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세뇌 -BRAINWASHING- 그날 이후, 쯔키나는 숙소에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명목상의 '출장'… 통상임무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레이카 : 곧 있으면 다시 함께 지낼 수 있어. 조금만 참아. 토오루 : 곧이라니…? 레이카 : 네가 원수를 갚는 날까지… 그러니까 열심히 해서 원수를 갚도록 해. 사장의 말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우선은 사장 말대로 원수를 갚는 일에 전념할 수밖에. 긴급경보가 울리는 작전실. 쯔키나가 사라진 후로는 사고가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는 세세한 곳까지 지시를 내리는 AI의 존재가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 얄궂을 따름. I·V·S 인더스트리의 칩 제조공장이 테러리스트의 습격을 받았다고 한다. 모니터에서는 두목인 듯한 남자의 범행성명이 흘러나오고 있다. 레이카 : 쿠웡… 여전히 쓸데없이 뜨거운 남자네…. 소우마군, 알고 있겠지만 I·V·S는 우리와는 업무상 제휴관계인 최첨단 기업 중에 하나야. 이번 임무는 매우 중요해. 토오루 : …알고 있어… 닥치는 대로 쓰러뜨리면 되는 거지? 레이카 : 짝이 없어지고 나선 꽤나 거칠어졌군…. 이번엔 특별임무를 줄게. 지난번에 약속한 대로. 토오루 : …특별임무?
레이카 : 알겠지 소우마군? 원수를 갚는다면, 지금처럼 계속 그녀의 손을 잡고 있을 수 있어. 그 점을 명심해 두도록. 쯔키나 : …괜찮아… 내가 도와줄 테니까… 꼭 원수를 갚게 해 줄게. 느릿느릿 이야기하는 쯔키나의 눈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슬프고 괴로운 눈빛은, 보고 있기만 해도 가슴이 미어진다. 명랑하고, 어딘가 맹한 구석도 있지만 마음씨 고운 쯔키나… 그녀는 이제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까? 쯔키나 : …토오루… 이것만은 기억해 줘…. 나, 무슨 일이 있어도 토오루를 좋아하니까…. 작전구역에 홀로 전송된 주인공. 쯔키나가 준비를 마치고 합류할 때까지는 혼자서 버텨야 한다. 뒤늦게 달려온 쯔키나는 유우야의 원수에게로 안내하겠다며 앞서나간다. 사장의 지시에 따라, 두 사람은 넷 외부로부터 통신 및 탐지가 불가능한 은밀모드로 이행하여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언가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여 물어보지만, 쯔키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도록 지시받았다며 대답을 거부한다. 쯔키나 : …토오루. 이것만은 잊지 마… 난 언제나 토오루 편이야…. 해치 너머에는 본 기억이 있는 슈미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우야의 원수와 싸우고 있던 테러리스트! 조준을 맞추려는 주인공을 쯔키나가 제지한다. 테러리스트 남자는 "원수는 날 찾아올 것"이라면서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잠시 후 그의 부하들을 쓰러뜨리며 '원수'의 기체가 출현하자, 남자는 뒷일을 맡긴다며 퇴각해 버린다. 그리고 전투의 시작.
