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밝아올 무렵에야 겨우 잠이 든 량. 편안히 잠자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한편에서는 겐하의 부대가 완전무장으로 아지트를 나서고 있다. 현실세계에서의 임무, 식료품 강탈을 위한 것이다.
겐하를 전송한 쿠웡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어젯밤 일을 알고 있는 듯한 눈치에 주인공은 서먹함을 느끼지만, 잠든 량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길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다정한 빛이 서려 있다.

쿠웡 : 량은 내게 친동생 이상의 존재일세. 피는 섞이지 않았어도, 마음의 끈을 통해 가족 이상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지.
토오루 : …미안합니다.
쿠웡 : 사과할 필요 없네. 오히려 감사하고 있어… 자네 태도가 거짓이 아니라는 전제에서지만.
토오루 : …거짓이라니… 그런….
쿠웡 : 그렇고말고. 자네는 진심을 감추지 못하는 서투른 남자야. 틀림없이 량도 그런 면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네.(자리를 뜬다)
토오루 : 쳇… 지금의 난 '두목의 여동생과 눈이 맞은 쫄따구'란 건가?

요란스러운 비상경보가 량의 편안한 잠을 깨운다.
아지트 근처까지 적의 무인탐사기가 침입해 온 모양이다. 탐사기가 정보를 가지고 구조체를 벗어나기 전에 파괴하는 것이 임무.

주인공이 시간을 끄는 동안 탐사기의 메모리를 교환하여, 아지트의 정보는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까지 당국 수사망이 미친 이상, 지금처럼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는 보장은 이제 없다. 주인공은 구조체를 좀 더 순찰하고 나서 이탈하기로 한다.

구조체 한켠에서 발을 멈춘 주인공. 이 앞은 겐하에게 잡혀온 포로들이 있는 곳이다… 지난번에 보았던 아야네의 모습을 떠올리며, 주인공은 전자체로 모습을 바꾸어 방으로 들어선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로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아야네. 안아 일으키려는 주인공에게 힘없는 손짓으로 거절을 표시하지만… 희미한 조명에 비친 그녀의 눈동자에는 이성의 광채가 느껴지지 않는다.

토오루 : 용서해 줘… 난 이런 짓을 할 생각은 없었어….

문득 정신이 들자, 나는 유우야에 관한 일과, 그 복수를 위해 입대한 이야기를 아야네에게 하고 있었다. 다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으면, 복수심에 사로잡혀 군에 입대한 것이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토오루 : …결국 복수는커녕 친구들을 모두 죽게 만들었어… 그런데도 난 살아남았고….
아야네 : …그래서…?
토오루 : …'그래서'라니…?
아야네 : …이제 복수는 그만뒀어…?
토오루 : …….
아야네 : …죽일 거라면… 단번에 부탁해….
토오루 : 죽인다니…!
제길… 이젠 이런 거 지긋지긋해! 이런 의미없는 짓은 딱 질색이라고…!!

나는 목에 걸고 있던 유우야의 유품을 활성화시켜, 나이프를 손에 들고 아야네의 목걸이를 끊으려 한다.

토오루 : 결정했어… 도망치게 해 줄게. 어차피 머지않아 기지 위치도 알려질 거야.
아야네 : …….
정말로… 괜찮아…?

토오루 : …….
아야네 : 저 겐하란 남자… 나한테 기지 좌표 말고도 보안정보까지 알려줬어….
토오루 : …뭐라고?!
아야네 : 왜 그랬는지 내내 이유를 몰랐는데… 네가 이렇게 할 줄 알고 있었던 거야….
토오루 : 어째서 겐하가 그런 짓을…?!
아야네 : 모르겠어… 하지만 날 놔주면, 너 때문에 또 희생자가 늘어날 거야… 그래도 괜찮아?
토오루 : ……어째서?

나는 당황하여 아야네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틀림없이 아야네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주었을 텐데….

아야네 : 저 겐하란 남자는 내 동생을 죽인 원수야… 그러니까 그자가 생각하는 대로 놀아나는 건 죽어도 참을 수 없어….
토오루 : …….
아야네 : 어차피 난 오래 버티지 못해… 살아가는 것도 지쳤어… 그러니까, 죽는다면 차라리 지금….

1. 아야네를 풀어주지 않는다
2. 아야네를 풀어준다

1. 풀어주지 않는다 :

토오루 : 아야네… 미안하다…!

