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천재 -LITTLE GENIUS- 며칠 후, 빈민가의 무인정거장.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고층빌딩들과 공업단지의 무리가 철거되지도 않은 채로 여기저기 을씨년스럽게 남아있다. 오로지 발전만을 향해 이상증식을 거듭해 온 인류문명의 흔적들이다. 대장이 설치한 추적장치는 기밀병기다운 성능을 발휘하여, 바첼러가 해킹을 위해 사용한 거의 100개에 가까운 중계기지를 돌파한 끝에 결국 그 몰입지점을 찾아냈다. 이제는 현실세계에서 그의 실체와 대면할 차례. 지은 지 100년은 족히 되어보이는 낡은 고층빌딩, 이 근처 어딘가에 바첼러의 아지트가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넷에서조차 그의 맨얼굴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아이같은 언동, 적어도 8년 이상의 해커 경력, 그리고 초절정을 자랑하는 해킹 기술… 필시 제대로 된 어른은 아닐 것이다. 바첼러를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는 동안 아지트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나온 것은…. 키는 150cm 정도? 모자를 깊이 눌러쓴,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소년이 먹이그릇을 들고 길로 나온다. 휘파람소리를 듣고 먹이를 향해 모여드는 들고양이들. 채팅방에서 들었던 쯔키나의 말을 떠올리며 당황하는 사이, 이쪽의 기척을 알아챈 소년이 소리를 지른다. 할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의 얼굴을 보고 소년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짓는데….
소년 : …어떻게 여길 알았지? 토오루 : '어떻게'라니…? 소년 : 날 찾아온 거잖아. 소우마 토오루군. 토오루 : 내 이름을 안다는 건… 설마 네가?! 소년 : …그래. 내가 바첼러 맞아. 토오루 : 그럴 리가… 이런 꼬맹이라니, 거짓말. 소년 : 애 아니야! 이래봬도 어엿한 어른이라고! 이 말투… 확실하다. 바첼러는 진짜 어린아이였다. 의외의 결말에 찾아드는 기묘한 허탈감. 바첼러 : …그래서, 이제부터 어쩔 셈이야? 정보과로 연행? 토오루 : 바보… 이야기만 할 거라고 말했잖아. 무엇보다, 현실세계에서의 범인체포는 내 관할이 아니야. 바첼러 : …어쨌든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군. 알았어. 믿어 보지… 밖에서 얘기하기도 뭐하니까 집으로 들어와. 토오루 : 그럼 실례. 자기 방을 보여주며 득의양양한 바첼러. 그의 방은 각종 기자재가 빼곡하게 들어찬 '전자의 요새'와도 같았다. 「초원의 늑대」 시절의 아지트와 비교하면 몇 배는 비싼 장비들과, 방 한쪽에는 해커들의 꿈인 개인용 서포트 AI까지… 바첼러의 초절 테크닉은 이 AI의 도움에 힘입은 바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바첼러 : …그런데, 용건이란 게 뭐야? 설마 놀러온 건 아니겠지? 토오루 : 그래… 오늘은 경고하러 왔어. 바첼러 : 경고라니? 토오루 : 먼젓번처럼 쓸데없는 짓은 다신 하지 마. 바첼러 : 쓸데없는 짓이라니… 느닷없이 사리분별 따지고 들지 마. 너도 얼마 전까지 똑같은 일 했잖아. 토오루 : 일에는 정도란 게 있는 거야. 지난번같은 일은 세상에선 더 이상 장난이라고 부르지 않아… 난 그런 짓은 하지 않았어. 바첼러 : '하지 않았다'니… '하지 못했다'를 잘못 말한 거 아닌가? 토오루 :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마. 본격적으로 군이 널 뒤쫓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겠지? 바첼러 : 뭐야… 또 그 얘기야? 붙잡힐 거라면 8년 전에 잡혔어. 토오루 : 8년 전이라니… 그렇게 어렸을 적부터 벌써 이런 걸 하고 다닌 거야? 바첼러 : 그런 거지. 난 태생부터가 다르거든… 그때도 군은 결국 날 잡지 못했어. 토오루 : 잘난 듯이 말하지 마… 범죄자가 도망친 건 그렇게 자랑스럽게 말할 일이 아니야. 