소녀 : 어째서… 왜 날 방해하는 거야?! 쯔키나 : 복수야… 당신이 유우야를 죽이지 않았으면, 우리들…! 소녀 : …복수? …'유우야'? 쯔키나 : 시치미떼지 마…! 당신은 우리 친구를 죽였어… 저항할 의사도 없었는데…!! 토오루 : 쯔키나, 그만해! 쯔키나 : 그치만…! 흐윽… 이 여자만 없었으면, 우리들…. 소녀 : 난… 확실히 테러리스트들은 잔뜩 죽였어… 이젠 누굴 죽였는지 기억도 못할 만큼…. 쯔키나 : 유우야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야!! 소녀 : 몰라… 정말로 기억이 없어…. 나도, 동생 원수를 갚으려고 지금까지 혼자서 죽어라고 싸웠어…! 전쟁터에서 누굴 죽였는지 따위는 기억 못해!! 토오루 : ……. 쯔키나 : 그런… 잘도 그런!! 토오루 : 그만둬, 쯔키나…. 나는 총구를 겨누는 쯔키나를 제지한다. 마음속에는 묘한 허탈감이 가득했다… 여기서 이 소녀를 죽인다고 해서 뭐가 어떻게 되는 걸까…. 유우야가 죽은 건, 억지로 녀석을 위험한 곳에 끌고 간 우리들 책임이다. 정말 비난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우리 둘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토오루 : 그 여자 말이 맞아… 우리들도 실수로 누군가를 죽이지 않았다고는 말 못해. 잘못한 건 전장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우리들이야… 이제 이걸로 됐잖아? 쯔키나 : …그렇지만… 그치만…. 토오루 : …하나만 가르쳐 줘. 동생 원수를 갚는다고 했지? 소녀 : 으, 으응…. 토오루 : 그 원수라는 게 저 겐하란 녀석이야? 소녀 : …….(고개를 끄덕인다) 토오루 : …가. 조금만 걸으면 이탈방해구역에서 벗어날 거야. 쯔키나 : …토오루?! 소녀 : 고마워……. 소녀의 전자체는 전장을 떠나려 한다. 레이카 : 뭘 하는 거야? 어째서 해치우지 않나? 토오루 : …우군은 공격할 수 없습니다. 그건 규칙위반입니다. 레이카 : …너란 녀석은…!!!! 토오루 : 그, 그렇게 노려봐도…! 레이카 : …소우마군, 저 여자를 쏴. 노래와도 같은 사장의 목소리에, 일순 의식이 멀어진다…. 레이카 : 그래, 조준을 등에 맞추고…. 어딘가 먼 곳에서, 내가 소녀의 등에 조준을 맞추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이 마치 타인의 행위인 양, 나는 무감동하게 바라보고 있다. 레이카 : 그래… 그거야. 이젠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돼. 이대로는 안된다고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소리치지만, 나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다… 유압식 기계처럼 손가락이 천천히 구부러진다. 토오루 : 어… 라…? 조준선 옆에 또다른 소녀의 모습이 있다… 어느 쪽을 노려야 하지? 머릿속이 혼란해지기 시작한다. 레이카 : …어떻게 된 거야? 왜 안 쏘나? 토오루 : …쏘다니, 어느 쪽을…? 레이카 : 어느 쪽이라니, 한 사람밖에 없잖아. 사장에게는 또다른 전자체가 탐지되지 않는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혼란 속에 느릿하게 움직이던 내 머릿속이 공포와 함께 급속도로 깨어난다. 토오루 : …와이어드 고스트. 소녀는 그때처럼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나의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기듯, 슬픈 얼굴로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토오루 : 제, 젠장…!! 나는 떨리는 손으로 조준을 해제한다… 하마터면 스스로의 의사에 반해 저 소녀를 쏘아버릴 뻔했다. 레이카 : …이럴 수가… 어떻게?! 회선 너머에서 타치바나 사장이 절규한다… 나는 심장이 고동치는 것을 느끼며, 지금 일을 냉정히 생각해 본다. 사장의 목소리와 함께 나는 내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려 했다… 그리고 지금, 사장은 내가 그것을 거역한 사실에 놀라고 있다. …'세뇌'… 그 두 글자가 머릿속에 날아든다. 