽃을 뿌린 카르카딜. 되겠지?
종업원 '하이비스커스꽃을 뿌린 카르카딜'….
그냥 '하이비스커스'라면 되는 걸 가지고.

웨이터는 요리 사이에 놓인 은제 테이블 나이프를 집어들고 살만의 목덜미에 찔러넣었다.
비비드 라신 병기… 이것이!


(가족들의 비명)
종업원 하이비스커스꽃을 뿌린 카르카딜… 하이비스커스를… 크헉!!(총에 맞고 쓰러진다)
하이… 비스커스를….

작전 종료. 살만의 몸은 최후의 소원대로 하이비스커스를 뿌린 것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
…어이 디브, 귀여운 네 외동딸은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나?
이 작전은 엘디아 전국에 큰 충격을 주어, 정보부 특수반은 누구라고부터 할 것도 없이 '테러'라고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적도 조용히 살만의 죽음을 애도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주2 : ハイビスカス - 부용꽃 비슷한 서양 화초. 꽃말은 '믿음', '섬세한 아름다움'.


10. 각자의 생각
[이슬람 원리주의 과격파 '알 파토프' 지도자 파실]
우리는 금년 들어 네 명이나 되는 간부를 잃었으며, 내 충성스러운 부하 살만은 가족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죽음을 당했다.
CIA의 테넷은 우리에게 무기 및 자금제공을 제의했지만 미국의 속셈은 뻔하다. 우선 엘디아를 내전상태로 만든 다음, UN의 이름을 빌어 군사적으로 개입하여 자기네 가치관을 강요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유일한 자원인 레어메탈에 대한 이권을 독점하는 것이다.
살만에게는 미안하나, 민중을 위해서라도 아직은 전면봉기를 일으킬 때가 아니다. 하지만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 내가 스스로 미끼가 되어 정보부 특수반을 완전히 없애 주겠다!


[CIA 중동방면 작전본부, 군사고문 J. 테넷]
아무래도 파실은 우리 제안 뒤에 감추어진 의도를 간파한 모양이다.
CIA는 이번 파실의 계획에 전면적으로 협력은 하되, 더욱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살만의 부하인 핫산 알리 와히드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살만의 복수에 불타는 단순한 남자이지만, 부하들의 신임도 두텁고 차기 지도자로서도 쓸만한 인물이다.


[알 파토프 간부 핫산 알리 와히드]
친애하는 살만이여, 용감하며 모두에게 경애받던 당신의 원한을 풀 기회가 마침내 찾아왔습니다. 내일이 되면 '테러'는 산 채로 지옥불에 태워질 것입니다!


11. 생명
디브 (전화)카쓰라기씨, 잠시 이야기가… 제 사무실로 와 주시겠습니까?

디브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난처한 듯 웃으며 그가 다가왔다. 디브는 입에 손을 대고 도청감지기로 내 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디브 안전한 모양이군요. 이것을 봐 주십시오.
겐자부로 이건?
디브 그래요. 죽은 살만의 부관인 와히드입니다. 옆에 있는 여자가 누군지는 이미 알고 계시겠지요?

나는 말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디브 그녀, 나디아는 와히드의 딸입니다. 아직 이 일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조만간 미도 부장에게도 알려지겠지요.
카쓰라기씨, 저는 당신과 계속 함께 일해왔습니다. 당신은 정보부에, 아니 현재 엘디아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 당신이 그녀에게 정보를 누설하는 일은 없으리라 전 굳게 믿고 있습니다만… 부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디브의 말대로였다. 미도는 주저없이 날 베어버릴 것이다.

디브 그리고 또 하나. 그녀는 산부인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의사 진단으로는 이미 임신 2개월이라더군요.

충격이 두 배로 나를 덮쳤다. 나디아가 내게 하려던 말은 이것인가?!