나는 아야네를 죽일 수도, 동료를 팔아넘길 수도 없다… 나는 아야네에게 등을 돌리고는 그대로 방에서 빠져나가려 한다.

쿠웡 : ……토오루군.

방 입구에는 어느샌가 쿠웡이 서 있었다.
지켜보는 동안, 쿠웡의 손에는 청룡도가 나타나고, 그는 그대로 방 가운데로 걸어들어온다.


쿠웡 : 자네는 나가 있게… 이제부터는 내가 결단을 내릴 차례야.
토오루 : 하지만….
쿠웡 : 정신 똑바로 차리도록. 자네는 이미 결단을 내린 후다… 전사는 자신의 결단을 존중하며 살아가야 하는 법.
토오루 : …….
쿠웡 : 나중에 작전실로 와 주게. 중요한 이야기가 있네.
토오루 : ……알았어요!

나는 도망치듯 겐하의 방을 떠났다….

2. 풀어준다 :
망설일 필요는 없다. 나는 아야네의 목걸이를 싹둑 잘라버린다.

아야네 : …토오루…?!
토오루 : 괜찮아. 겐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
그렇다고 해서 널 이렇게 내버려둘 순 없어.
아야네 : …바보 토오루….

아야네는 슬픈 표정으로 눈을 감는다… 안아올린 그녀의 몸은 종잇장처럼 가벼웠다.

쿠웡 : ……토오루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하여 뒤돌아보자, 그곳에는 쿠웡의 전자체가 서 있었다.
지켜보고 있는 사이, 쿠웡의 손에 청룡도가 나타나더니, 그는 그대로 쓰러져 있는 포로에게 다가간다.


토오루 : …쿠웡, 도대체…?
쿠웡 : 뭘 이상하게 생각하나? 전에도 말했을 텐데. 전사는 자신의 책임하에 결단을 내리는 것이라고.(모든 포로의 목걸이를 끊어버린다)
이것이 내 결단일세… 부당하게 감금당한 포로를 해방한다. 이것은 지도자로서의 내 결단. 아무도 불평하지 못해!

포로들에게도 확실히 들리도록 쿠웡이 목소리를 높인다. 그제서야 나는, 쿠웡이 날 감싸주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옛 전우였던 포로를 내 독단으로 풀어준다면, 최악의 경우 배신자의 낙인이 찍힐 것이다… 그러나 쿠웡의 결정이라면 그것이 문제될 일은 없다.


쿠웡 : 토오루군, 그녀들을 이탈 방해구역 밖까지 데려다 주게.
토오루 : …어째서…?
쿠웡 : 끝나면 작전실로 오도록. 중요한 이야기가 있네.(밖으로 나간다)


그날 저녁.
작전실로 찾아가자, 쿠웡은 방 가운데에서 무술의 형(形)을 선보이고 있었다. 량의 스승으로 불릴 만한 매끄러운 몸놀림으로.


쿠웡 : …왔는가? 토오루군.(동작을 멈춘다)
토오루 : 훌륭하군… 중국권법이오?
쿠웡 : 그런 종류지…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의외로 슈미크람 전투에 도움이 되네.
토오루 : 흐음… 그런 중량급 슈미크람으로 날아차기라도 하는 건가?
쿠웡 : 일반적으로, 척추반사를 제외하면 육체의 움직임은 사고의 스피드를 뛰어넘을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형을 반복연습하여 움직임을 육체에 기억시키는 거야.
(권을 뻗으며)하지만 물리적 제약이 적은 넷 공간에서는 사고의 스피드 수준까지 육체의 움직임을 끌어올릴 수 있어. 그리고 그 스피드는 단련에 따라 변할 수 있지.
토오루 : 사고의 스피드라….
쿠웡 : 그렇네. 말하자면 '연속된 공격의사'… 연쇄적인 공격을 이미지화시키는 거지.
예전에, 그 점에 있어서는 나도 이길 수 없었던 남자가 한 명 있었네… 대단한 연속공격의 명수였어. 불행인지 다행인지 현재는 슈미크람 파일럿을 그만둔 모양이지만.
토오루 : …그래서, 슈미크람 싸움의 강의라도 해 주려는 거요?
쿠웡 : 그건 다음 기회에 하지.(작전실 구석의 콘솔로 이끌고 간다)
자네에겐 가르쳐 주고 싶은 일, 전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었네… 시간이 없는 것이 유감이군.
토오루 : 재수없는 소린 하지 말아요… 그거 마치 유언처럼 들리잖아.
쿠웡 : 얼버무리는 건 그만두세. 시간이 없다는 건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토오루 : …그렇지.
쿠웡 : 그렇다고 해서 자포자기할 수는 없어. 지는 방법 또한 이기는 방법 이상으로 중요하니까.
토오루 : 그래서, 날 불러낸 용건은…?
쿠웡 : …량을 데리고 여길 나가 주었으면 하네.