레이카 : 놀랍군… 연약해 보였는데, 네 정신은 돌로 돼 있는지도 모르겠군. 토오루 : 그쪽이야말로… 어느 틈에 세뇌를…?! 레이카 : …흥, 스스로 좋아하며 세뇌를 받아 놓고선…. 상관없어. 사사기리양, 소우마군이 쏘지 않겠다면 실력행사를 하도록. 쯔키나 : …그런!! 레이카 : 사사기리양, 총을 겨눠. 기묘한 억양이 더해진 사장의 목소리에, 쯔키나는 눈의 초점을 잃고 총구를 내게로 겨눈다. 레이카 : 소우마군, 저 여자를 쏴… 그렇지 않으면 사사기리양과 싸우게 될 거야. 토오루 : …그런 말도 안되는…. 레이카 : 아직 이해를 못한 모양이군… 한 발 쏴 줘. 쯔키나의 슈미크람의 손가락이 중화기의 방아쇠에 걸리고… 그대로 떨리며 정지한다.
회선 너머로 들려오는 쯔키나의 쉰 목소리… 슈미크람의 팔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레이카 : 이런이런… 사사기리양은 정말로 소우마군을 좋아하는구나. 하지만 말이야, 소우마군… 사사기리양의 정신력을 시험하는 일은 안 하는 편이 좋아. 토오루 : 무슨 뜻… 설마 쯔키나까지 세뇌를?! 쯔키나 : 토오루! …제발! …어서!! 절규와 함께, 방아쇠에 걸린 슈미크람의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1. 여자를 쏜다 2. 쯔키나를 믿고 여자를 쏘지 않는다 1. 쏜다 : 토오루 : …알겠어. 공격한다…. 나는 이를 갈면서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어느샌가 손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소녀 : …?! 마치 내 살기를 읽기라도 한 듯이, 조준 저편에서 소녀가 뒤돌아본다. 경악하는 얼굴이 고해상도 시력에 커다랗게 비친다…. 소녀 : …어째서?! 헐떡이는 듯한 목소리를 들은 순간, 손가락이 기계적으로 구부러진다…. ……일순간 후, 소녀의 전자체는 소멸해 있었다…. 쯔키나 : 흐흑… 미안… 토오루… 미안해…. 회선을 통해 쯔키나의 흐느낌이 들려온다… 허무하다… 저 여자를 죽이고, 유우야도 쯔키나도 구하지 못한 채로, 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레이카 : 훌륭해… 이걸로 복수도 무사히 완료. 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멋지게 해냈어. 토오루 : 어째서… 왜 나한테 이런 일을 시킨 거야?! 이제부터 우릴 어떻게 할 거야?! 레이카 : …글쎄. 가르쳐 줄까? 내 충실한 강아지.(강제이탈을 건다) 정신을 차린 곳은 융단이 깔린 사장실 바닥. 레이카 : 임무 수고했어. 토오루 : …무슨 뜻이야?! …제길, 어째서 이런 일을…!! 레이카 : 네 추측대로, 사사기리양은 세뇌 처리를 받고 있는 중이야. 그리고 너의 복수를 거들어 완수한 시점에서 처리 완료… 심층심리에 그렇게 세팅해 두었지. 토오루 : …그런…! 놀라움과 분노로 나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나는 복수에 집착한 나머지 두 명의 소녀를 파멸시켰다… 그런 생각이 넘쳐올라, 마음속은 후회와 분함으로 가득찬다. 토오루 : 어째서야…?! 어째서 이런 끔찍한 짓을…?! 레이카 : …알고 싶다면 가르쳐 주지. →→ 2. 쏘지 않는다 : 토오루 : 아니… 쏘지 않겠어. 쯔키나는 날 쏠 수 없어. 쯔키나 : 으… 으아아아아아…!!!! 방아쇠가 당겨지고, 내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총탄이 스쳐지나간다. 쯔키나 : 하아… 하아… 하아…. 토오루 : 고마워… 난 쯔키나를 믿고 있었어. 쯔키나의 페이스 윈도우에 의식을 잃은 얼굴이 표시되고, 그녀의 슈미크람이 정지한다. 레이카 : 무슨 일을… 믿을 수 없어…. 나는 떨리는 손으로 은밀모드를 해제하고, 군 공통회선을 통해 외친다. 토오루 : 1161구역에서 정보과 파일럿의 전자체 발견!! 가까이 있는 자는 즉시 회수해 주기 바란다! 손상을 입고 있다!! 