겐자부로 아이라….
디브 카쓰라기씨, 저한테 생각이 있습니다. 그 약 있지 않습니까? 살만 암살작전이 성공한 덕분에 연구예산이 크게 증액되어서, 지금은 대단한 기세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요. 그 약으로 그녀에게 다른 인격을 부여해서 테러리스트의 기억을 묻어버리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당신은 그녀를 아내로 삼아 아무 탈 없이 아이를 키우며 가족을 유지할 수 있고.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아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겁니다. 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언제 죽더라도 상관없어요. 특히나 제 딸애는 워낙 미인이라 왕족한테 시집보내도 손색이 없을 정도랍니다.

나는 디브의 말을 흘려들으며 생각했다. 일본에 있는 딸애는 몇 살이나 됐더라…. 야요이 녀석,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지? 아기를 보여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12. 지옥
反국왕파 무장조직 '알 파토프'의 지도자 파실이 비밀회의를 위해 자랄궁(宮)에 나타난다는 정보를 포착한 정보부는 특수반과 경찰을 총동원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자랄궁은 독립전쟁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심한 손상을 입어 폐쇄된 채 무인상태가 되어 있었다. 비밀회의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이지만 입구가 하나뿐이어서 도주하기 어렵다.

디브 신경쓰이는군요. 이 근처에 딸애 학교가….
겐자부로 쉿!
통신 파실을 확인. 반복한다, 파실을 확인. 12명이 안으로 입장. 입구 부근에 30명 정도 잔류.
겐자부로 무장한 테러리스트가 30명… 정면으로 가기엔 버겁군. 어떡할까 디브? (통신기에 총격음)뭐냐?!
통신 안에서 총성이 들려옵니다! 남아있던 병력이 황급히 안으로 들어갑니다. 외부 잔류인원 2. 명령을!
디브 내분일까요?
겐자부로 저격반은 즉시 둘을 처리하라. 제1반은 정면으로 돌입!
통신 Roger!

입구에 있던 적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곧바로 특수반이 건물에 진입한다.

통신 여기는 제1반. 부상 2, 격렬한 저항을 받고 있습니다!
겐자부로 제2·3반, 벽을 폭파하여 먼저 돌입한 1반을 지원하라!
통신 Roger!
 
파실 나다. 우리는 무사히 이탈했다. 곧 지하도를 통해 철수하여 궁전을 폭파하도록.
와히드 파실님, 살만의 원수는 궁전 외부에서 전투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전 살만의 원혼에게 맹세했단 말입니다!
궁전 주변의 건물에도 모두 폭약이 장치돼 있습니다. 놈들이 어디에 숨어있든지….
파실 바보짓하지 마라! 시민들까지 말려들게 할 셈인가?! 멈춰라 와히드! 미국인들이 노리는 대로 걸려드는 게야!
와히드 알라여! 국왕에게 죽음을!!(폭탄을 점화시킨다)


13. 업화
기적적으로 큰 상처 없이 폐허 속에서 빠져나온 나는 변해버린 주위 풍경에 눈을 의심했다.
카쓰라기는 귀와 코에서 피를 흘린 채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부원들은… 누가 어디에 묻혀버렸는지 종잡을 수조차 없었다.

신디 아빠…!!

누군가가, 딸아이가 날 부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눈에 익은 노란색 스쿨버스가 시야 끝자락에 들어왔다.

디브 저건… 딸애 학교의…!

아니야, 신디는 어딘가에 들렀다 오든지, 혼자 남아서 버스에 타지 않았을 수도 있어.
옆으로 쓰러져 알루미늄캔처럼 찌그러진 버스가 불을 뿜었다! 처참한 그 모습을 보며 불길한 예감이 든다.
신디, 아빠가 금방 구해줄게!

신디 아빠아….

플라스틱과 살이 타는 냄새를 참으며 조금 전까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던 버스 안으로 들어가자,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해 꽂히는 것만 같았다. "당신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듯이….
신디! 어디 있니?!

