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붕괴 -COLLAPSE-


기지로 철수한 그날 밤, 나는 V·S·S의 숙소를 몰래 빠져나왔다.
나의 세뇌가 풀린 것이 발각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 전에 나는 쯔키나를 구해낼 의무가 있다.

그녀를 함께 데려나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것이 고역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태인 쯔키나를 데리고 나와도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

…페타오 괴멸로 모두가 떠들썩한 가운데,
나는 혼자서 옛 마을로 돌아왔다.

토오루 : …불러내서 미안….
아키라 : 뭘, 괜찮대도… 어려울 땐 서로 돕는 거지. 나도 얼마 전에 실직해서 한가하던 참이다.
「초원의 늑대」 출신 동창회라고나 할까… 상대가 V·S·S라면 해 볼 가치도 있겠지.

옛 아지트에서, 마지막 남은 동료인 아키라의 힘을 빌려 V·S·S에 해킹을 걸기로 한 주인공. 잠시 쿠웡이 남긴 홀로디스크의 내용을 생각해 본다.

세뇌칩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AI가 필요하다. 아마도 그것은 V·S·S 기지 구조체의 가장 깊숙한 부분에 있을 것이다.
그 AI를 파괴하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세뇌 시스템은 완전히 괴멸한다… 단, 거기에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AI가 파괴될 때, 세뇌칩의 지배하에 있는 사람들에게 중대한 과부하가 걸리게 되지. 심한 경우엔 뇌손상, 최악의 경우 뇌사의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세뇌칩의 지배하에 있는 이상, 그들은 정신적으로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혹시 살아남을 운명인 사람이라면 무사히 그 장애를 넘어서겠지만.
믿어 주게. 사사기리의 딸은 거듭되는 세뇌 후에도 자네 이름을 부르고 있지 않았는가… 그런 인간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아.
적어도 타치바나 레이카에게는 천벌이 내릴 것이다. 세뇌자를 콘트롤하기 위해, 그녀도 AI와 자신의 뇌를 링크시켜 두고 있을 테니.
…AI가 붕괴하면 그녀 또한 붕괴한다…!!


마지막에 쿠웡이 떠올린 처절한 웃음은 당분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누군가의 파멸을 기뻐하는 자만이 보일 수 있는 사신(死神)과도 같은 웃음….

아키라 : 엄청난데… 이 바이러스 반해버리겠어. 비합법이든 군용이든 가리지 않는다… 크메르 루즈(AI Killer)… 일단 기생해 버리면 다신 살아나지 못해.

바이러스를 살펴보며 순수한 '기술적 흥분'상태로 웃고 있는 아키라. 쿠웡의 홀로디스크에 딸려온 위험천만한 부록이다.

토오루 : 「초원의 늑대」의 마지막 무대다… 근사하게 가자고!

V·S·S의 방어체계는 아직 탈주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사원용 식별신호를 발하며 전진하는 주인공의 슈미크람에게 AI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부터는 지옥 1번지입니다. 지옥에 들어가기에는 업이 부족하군요… 업을 쌓기 위해서는 V·S·S 훈련센터에서 교습을….'
언젠가와 똑같은 상황… 주인공의 부름에 대답하듯이 바첼러가 나타난다. 수많은 바이러스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센서에는 전혀 탐지되지 않는 상태. 그는 주인공의 뒤를 쫓아서 보안체계를 돌파해 왔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토오루 : 바첼러… 미안하지만 오늘은 너랑 놀고 있을 여유가 없어.
바첼러 : 알고 있어. 너도 참 질리지도 않는군… 어째서 이런 큰 이벤트에 날 안 부른 거야?
토오루 : …어떻게 그걸…?!
바첼러 : 헤헤헷, 난 네 팬이거든. 언제나 네 행동을 체크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말했잖아? V·S·S에서는 손을 떼는 게 낫다고.
AI가 망가지면 V·S·S 따윈 그저 얼간이들이지. 조직적인 행동은 취할 수 없어.

토오루 : …왜 날 도와주는 거지?
바첼러 : 그러니까 네 팬이라고 했잖아. 요즘엔 놀지도 못해서 심심하던 참이고… V·S·S에는 빚이 좀 있거든.