미노리 : …아, 지금 신호는 토오루씨지요? 감사합니다! 도움받는 것도 이걸로 두번째군요. 토오루 : 금방 회수할 수 있겠어? 미노리 : 에? 카이라씨와 요오스케씨가 그쪽을 향해 가고 있는데…. 토오루 : 서둘러… 빨리 회수해서 이탈해! 미노리 : 아, 네에…!(회선을 끊는다) 레이카 : 설마… 이렇게까지 해 주리라곤 생각도 못했어, 멍청이. 토오루 : ……그래서, 날 어쩌려고? 레이카 : …어디 변명이라도 들어 볼까? 바보씨.(강제이탈을 건다) 정신을 차린 곳은 융단이 깔린 사장실 바닥. 레이카 : 강제이탈당하는 것도 이걸로 두번째네? 토오루 : 세뇌에 비하면야 아무것도 아니지…. 레이카 : 그거 유감이군… 복수를 끝마친 시점에서 사사기리양의 세뇌가 완전히 끝나는 거였는데. 토오루 : 어째서야…? 왜 이런 짓을?! 레이카 : …알고 싶다면 가르쳐 주지. 사장은 주머니에서 작고 검은 사각형 물체를 꺼낸다. 그것은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생체소자(바이오칩). 레이카 : 이건 내년 봄부터 I·V·S에서 양산 예정이었던 표준형 뇌내칩… 뇌내칩이 뭔지는 알고 있겠지? 당연히 난 알고 있다… 아니, 이 시대에는, 뇌내칩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소꿉친구 이상으로 친숙한 존재였다. 넷 공간으로의 억세스를 가능케 하기 위한 생체소자. 초등교육 연령에 도달한 시민에게는 半의무적으로 장착되는 인공기관이다. 그 말단은 신경삽입자(뉴로잭)에 접속되어, 컴퓨터와 뇌 사이에서 직접적인 신호변환을 실현한다. 지금 시대에 칩을 삽입받지 않은 것은 옷을 입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생존은 가능하지만, 제대로 된 시민생활은 불가능하다. 레이카 : 테러리스트 덕분에 양산계획이 엉망이 돼서 생산이 연기됐지. 그 쿠웡이란 남자… 세간에서는 미치광이라고들 여기지만, 사실은 묘하게 예리한 남자야. 토오루 : 그게 대체 무슨 관계가…? 막 질문하려던 나는, 쿠웡의 말을 생각해내고 흠칫한다. 지금부터 12시간 이내에, 정부는 민중들에게 레이카 : …그래. 이 새로운 칩에는 블랙박스가 존재하고 있어. 잠재의식에 메시지를 새겨넣는 인터페이스… 간단히 말해 세뇌회로. 토오루 : 불가능해… 칩의 코드는 몇십 개나 되는 단체에서 부정이 없도록 감시를…. 뇌내칩의 코드는 부정이 없도록 중립기관의 엄격한 감정을 받고 있다… 그렇게 반박하려던 내 말이 도중에 끊기고 만다…. 불가능한 게 아니다. V·S·S나 I·V·S같은 최첨단 기업은 업무상 제휴를 맺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장이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 현대사회는 뇌내칩 코드의 신뢰성을 기반으로 성립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칩 삽입이 정착되고, 反칩주의자 동맹은 광신자 취급을 받는 것이다. 레이카 : 그래… 안됐지만 가능하지. …안심해. 너희들의 칩은 재래식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세뇌를 위해 그런 수고를 하게 된 거야. 하지만 이 칩이라면 회선을 경유해 자유롭게 세뇌 프로세스를 전송할 수 있지. 회선이 연결된 장소라면 어디라도. 머릿속에 악몽과도 같은 광경이 떠오른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재의식 아래 세뇌를 받고 있는 수십억의 민중들…. 토오루 : …일류기업이 그런 계획에 가담하고 있었다니… 발각된다면 V·S·S도 한순간에 끝장이군. 레이카 : 발각될 이유가 없지… 이런 계획이 겨우 기업 수준에서 진행될 리가 있나? 토오루 : ……. 레이카 : 그래. 이 계획에서 V·S·S는 단순한 기술담당에 불과해… 대중을 직접 조작하는 것은 권력자의 영원한 꿈이지. 토오루 : ……전체주의 국가 건설이라도 도울 생각인가? 레이카 : …과정으로서는 그럴지도. 