신디는 위를 향해 누운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빛을 잃어버린 메마른 눈동자로….
몸은 불에 타 심하게 문드러져 있었지만, 그래도 심장은 아직 움직이고 있다!!
여보, 신디를 꼭 집에 데리고 돌아가리다! 반드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신디를 끌어안고, 나는 돌만의 연구소를 향해 달렸다.



14. μ93
[엘디아 과학국 뇌의학연구소, 의학박사 돌만 코우]
연구소에도 땅울림과 함께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수많은 실종자가 발생한 모양이다.
경찰의 요청으로 우리들도 구호에 협력하게 되었다. 첫 방문객은 심한 화상을 입은 소녀를 안고 온 정보부의 디브였다.

디브 박사님, 우리 애를… 딸을 살려주십시오!!
돌만 디브씨 어떻게 된 겁니까… ?!
디브 어서 치료를 해 주세요!! 신디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돌만 이, 이건… 안됐지만 디브씨, 이런 심한 화상으로는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습니다.
디브 그런…!! 박사님의 연구를 위해서 제가 그렇게나 도움을 드렸지 않습니까! 정말로 늦어버리기 전에 딸의 인격을 다른 사람한테 이식해 주십시오!!
돌만 하지만 이식을 위해서는 건강한 인간이 한 명 더 필요합니다.
디브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집사람이 곧 이리로 올 겁니다.
돌만 디브씨, 그건….
디브 박사님!! 어차피 이대로 두면 딸은 죽고 맙니다!
돌만 알겠습니다… 하지만 따님은 매우 위험한 상태로,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겨도 그것만은… 양해해 주시겠지요?
디브 딸은 제 목숨입니다. 방법은 뭐라도 좋아요! 부디 아이를 살려주십시오!!

개발코드 'μ(뮤)93'… 하하하하하핫! 피험자는 결코 양호한 상태는 아니지만, 둘도 없는 임상실험 기회를 얻었다. 친모녀간이라 면 거부반응도 저하되어 보다 완벽하게 기억을 교환할 수 있을 터! 만일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다음 단계를 향한 커다란 한 걸음이 되리라.


15. 인체기증
미도 (전화)코우 박사님, 정보부의 미도입니다. 그쪽으로 환자를 둘 보냈습니다.
돌만 미도씨, 여긴 병원이 아니라….
미도 알고말고요. 하지만 그 두 사람은 틀림없이 박사님께 도움이 될 겁니다.

보내져 온 남자의 이름은 들은 적이 있었다. 정보부의 카쓰라기. 또 한 사람은….

미도 마취로 잠재워 놨습니다. 테러리스트의 간부 와히드입니다. 폭파된 자랄궁의 비밀 지하통로에서 체포했지요. 예상보다 강한 충격파 때문에 기절한 모양입니다. 이 어리석은 자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선량한 시민을 해쳤는지 전혀 모르고 있을 겁니다.
부상당한 카쓰라기는 일본 정부에 강력한 커넥션을 구축하고 있어요. 그를 잃는 것은 일본의 원조를 잃는 결과와도 이어질 수 있으니, 박사께서 연구를 계속하시기 위해서라도 절대 이 남자를 죽게 해선 안됩니다. 아시겠지요?

나는 미도의 명령으로 카쓰라기의 기억을 와히드의 뇌에 이식하고, 다시 그 뇌를 카쓰라기의 몸에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
디브의 딸에 대한 임상실험만 가지고는 카쓰라기의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풍부한 생체실험 경험을 가진 연구진이 있었다. 바로 옛 731부대의 군의관들.
내 연구가 더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은 틀림없는 사실. 미도에게는 이후로도 이것저것 협력을 받아야 한다. 이 실험에는 건강한 육체가 많이 필요하니까.