다른 무기들과 조합해서
쓰기 좋은 포톤 블래스터.
구조체의 조명이 헝클어지고, 엉터리 메시지가 통신회선에 난무하기 시작한다. 열심히 하라는 바첼러의 인사말을 뒤로 하고 주인공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바첼러의 해킹 덕에 첫 관문은 수월하게 돌파했으나, 구조체의 심층부는 정예 α유니트가 지키고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 방어선을 뚫고 바이러스를 심기 위해 돌입하는 순간….
눈부신 빛과 함께 사장실에 서 있는 주인공. 어느샌가 전자체 상태로 되돌아왔고, 아키라와의 교신화면도 열리지 않는다.
이것은 현실인가? 아니면 가상화면의 또다른 꿈?

레이카 : 후후훗… 천하의 소우마군도 동요하는군. 여기가 현실인지 가상인지 모르겠지?
토오루 : 당신 목이라도 졸라 보면 알겠지.

레이카에게 달려들지만, 그녀는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 모습을 나타낸다. 순간이동이라니, 넷의 법칙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여기가 현실이 아닌 것 또한 확실하다.

레이카 : 바보, 넌 언제나 그래. 일처리가 깔끔하지 않아.
토오루 : 타고난 성격이라서 말이지… 그냥 냅둬!

슈미크람으로 이행하려 해도 프로세스가 시작되지 않는다.

레이카 : 그러니까 바보라는 거야… 사물을 깊게 생각해 보라고. 느닷없이 AI가 지배하는 영역으로 뛰쳐들어오다니, 어이가 없군.
넷 공간의 가상현실은 원래 수백만 대의 AI에 의한 분산협력작업이라고 배우지 않았어?
토오루 : 미안하지만 고졸이야.

물론 알고 있는 사실이다. 태고적 인터넷의 유산 위에 구축된 수백만 대의 A급 인공지능 네트웍, 그것이 넷 공간의 물리적인 모습.

레이카 : AI라도 자신이 귀엽고 소중해. 스스로의 존망이 걸린 문제가 되면, 넷의 법칙을 무시해서라도 살아남으려고 하지.

방금 전의 이상한 광경은 V·S·S의 AI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넷의 법칙을 왜곡하여 만들어낸 것이 틀림없다. 빠져나갈 방도를 생각해 보지만….

레이카 : 쓸데없는 노력이야. 감각의 감옥으로부터는 빠져나갈 수 없어… A급 인공지능이 농담같은 「로봇 3원칙」을 지키고 있는 걸 감사히 생각하라고.
토오루 : 그래서, 날 어쩔 셈이지? 로봇 3원칙이 살아있다는 건, 여기 있는 AI도 당신이 날 죽이도록 돕지는 않는다는 말인데?
레이카 : 해를 가하지는 않아… 그래, 난 소우마군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려고 해. 그래서 인공지능도 이렇게 날 도와주고 있는 거지.

사장이 손뼉을 치자 사장실은 의료실로 모습을 바꾸고, 주인공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돌아보자 그곳에는 지난번과 같은 모습으로 쯔키나가 침대에 묶여 있었다.

토오루 : …환각…?
레이카 : 멍청한 소릴… 가상현실은 모두 환각이야. 단지 거기에 사람의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

땀과 체액으로 범벅이 된 채, 쯔키나는 구원을 바라는 애타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손을 잡은 순간, 그녀의 몸에 진동과 전류가….

쯔키나 : 하악…!! 토, 토오루… 도와줘어… 나 이상해져…!!
토오루 : …레이카!!
레이카 : 이런이런, 이름까지 함부로 부르고… 꽤나 미움받은 모양이네.
토오루 : …당연하지… 어째서 이런 지독한 짓을…?!
레이카 : 뻔한 일이잖아… 너희들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기 때문이야.

리모콘을 끄고, 중단된 쾌락의 여운에 몸부림치는 쯔키나와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짓는 레이카. 두 사람을 앞에 놓고 주인공이 내린 결단은….

■ 5장에서 레이카의 유혹을 거부했다면 아래 선택지 등장.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더라도 6장에서 여자를 쏘았다면….

1. 쯔키나와 사랑의 행위를 한다
2. 쯔키나와 행위를 하지 않는다

■ 5장에서 유혹에 넘어갔다면 →→










































1. 행위를 한다 :

AI의 지배하에서는 탈출조차 불가능이다. 하다못해 쯔키나의 욕망을 가라앉혀 주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주인공.
뉴로잭을 꽂고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만 같은 이 순간….
갑자기 등 뒤에서 총격이 쏟아진다. 다행히 슈미크람의 후면장갑을 강화시켜 둔 덕분에 피해는 없었다.