원래부터 대중의 의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물론, 개개의 인간에게는 의사가 있겠지. 하지만 그런 건 대중 속에서는 의미가 없어. 결과적으로 생겨나는 것은, 혼돈에 가득찬 관리 불가능의 군중심리, 매스미디어에 농락당하는 양떼…. 그 결과가 지금 이 사회의 현실이야. 자원고갈, 지독한 환경오염, 잠재된 광기, 썩어빠진 통치 시스템… 칩은 거기에 질서를 가져다 주는 것에 불과해. 보다 통일된 흐름으로 말이지. 토오루 : 뭐가 질서란 거야… 당신들이 바라는 흐름… 이겠지? 레이카 : 아하하하하하하핫…!! 토오루 : …뭐가 우습나? 레이카 : 지도자들도 민중과 마찬가지. 그런 어리석은 자들이 세뇌 시스템을 손에 넣어도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아. 아니, 어리석은 자들이 욕망에 이끌려 세뇌기술로 대중을 조작한다면… 아마 진짜로 파멸이 찾아오겠지. 토오루 : 그럼 어째서 계획에 가담했지?! 레이카 : 소우마군… 난 말이지, 좀 더 먼 장래의 일을 내다보고 있어. 파멸은 찾아올 거야… 하지만 우리들은 그 파멸에서 살아남아, 마침내는 모든 인류를 통제할 수 있게 돼. 토오루 : …당신… 제정신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레이카 : 이 회사는… 내 꿈이야. V·S·S는 앞으로 찾아올 세계의 테스트 패턴… 너희들은 그 첨병이 되는 거지. 토오루 : 테스트라니…?! 머릿속에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정보가 연결되어, 이전부터 품고 있던 의문이 풀려버린다. 왜 V·S·S의 사원들은 모두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가. 어째서 대부분의 V·S·S 파일럿이 고문과도 같은 이상한 처리를 받는가… 답은 명확하다. V·S·S 파일럿, 아니 대부분의 사원은 세뇌칩이 삽입된 미래사회의 테스트 패턴이었던 것이다…. 레이카 : 규모로 따지면 재벌의 1만분의 1도 안 되는 V·S·S가, 어떻게 해서 보안업계 1위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 현자들이 모든 종업원을 통제하고 있어… 그러니까 V·S·S의 모든 사원이 현자의 집합과도 같은 거야. 말하자면 일심동체. 토오루 : 뭐가 현자 집단이야… SEX중독자 집단인 주제에…! 레이카 : 현자는 성욕을 즐기지만 거기에 빠져들진 않아. 자아… 'V·S·S는 인류를 진화시킵니다', 이런 캐치프레이즈는 어떨까? 아하하핫! 토오루 : 미쳤군…. 레이카 : 고민하지 마… '제정신'이란 건 개인적인 주관에 불과한 거야. 현자와 우민의 '제정신'은 다른 거지. 토오루 : …그럼 난 우민으로 만족하겠어. 미치광이들 사이에 동료로 들어갈 바엔 죽는 편이 차라리 나아! 레이카 : 슬픈 이야긴 하지 마… 사사기리양이 슬퍼하잖아? 토오루 : 사사기리…? 그래, 쯔키나는? 쯔키나를 어떻게 했어?! 레이카 : 훗…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만나게 해 줄 테니 따라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서 걸어나가는 레이카 사장.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예전에 온 적이 있는 의료블록의 '특별실험실' 앞. 레이카 : 기다렸지? 네 소중한 사람은 이 안에 있어. 토오루 : ……. 레이카 : 왜 그래? 내가 대신 열어 줄까? 토오루 : 쓸데없는 참견을!(문을 연다) ……쯔키나. 딱딱한 침대 위에 쯔키나가 누워있다. 사지를 구속당하고, 전신에는 수많은 전극을 부착한 채로…. 토오루 : …이건 도대체…?! 레이카 : 후후후… 아하하하핫! 감동의 재회네… 살며시 끌어안고 키스라도 해 주면? 토오루 : 뭐야?! 이건 도대체 뭐냐고?! 뛰쳐나가려는 주인공을 연구원들이 찍어누른다. 레이카 : 뭐냐니… 그러니까 '특별훈련'이라고 했잖아? 