쿠웡의 얼굴에 처음으로 괴로운 표정이 떠오른다.

토오루 : 데리고 나가라니… 당신이 동행한다면 어디라도 갈 텐데?
쿠웡 : 그렇게는 할 수 없어… 내겐, 이곳에 남기를 선택한 동료들을 지휘할 책임이 있으니까.
토오루 : 그렇다면 무리로군… 량을 설득하다니, 난 절대 할 수 없어.
쿠웡 : …방법은 생각해 뒀네.(품에서 표를 2장 꺼낸다)
대륙횡단철도의 차표일세… 이걸 써서, 멀리 있는 동지에게 물건을 전해주게.(여행가방을 건네준다)
토오루 : 나하고 량이?
쿠웡 : 그래… 저쪽에선 량을 받아들일 준비가 끝나 있지.
토오루 : …그럼 난 어쩌고?
쿠웡 : 좋을 대로 하게. 돌아와서 싸우거나, 저쪽에 남거나… 단, 량을 보내고 나서.
토오루 : …….
쿠웡 : 량에겐 특별임무라고 말해 두었네. 출발은 오늘 저녁이야.
토오루 : 량을 데려가는 건 찬성이오… 그렇지만 기지를 비우는 게 마음에 걸리는데.
쿠웡 : 안심하게나. 길어야 왕복 3일간의 여행이야. 그 정도의 시간적인 여유는 있어… 뭐, 휴가라 생각하고 즐기게.
토오루 : …알겠소….

나는 한숨을 쉬며 표를 움켜쥔다… 량을 싸움에 끌어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명령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토오루 : …마지막으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쿠웡 : 량의 병 말인가?
…세뇌칩 계획의 이전 단계… 사고(思考)와 뇌수에 대한 가혹한 실험은, 까마득히 이전부터 군을 중심으로 행해져 오던 일이네.
그리고 량과 겐하는 그 실험의 희생자….
토오루 : 량과 겐하가…?
쿠웡 : 그래… 량의 기억장애와 겐하의 성격이상은 그 후유증이지.
토오루 : 그럼, 두 사람의 머리에도 세뇌칩이 장치돼 있는 건가…?
쿠웡 : 아니, 다행히도 세뇌칩은 아니야. 하지만 개발중이던 특수한 칩이 장치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
토오루 : …특수한 칩?
쿠웡 : 그래, 실패로 끝난 특수한 칩… 게다가 자네도 알다시피 뇌내칩은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생체소자인 뇌내칩은 반쯤 뇌와 일체화되어 있어서, 외과적 수단으로 그것을 절제하는 것은 곤란하다. 설령 그것이 결함을 가진 칩이라도.

토오루 : 그럼 량의 병은 치유 불가능이군… 평생 동안.
쿠웡 : 그래…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곁에 있어 주어야 하는 거지….
토오루 :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해서 두 사람과 만난 거요?
당신은 어떻게 해서 그 계획을 알고 있지?
쿠웡 : …….
토오루 : 쿠웡, 가만히 있지 말고 가르쳐 주시오…!
쿠웡 : …그 대답은 전부 이 안에 있네.(콘솔 디스플레이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저들의 음모와 조직에 관해 밝히기 위한 데이터가 담겨 있지… 유감스럽게도 아직 미완성이지만.
토오루 : 미완성?
쿠웡 : 그래… 안타깝게도 내 손으로는 그것을 완성시킬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누군가가 뒤를 이어 줄 거라 믿고 있네.
토오루 : …'누군가'라니…?
쿠웡 : 아마도 다음 세대의 투쟁을 이끌 지도자… 나는 모든 희망을 그에게 맡길 생각이야.
토오루 : …설마 날더러 뒤를 이으라는 건 아니겠지요?
쿠웡 : 그 후계자에겐 이미 데이터가 넘어가 있네… 자네도 그게 누구인지 금방 알게 될 거고.
그러니 진실은 그에게 묻게. 간단히 요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토오루 : 그럼 그 후계자란 게 누구요? 설마 량이나 겐하는 아니겠지?
쿠웡 : 언젠가 알게 되겠지… 자아, 출발 준비를 하도록.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아.
토오루 : …알았어요… 돌아온 다음엔 더 자세하게 물어볼 겁니다.