바첼러 : 범죄자라니… 아, 너도 그 사건을 내가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거지?! 토오루 : 생각 안 해… 라기보다 난 사건 자체를 잘 몰라. 대장님도 네가 범인이라고는 여기지 않는 모양이고. 바첼러 : 그 아저씨, 그러면서 내 뒤를 지겹도록 쫓아다녔다고! 토오루 : …일이 그런 거야. 어쩔 수가 없잖아. 그리고 난 옛날얘기를 하러 온 게 아냐. 말했지? 경고하러 왔다고. 바첼러 : ……. 토오루 : 어쨌든 지난번처럼 터무니없는 짓은 이제 그만둬… 그만두지 않으면 나한테도 생각이 있어. 바첼러 : 생각이라니, 뭘 할 건데? 토오루 : 이곳은 아직 나밖에 몰라. 대장이나 군 상층부도 모르는 비밀이야. 하지만 더 이상 시끄럽게 군다면…. 바첼러 : 날 팔아넘기겠다는 거야? 토오루 : 뭐, 그런 말이지. 바첼러 : 마음대로 해!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너도 네 좋을 대로 해! 토오루 : 이봐… 어린애가 아니라면 그렇게 적반하장으로 화내는 건 그만두시지. 옛 동료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설득하러 온 걸 모르겠어? 무엇보다, 이렇게 간단하게 아지트를 찾아냈잖아. 군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이번엔 틀림없이 붙잡힐 거야. 바첼러 : 안됐군… 어떤 방법으로 여길 찾아냈는지 대충 알겠어. 같은 수법엔 다시 당하지 않아! 토오루 : 그렇겠지… 하지만 군도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8년 전에 붙잡히지 않았다고, 이번에도 무사히 도망칠 거라는 보장은 없어.
토오루 : 그렇게 어른이랑 애를 나누니까 어린애라고 하는 거야. 너도 빨리 어른이 되라고! 바첼러 : 닥쳐! 설교하러 온 거라면 돌아가!(등을 떠민다) 토오루 : 이봐, 진정해 바첼러! 바첼러 : 이야기같은 거 더 듣기 싫어… 됐으니까 돌아가! 토오루 : 알았어… 돌아갈게. 너도 차분히 앞일을 생각해 봐. 바첼러 : 돌아가!! 주인공을 문 밖으로 밀어내려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바첼러. 두 사람의 가슴이 맞닿고, 모자가 벗겨지면서…. 그대로 바첼러는 대답도 없이 문을 닫아버리고… 난 잠시 동안 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내 눈에는, 문을 닫는 순간에 보인 바첼러의 얼굴… 어딘가 쓸쓸하고, 실패를 후회스러워하는 듯 날 올려다보는 표정이 그대로 새겨져 버렸다…. 작전실에서 콘솔을 조정하며 카이라와 요오스케가 투덜대고 있다. 바첼러와의 싸움 이후, 둘의 콘솔은 연이은 고장으로 내내 사용불가능인 상태. 기지의 각종 기능 역시 그날 이후로 상태가 이상하다. 시뮬레이터에 따르면 현재 기지의 전투력은 평시의 12.5%… 정보과 창설 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이다. 그렇게 된 원인과 자신이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울 따름. 아야네의 콘솔을 대신 써야겠다고 의논하는 동료들에게 자리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퇴원허가를 받은 아야네가 돌아온 것이다. 걱정해 주는 모두의 말에 가벼운 농담으로 대꾸하지만, 이전에 비하면 어딘가 착 가라앉은 분위기. 싸움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다시 싸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첼러가 다시 습격해 올 것인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미노리. 대답을 망설이고 있을 때, 경계경보가 요란하게 울려퍼진다. 이번엔 反칩주의자동맹, 페타오의 공격이다.
아야네 : …가자. 둘이 있으면 서로 등은 지켜줄 수 있어. 토오루 : 아아, 부탁한다… 아야네. 몰입한 두 사람에게 구조체 통로를 방어하라는 명령이 내려오고, 통로가 좁으므로 둘은 각각 산개하여 매복하기로 한다. 밀려드는 적들을 물리치고 한숨돌리지만, 적의 본대가 밀려오고 있으니 후퇴하라는 미노리의 지시에 따라 둘은 일단 후퇴한 다음 합류하기로 한다. 그리고 덮쳐오는 적의 제1진.