아키라 : 이봐, 느닷없이 그렇게 거칠게… 토오루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소녀 : 연사 한 번에 죽어버릴 정도는 아니잖아.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파악하려는 주인공. 주위는 신경세포 모양을 한 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 AI의 본체가 자리한 곳이다.

토오루 :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키라 : 갑자기 군발이 아가씨가 찾아와서는… 네 상태를 물어보더니 대뜸 총을 갈겨대잖아.
소녀 : 그래도 덕분에 정신을 차린 모양이네?

유우야를 죽인 소녀… 등 뒤에 서 있는 기괴한 모습의 슈미크람. 그녀는 총격으로 AI의 환각으로부터 주인공을 끌어내 주었다. 하지만….

토오루 : 어째서 당신이 여기 있는 거야?
소녀 : …빚을 갚으러 왔어. 다행히도 보안체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토오루 : 그런데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걸…?
소녀 :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말해 줄게… 그것보다, 전방에 적기 출현!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빛의 창을 피해 돌아보자, 광학병기를 가득 탑재한 기괴한 형상의 중량급 기체가 주인공을 조준하고 있다. 식별번호는 α7-2, 쯔키나….

토오루 : 그만둬 쯔키나! …나야, 모르겠어?!
레이카 : 안됐지만 지금의 사사기리양은 널 알아보지 못할 거야.
토오루 : 뭐라고?! …하지만 아까는….
레이카 : 이해 못하겠어? 그것은 세뇌의 결과 의식 저 밑바닥에 갇혀버린 진짜 쯔키나양이 구체화한 이미지.
네가 알고 있는 쯔키나는 이미 심층의식 밑의 그림자에 불과해. 무의식의 어둠 속에서 지금도 저렇게 괴로워하며 울부짖고 있는 거야!
토오루 : ……뭐라고?!
아키라 : …토오루, 단념하고 쯔키나를 쓰러뜨린 다음 바이러스를 방출해. V·S·S의 보안체계가 언제 부활할지 모른다고.
토오루 : …하지만, 그러면 쯔키나가….
아키라 : 잘 되면 전자체로 살아남을 수 있어… 잘못되더라도 최소한 편안해질 수는 있겠지….
토오루 : …그런!!
레이카 : 아하하핫!!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항복하면 사사기리양과 함께 있을 수 있어.
소녀 :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대신 상대해 줄까?
광학병기 덩어리 α7-2.
토오루 : …아니, 됐어… 그러면 당신한테 빚을 지게 되니까….
레이카 : 훗, 무리하긴… 네가 사사기리양과 맞서 싸울 수 있을까?
토오루 : …제길… 쯔키나, 죽을 때는 함께 가 줄게!!
레이카 : α7-2에게 최우선명령! α7-1을 파괴, 제거하도록!!
쯔키나 : Roger.


슈미크람이 파괴된 자리에 기절한 쯔키나의 전자체가 보인다. 아키라의 조작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소녀는 서두르라는 말을 남기고는 먼저 방을 빠져나간다. 쯔키나를 안아들었을 때….

레이카 : …아하하하하하….
…여기야… 소우마군.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 방 중앙에 있는 세뇌 시스템은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아 분열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그 위에 힘없이 서 있는 레이카 사장의 전자체는, 마치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처럼 보인다.

적어도 타치바나 레이카에게는 천벌이 내릴 것이다.
세뇌자를 콘트롤하기 위해,
그녀도 AI와 자신의 뇌를 링크시켜 두고 있을 테니.
…AI가 붕괴하면 그녀 또한 붕괴한다…!!

토오루 : 미래의 테스트 패턴은 대실패로군… AI가 망가지자 이 꼴이라니.
레이카 : 후후후…… 그렇네. 하지만 나한테 있어서는 대성공… 훌륭한 대성공이야.(미소짓는다)
토오루 : 무슨 뜻이지…?
레이카 : 소우마 토오루군… 넌 내 인생의 자랑이야… 좀 더 빨리 알아차렸으면 좋았을 텐데.

사악한 기운이 걷힌 그녀의 눈길에는… 마치 죽음을 눈앞에 둔 할머니가 손자에게 보여주는 그것처럼 자애가 넘치고 있다.