토오루 : 거짓말하지 맛!! 이런 추잡한 훈련이 어디 있나?! 레이카 : 그런 게 있어… 잠재의식 속에 메시지를 새겨넣는 건, 어떤 종류의 정신상태일 때가 제일 효과적이야. 예를 들면 오르가즘이라든지. 원래 사사기리양은 전사에 걸맞는 거친 마음을 갖고 있지 않아… 그래서 우선은 그것부터 단련할 필요가 있었고. 하는 김에 고분고분 말을 잘 듣도록 세뇌 처리도 했을 뿐이야. 빈민가 출신들은 반항심이 왕성하거든.(리모콘 스위치를 켠다) 쯔키나 : 흐윽…! 아아아아아아…!! 토오루 : 그만… 그만해!! 쯔키나한테 심한 짓 하지 마!! 레이카 : 심한 짓이 아니야… 약물에 찌드는 것보다는 훨씬 건강한 방법이니까. 게다가 이렇게 기뻐하고 있잖아? 몇백 번, 몇천 번이고 절정을 경험하면서, 사사기리양의 무의식에는 싸움의 소양, 전투 패턴 등등이 가득 들어차게 된 거지. 토오루 : 그만둬!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왜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레이카 : 어째서라니… 이건 사사기리양이 원한 일. 게다가 원래 이유를 따지자면, 네가 너무 강한 게 잘못인 걸. 토오루 : …뭐라고? 레이카 : 너희 둘은 전투력의 차이가 커… 이대로 차이가 벌어지면 콤비를 해체할 수밖에 없어. 팀은 대등한 전력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사사기리양은 필사적으로 훈련을 받고 있는 거야. 기특하지? 너와 함께 싸우고 싶어서…. 누구한테도 보인 적이 없는 맨살을 스탭들 앞에 내놓고서, 얼마나 부끄럽고 분했을까? (리모콘을 건네주며)멈추고 싶으면 좋을 대로. 토오루 : 쯔키나, 지금 구해줄게…!(정지 버튼을 누른다) 둔한 기계음이 멈추고 침묵이 찾아든다. 그러나…. 쯔키나 : …몸이 뜨거워… 불이 붙었나 봐… 만지기만 해도 저려…. 머리가 이상해… 토오루… 제발 도와줘…! 급격한 흥분상태에서의 갑작스러운 단절(혹은 세뇌 시스템의 부산물인 정신 및 감정상태의 조종)에 의해, 쯔키나는 미칠 듯한 발정상태에 휩싸여 있었다. 구속구가 해제되자 그녀는 주인공에게로 달려들어…. 쯔키나 : 미, 미안… 그치만… 더 이상은… 미쳐버릴 것 같아…! 레이카 : …잘됐지 뭐야? 소우마군… 후훗, 꿈에도 그리던 애인의 입술이네. 뭐하다면 서로 해 주는 건 어때? 토오루 : 헛소리하지 맛!! 다들 보는 앞에서 그런 짓을…. 쯔키나 : …토오루… 제발…. 미안해… 하지만 나… 참을 수가…. 토오루 : ……알았어…. 사장과 스탭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은…. 레이카 : 자아, 아직 멀었어… 진짜는 이제부터야. 주변을 에워싼 스탭들이 두 사람을 벨트로 구속하고는, 뉴로잭을 삽입하고 온몸 곳곳에 전극을 부착한다. 토오루 : 어째서 우리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 거야…?! 레이카 : 오해하지 마. 난 너희들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거든…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미래를 주려는 거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사장의 목소리… 하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선 그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 …쯔키나,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 우리들은 악마에게 홀려버린 건지도 몰라…. 짧은 시간 동안 몇 번이고 찾아오는 절정 속에서, 그런 생각도 사라져 버리고 만다…. 세 뇌 완 료 6장 세뇌 -BRAINWASHING-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