나는 쿠웡의 전송을 받으며 작전실을 나섰다.


12장 도피행 -RUN AWAY TRIP-


흔들리는 3등열차의 딱딱한 좌석. 주인공과 함께 여행하게 된 량은 마냥 즐거운 듯이 웃고 있다. 주변의 시끄러운 분위기 때문에 로맨틱한 기차여행을 즐길 처지는 아니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행에 들뜬 어린아이와 다름없다.
다음에 갈아탈 것은 1등열차의 개인실. 두 사람은 신혼부부로 위장하여 탑승하고 있는 것이다.

량 표정집. 12장에서 유난히 풍부하다. 어쨌든 귀여우니 패스♡

량 : 신혼부부? 우리가?!
토오루 : 왜, 불만이야?
량 : 그런… 불만스러울 이유가 없지….
그래도 토오루랑 같이 여행이라니, 진짜 이루어질 줄은 몰랐어… 정말로 꿈꾸는 것 같아.

토오루 : 엄청 값싼 꿈이군….
량 : 그치만….

테러리스트로 자라나 대부분을 지하도시에서 지낸 그녀의 인생… 평범한 여행도 꿈처럼 느껴지는 건 당연할 것이다.
해변에서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고 싶다는 량의 푸념에, 주인공은 휴대단말을 꺼내든다. 기호에 맞게 설정된 가상공간의 채팅방에 접속하기 위해.
…그녀를 데려다 주면 다시 아지트로 돌아와야 한다. 스스로 시작한 싸움을 도중에 내던져 버릴 수는 없기에. 량과의 마지막 추억이 될지도 모를 이번 여행에서, 가능한한 그녀의 소망을 들어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
전극을 부착하고 가상공간에 몰입하는 두 사람. 량이 눈을 감고 어깨를 기대온다.

량 : …우리들, 애인사이처럼 보일까?
토오루 : 그럼, 완벽해.

가상공간의 여름해변에 내리쬐는 가상의 태양. 하지만 너무 오래 노출되면 실체의 피부염으로 발전한다. '총탄에 맞아도 구멍나지 않는 슈미크람'에 대해 량이 묻자, 주인공은 곁에 있던 선오일을 예로 들며 넷의 법칙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강의를 들으면
머리에 쏙쏙 들어올… 까?
현실세계에서 오일이 흘러내리는 것은 무수한 원자 및 분자의 운동에 관계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가상현실에서 그런 미세한 단위의 연산을 행하기에는 초A급 인공지능이라도 역부족. 그래서 인공지능은 보다 간략화되고 연산하기 쉬운 넷의 법칙을 이용해 이를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다.
물론 그 차이는 인간의 어중간한 감각기관으로는 알아차리기 힘든 수준. 쉽게 말해 '속임수'이다. 그 속임수에도 일정한 법칙이 있으니, 프로그램은 그 법칙에 따라 짜여져 있는 것. 오일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아래로 흐르며, 저절로 역류하는 일은 없다.
넷 공간의 가상현실은 수백만 대의 인공지능이 행하는 분산협조작업에 의해 구축된 환상의 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총탄에 맞은 슈미크람이 구멍투성이가 되는 것은, 어떠한 소재에 어떤 충격이 가해지면 어떻게 부서지는가에 관한 법칙에 따른 결과이다.

??? : 너 말야… 잠시 안 본 사이에 꽤나 엉큼해졌네?
즐기시는 도중에 실례 좀 해야겠어. 급한 일이 생겼거든.


갑자기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오일병에 눈과 입이 생기더니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인다. 짧은 시간 동안 2인실에 숨어들어 오일병의 코드를 바꾼다는 것은 고도의 능력이 필요한 해킹. 주인공을 상대로 이런 일을 할 사람이라면….

토오루 : 하나밖에 없어… 너 바첼러지!
바첼러 : 정답!