16. 부활
디브 나디아씨, 당신처럼 아름다운 여성과는 좀 더 일찍 만나고 싶었습니다만.
우린 이미 당신 아버지를 체포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아버지의 명령을 받고 카쓰라기에게 접근해 정보를 훔쳐낸 사실도 알고 있지요.
어떤 정보를 빼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저도 거친 방법을 쓰고 싶진 않거든요. 뱃속에 있는 아기한테는 죄가 없으니까.
부하 실장님, 연구소에서 전화입니다. 사모님께서 눈을 뜨셨답니다.
디브 허허… 나디아씨, 실은 당신 아버지가 터뜨린 폭탄 때문에 제 딸애가 죽을 뻔했답니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시간은 잔뜩 있으니까요.
 
디브 코우 박사님은?
연구원 지금 그 환자를 수술하고 계십니다.
디브 그…? 아아, 카쓰라기씨 말이군. 어디, 모두들 잘 지내고 있나?
부인 …아… 여보….
디브 여보, 걱정했다오!
부인 네에… 조금… 아직 머리가 아파서 못 일어나겠어요.
디브 박사님은 지금 수술중이라 금방 오실 수는 없는데, 참을 수 있겠소?
부인 …여보… 우리들이 한 일은 정말 옳은 건가요?
디브 옳으냐고? 당연히 옳은 것 아니겠소! 신디의 인격은 당신 속에 무사히 살아있어요. 대신할 육체만 찾으면 곧 완전한 인간으로 되살아날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되면 다시 온가족이서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지금은 힘들겠지만 둘이 함께 노력합시다.
신디 아빠….
디브 으응?
신디 아빠…!
디브 신디… 신디냐?!
신디 아빠… 나… 있는 힘껏 아빨 불렀어….
디브 신디, 아빠한테도 네 목소리가 들렸단다!!
신디 친구들은… 프란도, 에린도, 방금 전까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렸더니 버스가 쓰러져서 프란 다리가 자리에서… 다리밖에 없었어… 난 몸이 하나도 안 움직여서 "아빠 살려줘요!"하고 소리쳤는데… 목소리도 안 나오고 입도 안 움직였어.
버스에 불이 붙어서 뜨거웠어… 너무 뜨겁고, 이상한 냄새도 나서… 아빠, 얼른 와 주세요, 빨리! 왜 안 오는 거야? 뜨거워, 뜨거워요! 아빠… 이젠 안돼…!
디브 신디! 아빠 여기 있다! 이젠 괜찮아. 넌 살아난 거야!
신디 아빠… 아아… 뜨거워… 뜨거워… 살려줘… 뜨거워, 살려줘요! 아빠, 아빠아아…!!!!
디브 신디, 신디!! 박사는 어떻게 됐나!! 누구라도 와 줘! 어서!!!!
 
돌만 디브씨, 정말 유감입니다. 따님에겐 사건 당시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하게 남아있어서, 저희가 제어를 했는데도 효과가 없이 이런 예상외의 결과가….
디브 집사람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어요.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저렇게 불에 타 문드러져 버린 거지?
돌만 인간의 뇌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지요. 이번 경우처럼 따님이 몸에 받은 아픔과 손상까지 새로운 육체에 복원될 거라고는 저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디브 박사님, 딸은 두 번이나 죽음의 공포를 맛보았습니다. 집사람까지 함께!
돌만 아아니, 처음에 말씀드렸을 겁니다. 성공 확률은 거의 없다고….
디브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 카쓰라기가 죽기라도 한다면, 박사님, 그때는 각오해 두셔야 할 겁니다.