토오루 : 쿠웡이고 당신이고 열받게 만드는군! 뭔가 있어 보이는 이야기나 주절거려 놓고!!
레이카 : …조만간 알게 될 날이 올 거야. 너라면 분명….

사장이 미소짓는 순간, 시스템이 분열하고… 그녀의 전자체 또한 무수한 결정으로 변해 주위로 흩어진다.

아키라 : 토오루, 뭘 하고 있어! 빨리 튀어!!
토오루 : 알았어…!!

쯔키나를 끌어안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주인공의 슈미크람. 구조체 곳곳에는 기절하거나 착란을 일으킨 전자체와 슈미크람이 흩어져 있고, 콘트롤을 잃은 바이러스가 의미없는 동작을 되풀이하고 있다. 쯔키나 역시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로 의식을 잃은 채 품에 안겨 있다.
이탈방해구역을 향해 달려나가는 순간, 구조체 전체를 지진과도 같은 충격이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충격이 반복될수록 그 강도가 커진다.

토오루 : 아키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키라 : 큰일났다 토오루… 구조체가 붕괴하고 있어!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갈라지는 소리… 전자체가 뒤틀리며 붕괴하는 파멸의 음향.
공통회선을 통해 메시지가 들려온다. 발신자는 무수한 AI의 집합체. '넷의 법칙' 그 자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집단의식이다.

AI-V·S·S285549R : 고의적인 법칙 일탈을 확인. 디버그 불가능. NET으로부터 제거함.

무수한 목소리가 일사불란하게 최종판결을 전달하고, 기분나쁜 진동이 그 강도를 더해간다.
이것은 단순히 바이러스로 인한 AI의 붕괴가 아니다… 넷의 법칙을 계속 무시한 AI를 다른 AI들이 숙청하는 것이다. 지금, V·S·S의 구조체는 다른 수백만의 AI가 일으킨 '지진'이라는 법칙에 의해 '제거'되려 하고 있다….

안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소멸해 가는 AI의 마지막 비명이 넷에 울려퍼진다. 수많은 남녀노소가 소리를 맞추어 절규하는 듯한 공포의 외침….
아키라의 재촉으로 출구에 다다르지만, 구조체 출구~이탈방해구역 사이의 공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가끔씩 수상한 빛이 반짝일 뿐. 센서가 그곳에 자리잡은 무수한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린다. 최강의 군사용 바이러스 중 하나인 크메르 루즈(AI Killer).

토오루 : …아키라, 대처법은?
아키라 : …끈기있게 중화기를 퍼붓든가, 자멸하기를 기다리든가… 필요한 건 완전무장한 1개대대 규모의 슈미크람이나, 6~7시간 정도의 여유.

전용 백신이라면 일격에 돌파구를 열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군에서나 존재한다.
품에 안겨있는 쯔키나의 얼굴은 너무나도 천진하고 아름다워서…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토오루 : 아키라, 쯔키나 전자체에 강제이탈신호를 보낼 수 있겠어?
아키라 : 아아, 이탈방해구역만 벗어나면 식은죽먹… 야 토오루, 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토오루 : 내가 이탈방해구역을 벗어나면 곧바로 쯔키나를 강제이탈시켜 줘.

나는 쯔키나를 팔로 꼬옥 감싸고 상체를 구부려, 최대한 그녀의 몸을 숨긴다. 나를 전부 먹어치우기 전까지는 바이러스도 전자체에 흥미를 보이진 않을 것이다.
등 뒤에서 들리는 붕괴음을 신호로, 나는 죽음의 영역에 발을 들이민다.


토오루 : 부탁한다… 아키라!!
아키라 : 바보자식! 서두르지 마…!!

아키라의 목소리는 노이즈에 뒤섞여 사라지고, 강철의 피부가 무수한 세균에 먹혀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계속 달린다. 가상의 눈, 코, 귀도 순식간에 뜯어먹히고, 시야는 흰 빛으로 가득찬다….
뼈를 갉아먹는 듯한 통증 속에서 뇌리에 갑자기 영상이 떠오른다… 분열한 부품을 흩뿌리며 혜성처럼 질주하는 해골과도 같은 슈미크람.
갑자기 쯔키나의 감촉이 품 안에서 사라진다… 분열이 아니다. 일순간 질량이 사라지는 강제이탈의 반응이다.


토오루 : ……다행이다 쯔키나….