이름하야 「사장부인과
산적의 수상쩍은 관계」.
바첼러는 급한 일로 주인공을 찾고 있었다며, 어디선가 찍어온 영상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겐하와 V·S·S가 내통하고 있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아야네에게 일부러 정보를 알려주고, 주인공이 그녀를 풀어주도록 유도한 것도 겐하의 짓이었다. 쿠웡이 감싸주지 않았다면, 주인공은 테러리스트들 사이에서도 배신자로 몰려 갈 곳 없는 몸이 되었을 것이다.
이미 페타오의 아지트를 향해 전 병력이 출동했고, 겐하는 뒷문을 열어 거기에 호응하기로 되어 있다. 배신의 대가로 제공되는 것은 새 조직을 세우기 위한 지원, 무기와 자금 원조, 새로운 신원증명 등등… V·S·S로서는 치안이 어지러운 편이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서둘러 쿠웡에게 연락을 취하려 하지만, 빈민가로 통하는 회선은 전부 물리적으로 절단된 상태. 쿠웡과 접속하기 위해서는 빈민가와 동일 구역으로 돌아가는 방법뿐이다. 지금 타고 있는 기차가 종점에서 다시 회차한다는 사실만이 유일한 희망.
한시바삐 달려가고 싶지만, 주인공에게는 량을 피난시킬 임무가 있다….

바첼러 : 고민하는 건 현실세계로 돌아가서 하지 그래? 2인실 요금은 만만한 편이 아닌데.
토오루 : 그렇다곤 해도… 어째서 네가 일부러 알려주는 거야?
바첼러 : 헤헷, 난 네 팬이니까.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네가 빠진다니 참을 수가 없어서.
게다가 너한테 빚을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테고… 쿠웡이 점찍어둔 후계자인 걸.

토오루 : …뭐라고? 그게 무슨 뜻이야?!
바첼러 : 현실로 돌아가 보면 알 거야. 이제 곧 종점이라고.(사라진다)

현실로 돌아와 쿠웡이 건네준 가방을 열자, 거기에는 光디스크 뭉치와 함께, 주인공 앞으로 보내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토오루군에게 :
량과 이 데이터를 후계자인 그대에게 맡긴다 - 쿠웡

슬럼으로 돌아가려면 종점에서 돌아가는 열차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다… 종점에서 혼자 1등열차로 갈아타라고 량에게 말하지만 그녀는 완강히 거절한다. 자신을 아지트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려는 쿠웡의 의도를 이미 알아차린 것이다.

량 : 토오루, 이제 그만해… 영원히 생이별할 바엔 함께 죽는 편이 낫다고… 어째서 이해해 주지 않는 거야!!
토오루 : (끌어안으며)미안… 함께 돌아가자…!
량 : 토오루… 이해해 주는구나!
토오루 : 그래… 하지만 함께 죽으러 가는 게 아니야. 쿠웡을 구해내서 셋이 함께 탈출하자.
량 : 알고 있어.

차장에게로 달려간 두 사람은, 대륙횡단열차표와 맞바꾸어 되돌아오는 기차의 1등석을 받아낸다. 2시간 남짓한 여정 동안 방해받지 않도록, 주변에 아무도 없는 방으로.

량 : 토오루, 고마워… 오늘 정말 즐거웠어. 나, 쭉 이런 날을 꿈꾸고 있었어….
거기에다 하나만 더 꿈을 들어줄래?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까….

토오루 : …알았어. 그 이상은 말하지 마….

1등실에 도착한 두 사람. 호화찬란한 객실 내부에 량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토오루 : …신혼부부용이래.
량 : 그럼… 난 잠시 동안 토오루의 신부가 되는 거네?

침대로 간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누고… 그리고….
.
.
.
토오루 : 저기, 미안해… 량….
량 : 굉장했어… 아직도 머리가 멍해서….
기뻤어.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망설이거나 잘난척하지 않고, 토오루가 솔직한 마음을 보여줘서.

토오루 : 그건 단순히 욕망에 취해서 자신을 잊어버린 거야….
량 : 그래도 괜찮아. 나도 열심히 했고… 이렇게 기분좋은 건 처음이야.
좋아해… 토오루….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에게, 종점을 알리는 무정한 안내방송이 들려온다.

토오루 : 이젠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있고 싶은 기분이야….
량 : 나도….
나 있지… 생전 처음으로 '여자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