17. 복수
디브 기다리셨습니다, 나디아씨.
이 침대에 누워있는 게 누구일까요? 방금 전 뇌수술을 받은 당신 아버지입니다. 내가 살짝 머리를 흔들기만 하면 바로 저세상이지요. 하지만 그래서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아. 내 딸과 아내가 받은 죽음의 고통을 당신 아버지도 듬뿍 맛보아 주셔야겠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버너로 몸을 절단하면 상처가 바로 탄화(炭化)해서 피가 안 나기 때문에 좀처럼 죽지 않아요. 우선은 오른발부터 시작할까요?
나디아 잠깐만! 아버지도 나도 훨씬 전부터 죽을 각오는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내 뱃속에 있는 아기를… 그 사람의 아이를 살려준다면 알고 있는 사실은 전부 말하겠습니다.
디브 나디아씨, 난 방금 전에 아내와 딸을 잃었습니다. 당신 아버지가 터뜨린 폭탄 때문에. 그 슬픔과 분노를 당신이 이해할 수 있나요?
…그걸 지금부터 알게 해 주겠다는 거요!!
나디아 정말… 죄송해요. 저도 아버지도 죄를 갚을 방법은 죽음 외에는 없겠지요.
디브씨, 당신의 괴로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다면… 절 어떤 방법으로 죽이더라도 원망하지 않겠어요.
디브 !!
나디아 제발, 이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디브 …당신이 자기 목숨을 구해달라고 말했다면 뱃속에 있는 아기부터 먼저 없애버리려고 했는데…….
웬만큼 가치있는 정보가 아니라면 아이를 살리기는 힘들 겁니다. 그럼 들어 보기로 할까요.


18. 거룩한 밤
디브 카쓰라기씨, 몸 상태는 어떠십니까?
나디아씨의 증언에 의해 지도자인 파실을 비롯한 알 파토프의 주요 멤버는 전원 체포되어, 反국왕파는 거의 섬멸되었습니다. 사형판결을 받은 자들은 코우 박사에게 보내져 충실히 그 역할을 다하고 있지요.
나디아씨는 지난주에 건강한 여자아이를 출산했습니다. 하지만 심한 출혈성 쇼크 때문에 응급처치도 소용없이, 안타깝게도 출산 직후 세상을 뜨고 말았답니다. 아기는 육군 특수부대 칼 플라트 대령님께 양녀로 거두어져 '시리아'라는 이름을 받아 소중히 양육되고 있으니 안심하시기를.
 
디브 코우 박사님, 카쓰라기씨의 혼수상태는 언제까지 계속되는 건가요?
돌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데이터상으로는 나디아씨가 출산하던 때부터 계속 각성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디브 그렇다고 하면?
돌만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출산이 외적 자극이 되어 카쓰라기씨에게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습니다. 측정기의 비정상적인 수치를 보면 이 방에서 우리가 하는 대화는 전부 듣고 있는 모양이고, 눈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다른 원인이 브레이크로 작용해서 몸이 자유로이 움직이지 않는 거겠지요. 미리 설정해 두었던 키워드에도 반응이 없습니다.
그것보다도 제가 우려하고 있는 건, 몸이 회복되었을 때 그의 인격이 제대로 돌아왔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만일 와히드의 인격이 카쓰라기씨로 위장하고 있어도 우리들 중에 누가 그걸 간파할 수 있을까요?

내 몸에는 힘이 넘치고 있었다. 귀도, 눈도, 오감은 무서울 정도로 예민해져 있다.
이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무시무시한 실험,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단말마의 비명, 비밀스러운 대화 등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다.
키워드는 성경 안에 있다.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 이 넓은 연구소 어딘가에서 틀림없이 누군가가 그 단어를 입에 올리겠지.
그 순간 나는 부활한다.

코우는 걱정하고 있겠지만, 나는 틀림없는 카쓰라기 겐자부로이다. 단지 이전과 다른 것은, 나는 경애해야 할 국왕폐하를 죽이고 싶다!!


CAST

오오츠카 아키오(大塚明夫)
 
후지타 토시코(藤田淑子)
 
차후린(茶風林)
 
와카모토 노리오(若本規夫)
 
아오노 타케시(青野武)
 
칸나 노부토시(神奈延年)
 
타치키 후미히코(立木文彦)
 
미타 유우코(三田ゆう子)
 
토우마 유미(冬馬由美)
 
쯔카다 마사아키(塚田正昭)
 
하야미 쇼우(速水奨)
 
고우리 다이스케(郷里大輔)
 
노지마 켄지(野島健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