…이탈 프로세스가 시작되지 않는다. 눈을 뜨자, 화면에는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이탈에 실패'했다는 에러 메시지만이 깜박이고 있다. 가볍게 농담을 던지면서도, 아야네 역시 긴장한 빛을 숨기지 못한다. 미노리가 강제이탈을 시도하나 이마저도 불능… 그리고 눈앞에 나타나는 대규모의 슈미크람 부대. 겐하의 기체를 발견하고 뛰쳐나가려는 아야네를 주인공이 제지한다. 그것을 보고, 겐하는 아야네가 바첼러에게 패배한 일을 들추어내며 그녀를 놀리기 시작한다. 죽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항복하라는 말과 함께. 미노리가 겐하와 대화하며 시간을 끄는 사이, 카이라와 요오스케가 이끌고 온 경비용 바이러스가 출현하여 테러리스트들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다. 혼란을 틈타 도망치지만, 운없게도 앞길은 작은 방이 있는 막다른 골목. 바이러스를 뿌리친 겐하의 부대가 바로 뒤쫓아온다. 상황을 확인하던 미노리와의 교신이 갑자기 끊기고, 아야네를 제외한 모든 회선이 단절된다. 통신방해… 결국 보안중추가 함락된 모양이다. 아야네 : ……토오루, 잠깐 괜찮겠어? 토오루 : …뭐야, 심각한 얼굴로…. 아야네 : 토오루라면 졸개 6기 정도는 돌파할 수 있겠지…? 토오루 : 으응, 아마도… 잠깐, 아야네 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아야네 : …저 겐하란 남자가 노리는 건 나야. 내가 겐하를 유인할게. 그 틈에 넌 도망쳐. 토오루 : 바, 바보…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아야네 : 잘 들어… 겐하는 내 동생을 죽인 원수야. 그러니까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저자를 없애야 해. 토오루 : 그랬던 거야…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아야네 : 나, 겐하를 쓰러뜨리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았어… 솔직히 말하면 그 때문에 군율을 어긴 적도 있어. 토오루 : ……. 아야네 : 토오루는 그런 날 두 번이나 구해줬어… 고맙게 생각해… 그러니까 넌…. 토오루 : …아야네, 나도 사실은 모두한테 숨기고 있는 게 있어…. 아야네 : …네가? 토오루 : 그래, 난 친구를 잃고… 원수를 갚으려고 군에 입대했어. 아야네 : 친구의 원수? 토오루 : 그러니까 네 기분도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더 이상 누군가가 날 위해 희생하는 건 싫어. 아야네 : ……토오루. 회선 너머로 말없이 바라보는 두 사람… 입대 이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아야네와의 기묘한 연대감. 토오루 : 여기선 같이 살아남자. 간신히 건진 목숨인데 헛되이 버리긴 아깝잖아. 아야네 : 으응….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해치의 개폐 스위치를 누르자…. 문 너머에는 아무도 없다. 통로쪽을 보자, 겐하의 슈미크람이 바이러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군용이 아닌 저 형태는 틀림없이 바첼러의 오리지널 디자인… 결국 겐하는 바이러스에 쫓겨 통로 너머로 퇴각한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두 사람 앞에 바첼러가 나타난다. 변함없이 얼굴과 음성을 감춘 은밀모드.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같은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토오루 : …네가 우릴 구해준 거야? 어째서…? 바첼러 : 어째서라니… 난 저딴 녀석이 널 죽이게 놔둘 수가 없어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듯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마는 바첼러… 그 순간 통로 저편에서 심하게 손상된 겐하의 슈미크람이 나타난다. 말없이 조준을 맞추는 세 사람, 그리고 긴장된 침묵. 겐하 : 바첼러…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군… 그래, 네녀석이 바첼러였나? …여자, 그것도 발육이 좀 늦은 꼬맹이… 그렇지? 바첼러 : …뭐라고?!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겐하 : 네녀석 냄새는 잊지 않으마… 헤헤헤헷, 다음에 만날 때를 기대하셔. 어른의 맛을 보여줄 테니. 바첼러 : 시, 시끄러… 입 다물엇…!! 바첼러의 일제사격을 이리저리 회피하며, 겐하는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 간다. 