나는 힘이 다해 가상의 대지에 쓰러진다. 그 순간, 엉망진창이 되어 있던 슈미크람이 충격과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그리고, 암흑이 시작되었다….


9장B

■ 쯔키나 엔딩을 보면 포스크래쉬 '기간틱 필드(ギガンテックフィ-ルド)' 추가.












































2. 행위를 하지 않는다 :
AI의 지배에서 탈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레이카의 함정에 그대로 빠져드는 건 더욱 참을 수 없다….

토오루 : 쯔키나… 이제 이런 거 그만두자….
쯔키나 : …토오루… 그치만….
토오루 : 괴로우면 진정될 때까지 이대로 안아줄게.
미안… 처음부터 이렇게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쯔키나 : …토오루… 이대로 있어 줘….

훌쩍이는 그녀를 꼬옥 끌어안는 순간…
품 안에 있던 쯔키나의 몸이 사라진다.

아키라 : …토오루! 뭘 하고 있는 거야!! 어서 일어낫!!
슈미크람끼리 끌어안고 뭔 짓이야?!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은 신경세포 모양을 한 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 AI의 본체가 위치한 곳이다. 눈앞에는 광학병기로 중무장한 거대한 기체가… 식별신호는 α7-2, 쯔키나의 것. 레이카 사장은 그녀에게 주인공을 제거하도록 명령한다.


전투 후, 쓰러진 쯔키나를 안아들고 무너지는 구조체에서 전속력으로 탈출하지만, 앞은 이미 바이러스에 침식되어 나아갈 수 없다. 쯔키나만이라도 탈출시키기 위해 각오를 굳히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미노리 : 기다리세요! 서두르면 안돼요!!

놀라는 주인공의 눈앞에서, 수많은 빛의 점이 바깥으로부터 실체화한다. 그 수는 대략 1개대대 규모.

??? : 구조체가 붕괴, 게다가 위법적인 군용 바이러스가 증식중… 군이 출동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군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겨우 안도하는 주인공. 구조체의 붕괴도 어느 정도에서 멈춘 모양이다. 안도감과 함께 몰려오는 극도의 피로가 주인공의 의식을 빼앗아간다.

아지트에서 정신을 차리고 V·S·S로 황급히 달려가자, 그곳엔 환자와 시체가 널려 있었다. 구조체의 붕괴로 시설물도 전부 기능을 정지한 상태. 정신없이 내달려 쯔키나가 있는 특별실험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쯔키나가 침대에 누운 채 잠에 빠져 있었다.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그녀의 표정은 옛날 마을에서 지내던 그대로의 것이었다. 터무니없는 악몽을 꾼 것 같다며 겸연쩍게 웃는 그녀를, 주인공은 참지 못하고 끌어안는다.

쯔키나 : …어떻게 된 거야 토오루? 이상해… 울고 있잖아?
……그렇구나. 역시 그거, 꿈이 아니었구나.


방을 나오자, 벽에 기댄 채 숨이 끊어져 있는 레이카 사장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눈은 허공을 노려보고, 얼굴은 환희의 표정을 떠올린 채로 얼어붙어 있었다. 무엇이 그런 표정을 짓게 했을까… 그녀는 죽음의 순간에 무엇을 봤을까… 모든 것은 수수께끼인 채이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아까의 군인들이 두 사람을 맞이한다. 옆으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들것의 행렬. 쿠웡의 말대로, V·S·S의 사원들 대부분은 '중대한 과부하'의 영향으로 뇌에 손상을 입었을 것이다. AI가 파괴될 당시 기절상태였던 쯔키나가 무사한 것이 기적과도 같을 따름.

여성 캐릭터 제복 모음. …별다른 의미는 없음.

토오루 : 당신들 덕분에 살아났어… 고마워.
미노리 : 인사는요… 고맙다고 하실 거면 아야네씨한테 하세요.
아야네 : …….
미노리 : 아야네씨가 정기순찰중에 V·S·S의 이상을 발견했어요. 대단한 공적이지요?
토오루 : 당신이 군에 알려준 거야?
아야네 : …으응.
토오루 : …가르쳐 줘. 어떻게 그런 절묘한 타이밍에 이상을 탐지해냈지?
아야네 : …쭈욱 보고 있었어. 당신이 아지트를 나올 때부터.
나, 계속 동생의 원수… 그 겐하라는 남자를 감시하고 있었어. 거기에 당신들이 나타나서… 겐하가 죽은 이후로는 당신들의 움직임을 쫓고 있었거든. 왠지 신경이 쓰여서….