통신이 회복되어 미노리가 교신화면에 나타난다. 경위를 설명하려는 순간 바첼러의 기체는 한발 앞서 이탈하고, 두 사람은 강제이탈로 현실에 귀환한다. 아야네 : …토오루, 바첼러가 여자애였어…? 토오루 : 글쎄, 그게… 오늘 일은 당분간 모두에게 비밀로 해 주지 않을래? 아야네 : …알았어. 사건 다음날, 다시 빈민가를 방문한 주인공. 바첼러의 본심을 알고 싶어서, 복구작업으로 바쁜 기지를 빠져나와 다시 그녀를 찾아가는 것이다. 바첼러는 아지트를 바꾸지 않은 채 지난번과 같은 장소에 있었다. 바첼러 : 널 믿으니까… 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지? 토오루 : 아아, 네가 싸움을 걸지 않는다면 약속은 지켜. 바첼러 : 알았어… 그치만 토오루가 그렇게 화낼 줄은 몰랐어. 토오루 : 나 혼자만의 일이라면 화 안 내… 대장님이나 아야네, 다른 사람들까지 말려들게 해서 화가 난 거야. 바첼러 : …그건…. 토오루 : 덕분에 기지는 반쯤 부서지고, 대장님은 입원중… 게다가 아야네는 자존심에 상처받고 눈물을 흘렸어. 바첼러 : 조금은 지나쳤다고 생각해… 토오루, 아직 화났어? 토오루 : 아니, 다신 그러지 않으면 돼… 너한텐 위험한 순간에 도움을 받았으니까. 고마워 바첼러. 바첼러 : 인사같은 거 됐어… 우리들, 동료잖아…? 토오루 : 그렇군… 우리들 이후로는 누구하고도 팀 짜지 않았어? 바첼러 : 응… 꼬맹이들 아니면 지저분한 어른들밖에 없었거든. 생각해 보면 「초원의 늑대」는 최고였어. 최고의 팀… 내기해도 좋아. 지금까지 8년 동안 최고로 즐거운 팀이었어. 토오루 : 바첼러가 그렇게까지 칭찬해 주다니 영광이네. 바첼러 : 그래서, 너희들이 날 따돌렸다가 끝장났다는 얘길 들었을 땐 엄청 충격이었어…. 내가 있었으면 너희들을 어른들한테 붙잡히게 놔두진 않았을 거야. 난 그럴 자신이 있어. 토오루 : …그렇겠지. 너라면 했을 거야. 바첼러 : 왜 날 따돌린 거야?! 그 후로 난 쓸쓸해서 견딜 수 없었다고! 토오루 : …외로워서 나한테 그렇게 승부하자고 한 거야? 바첼러 : …달리 방법이 없잖아…. 토오루 : 방법이 없다니… 외로우면 그냥 평범하게 놀러오면 되지. 바첼러 : 그런 거 무리야…. 넌 나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아. 네가 나한테 관심있는 건 내 해킹기술뿐이었지? 토오루 : 그건… 네가 자신을 숨기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정체를 밝혔으면 나도…. 바첼러 : 정체를 밝혀서, 꼬마 계집애란 걸 알았으면… 「초원의 늑대」는 나랑 같이 어울렸을 거라고? 토오루 : …그건…. 바첼러 : 나도 곧 있으면 어른이 돼. 좋아서 여자로 태어난 게 아냐… 그런데 모두들 하나같이 날 따돌려…. 그래서, 정체를 숨긴 채 솜씨를 과시하는 것 말고, 나한테 달리 선택이 있었을 거란 말이야? 토오루 : …알겠어. 확실히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군. 분명, 어린 여자아이가 해커의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외에 방법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토오루 : 그렇다고 해서 슈미크람에 타고 싸움을 걸 필요는 없었잖아. 바첼러 : 그치만…. 토오루 : '그치만'이 아니야. 슈미크람 싸움으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어. 바첼러는 날 죽이고 싶어? 바첼러 : 그런! 죽일 생각은…! 토오루 :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죽어… 게다가, 내가 죽으면 다른 누군가를 찾아서 또 결투라도 하려고? 바첼러 : 그건… 나, 아슬아슬하게 데미지를 줘서 전자체로 강제해제시키는 건 아주 잘해. 실패한 적이 거의 없어. 토오루 : '거의'라니… 실패한 적도 있구나! 바첼러 : 그거야… 가끔은…. 토오루 : 가끔이라니…! 너 말이야…! 바첼러 : 너도 사람을 잔뜩 죽였잖아! 그렇게 잘난 듯이 말하지 마! 토오루 : 난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게 아니야! …에이, 꼬맹이한텐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 바첼러 : 그…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 이제 그만 돌아가! 토오루는 내 기분같은 거 몰라!!(등을 떠민다) 토오루 : 쳇, 말이 막히면 '돌아가'라고? 그러니까 애라는 거야! 바첼러 : 입 다물어!! 더 듣기 싫어! 그만 돌아가라니까!! 토오루 : 이녀석… 됐으니까 말을 들어!! 바첼러 : 돌아가!! 그만 돌아가!! 등을 떠미는 손을 나꿔채려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주인공. 뒤따라 바첼러도….
토오루 : 뭐… 어쨌든 이해해 줘. 난 죽고 싶지도 않고, 널 죽이고 싶지도 않아. 바첼러 : ……. 토오루 : …일단 오늘은 이만 돌아가지. 실례했다. 바첼러 : 아… 기다려! 나, 토오루가 하지 말라면 싸움 걸거나 하지 않을게… 일도 방해 안 하고. …그러니까 계속 동료로 있어 주는 거지…? 토오루 : …그래, 약속을 지켜 준다면…. 바첼러 : 응, 약속해. 토오루 : 그럼 또 놀러올게. 바첼러 : 으, 응… 꼭이야. 약속을 지켜 준다면 이걸로 바첼러 건은 무사해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예감이 떠나지 않는다. 8년 전의 사건과 그녀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보고를 겸해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돌아가는 길에 들른 대장의 병실. 복도에는 미노리와 아야네가 먼저 병문안을 와 있다. 미노리의 넘겨짚기에 걸려들어 바첼러에 관해 털어놓고 마는 주인공. 그녀는 바첼러 건에 관해 자신만이 따돌림당하고 있다며 서운해한다. 거기에다 사건 당시의 접속기록을 조사해서, 바첼러가 여자아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소대 동료들에게는 덮어두려고 했지만, 여기까지 알려져 버린 이상은 도리가 없다. 머리를 싸매는 주인공에게, 미노리와 아야네는 힘껏 돕겠다며 웃음짓는다. 면회를 위해 병실문을 노크하려는 순간, 방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문 틈으로 안을 엿보자, 거기에는 V·S·S의 타치바나 레이카 사장과 곤도우 장관의 모습이…. 야기사와 : 하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워낙 공백이 길었던 터라…. 곤도우 : …그래서, 녀석의 흔적은 파악했나? 야기사와 : 그건 우리들의 관할 밖입니다. 수사과의 일을 방해해선…. 레이카 : 변함없이 능청맞군… 당신, 설마 안 좋은 일을 꾸미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야기사와 : 그렇다고 말씀드린다면? 곤도우 : …알겠나 야기사와? 8년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마라. 그때와는 달라서, 이번엔 강등처분으로 끝나진 않을 테니까. 야기사와 :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저한텐 야망이고 나발이고 없으니까요.
레이카 : 어쨌든… 실험체가 또 나타나면, 이번엔 똑바로 대응하도록. 곤도우 : 실험체를 되찾으면 나도 귀관도 엘리트 코스에 복귀할 수 있을 거다. 명심하게. 야기사와 : …예…. 이윽고 병실을 나서는 두 사람. 다행히 자판기 그늘에 숨은 주인공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쳐 간다. '실험체'라는 낯선 단어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면회시간 종료를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주인공은 서둘러 병실로 뛰어들어가 간략한 보고를 끝낸다. 야기사와 : …수고했다. …변함없이 대장의 반응은 쌀쌀맞다. 8년 전의 일이란 게 뭘까? 장관과 대장 사이에는 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야기사와 : …왜 그러나 소우마? 토오루 : …아닙니다. 별로…. 결국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 나는 병실을 뒤로 했다…. 8장 천재 -LITTLE GENIUS-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