토오루 : 그럼 내가 쿠웡과 접촉한 것도….
아야네 : 당연하지. 몰래 감시하고 있었어.
…이걸로 일단 빚은 갚은 거야.


모두 자리를 떠나고 남겨진 두 사람.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며 입맞춤을 나눈다.

쯔키나 : 토오루, 나 있지… 이것저것 일이 있었지만… 쭈욱 지켜온 게 있어….
……받아 줄래…?


마지막으로 찾아간 숙소에서 두 사람은….
.
.
.
쯔키나 : …토오루… 이제부터 어떻게 하지?
토오루 : 어떻게 할까….
쯔키나는 뭐 좋은 생각 있어?
쯔키나 : 없어… 그래도 이거 하나는 알게 됐어.
토오루랑 함께라면 뭘 하든지 살아갈 수 있다고.


그리고 하나 더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이제 쯔키나와는 헤어질 수 없다는 것….

쯔키나 : 뭐, 천천히 생각하자… 저축도 웬만큼 있으니까.
토오루 : 생각할 시간도 아직 있고.(키스한다)
…아, 그러고 보니, 일 끝나면 아키라가 연락 달라고 했지…!
쯔키나 : 뭐? 아키라…?
그 바보 잘 있으려나… 만나면 짜증나도, 헤어져 있으면 묘하게 심심한 녀석도 있다니까.

토오루 : 그럼 연락해 보지 그래? 연락처는 받아 뒀거든.
쯔키나 : 좋아, 지금 뭘 해서 먹고 사는지 철저히 캐물어 주겠어! 뉴로잭 잠시 빌릴게.

쯔키나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뉴로잭을 단말에 연결한다. 그것을 보며, 나는 다시 생각에 잠긴다.

그래, 하나 더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우리들의 장래는 밝다는 것.
어찌됐든 지금은 쯔키나도
슈미크람에 관해서는 남 못지않은 실력자이니까.
실력 좋은 둘이 콤비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우야가 이루지 못했던 사업의 길도 꿈은 아니다….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갑자기 쯔키나가 내게 몸을 붙여오고,
나는 생각을 중단한다.

토오루 : …왜 그래 쯔키나?

나는 미소지으며 쯔키나의 어깨를 안는다.
…그녀의 몸은 희미하게 떨리고, 손바닥에 식은땀이 흥건히 들러붙는다.


해피엔딩 루트에서도
그녀를 기다리는 운명은….
나는 황급히 쯔키나를 끌어안고는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녀는 멍한 채로, 대답도 없이 계속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토오루 : 어째서?! 어째서 이런…?!

나는 재빨리 단말의 강제종료키를 누른다. 쯔키나의 경련이 멎고, 그대로 침대에 무너진다….

토오루 : 쯔키나, 정신차려! 괜찮아?!

안아올린 그녀의 몸은 너무나도 차갑다… 내 목소리에 조용히 고개를 돌리자,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흐른다.

쯔키나 : 토오루… 나… 나도 망가져 버렸나 봐….

…그 한 마디를 중얼거리고, 쯔키나는 그대로 품 안에서 눈을 감는다….

토오루 : 쯔키나…?!?!

……쯔키나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9장A

■ 쯔키나 엔딩을 보면 포스크래쉬 '기간틱 필드(ギガンテックフィ-ルド)' 추가.












































 
A. 6장에서 여자를 쏘았다 :
AI의 지배하에서 레이카를 어떻게 해 볼 방법은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쯔키나의 욕망을 가라앉혀 주는 것.

토오루 : …알았어 쯔키나. 둘이서 마지막까지 가 보자….
쯔키나 : ……미안해… 토오루….
레이카 : 자아, 사랑해 주도록 해… 몸도 마음도 녹아내릴 때까지!
안심해. 널 위해 처녀는 남겨두었으니까.

가상현실 속의 또다른 가상현실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탐닉하며 끝없는 쾌락의 세계로 빠져들어간다.
9장C


B. 6장에서 여자를 쏘지 않았다 :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 1번 선택'과 동일.
9장B

■ 쯔키나 엔딩을 보면 포스크래쉬 '기간틱 필드(ギガンテックフィ-ルド)' 추가.



[이전]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