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幻妹 -VIRTUAL SISTER-


부서진 슈미크람, 주위를 둘러싼 공성방벽. 눈앞을 가로막은 전자체 유령, 그리고 쯔키나와 유우야의 절규… 이번에는 자신의 슈미크람이 거대한 손톱의 제물이 되고 있었다….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똑같은 악몽. 친구가 남긴 펜던트를 꼭 쥐며, 주인공은 다시 복수심을 불태운다.


민간 보안기업 중에서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V·S·S(Virtual Sphere Security)」. 인공지능이 서포트하는 독자적인 슈미크람 부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전투력은 군과 맞먹는다는 소문도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넷 공간의 사병(私兵)부대. 군과는 사업상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그런 상대와 공동작전을 펼치게 되었다. 테러리스트 등의 악질범을 상대로는 전례가 있었던 모양이다. 군기가 팍팍 들어 움직이는 V·S·S 직원들을 보고 철밥통 공무원 만세라며 농담을 주고받는 멤버들. 그때 1소대에게 작전실로 집합명령이 떨어진다.

작전실에 집결한 1소대와 V·S·S 대원들. 드물게도 곤도우 장관이 친히 납시었다. 그 옆에 있는 수트 차림의 젊은 여성이 바로 V·S·S의 사장 겸 최고 경영책임자인 타치바나 레이카(橘玲佳)이다.
그녀의 작전 설명이 시작된다. 최근 들어 테러리스트의 파괴활동이 격화되고 있으며, 특히 反칩주의자 중에서도 강경파인 「페타오(飛刀)」에 의해 군사시설 습격사건이 연이어 발생. 그들의 목적은 슈미크람 강탈인 듯하다.
이번 작전은 V·S·S와 협력하여 그들의 거점 한 곳을 습격하는 일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대규모 폭격 → 군부대가 거점 내부의 테러리스트를 급습 → V·S·S가 적 패잔병을 추격 및 섬멸'로 진행되는 작전. 세부사항은 지휘관에게 전달받으라는 말과 함께 타치바나 사장은 자리를 뜬다.

작전실에는 먼저 와 있던 미노리가 자신의 콘솔에서 한창 작업중이었다. 서먹하게 인사를 주고받는 두 사람… 역시 지난번 일을 마음에 두고 있는 모양이다. 뒤이어 도착한 동료들과 함께 작전을 준비하는 주인공.

바이러스의 선행폭격이 쓸고 지나간 싸움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깨끗하다. 상대는 훈련된 무장집단이니 주의하라는 소대장의 경고와 함께, 1소대는 소탕작전에 들어간다. 전파방해 때문에 적의 위치가 정확히 파악 불가능한 상황에서, 아야네가 단독으로 적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아야네&카이라, 요오스케&주인공으로 팀을 나누기로 한다.

여기까지 오면 졸개들도 쉽지 않다.
전투 결과 테러리스트는 거의 전멸로 추정. 대기지시가 떨어지고, 손상이 큰 요오스케는 먼저 귀환한다.
개인회선을 열고 아야네의 행동에 대해 미노리에게 살짝 물어보는 주인공. 아야네는 일류급의 뛰어난 파일럿이지만, 그만큼 문제가 되는 행동도 톱을 달리는 모양이다.
미노리와의 대화를 마치려는 순간, 시야 한구석에 무언가 하얀 물체가 스쳐지나간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모퉁이를 돌자 그곳에는….
예상대로 렌이 서 있었다. 그리고 미노리에게는 그녀의 전자체 반응이 감지되지 않는다.
전자체와 실체 사이에는 둘을 연결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링크인 '실버코드(명줄)'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탐지기로부터 그 소재를 감추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 혹시라도 탐지기가 알아챌 수 없는 전자체라면 슈미크람급의 방해장비를 싣고 있거나, 아니면 정말로 유령이라는 결론뿐… 어느것이든 비현실적인 결론임은 마찬가지이다.
싸움에 말려들지 않도록 렌을 설득하자 그녀는 순순히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지켜보고 있던 미노리에게는 주인공이 혼자 떠드는 것으로 보였을 터이다.

지시에 따라 귀환하자, 미노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까의 일에 관해 묻는다. 그녀가 '렌'이라는 이름을 들었음을 확인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부탁하지만… 자세한 사정을 말해주지 않는 주인공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미노리.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용서해 주는 대신 저녁을 사 달라는 말을 듣는다.


자유시간을 이용해 기지 근처 식당으로 나온 두 사람. 언제나 무언가를 신경쓰고 어색하게 행동하는 주인공을, 미노리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지켜보고 있었다. 유우야의 일은 어렵겠지만, 렌에 관해서라면 이야기해도 괜찮을지 모른다.

미노리 : 전자체 반응이 없는 여자아이?
토오루 :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벌써 몇 번이나 만났는걸. 아마도 엄청난 실력을 가진 해커가 아닐까 하는데….
미노리 : 그래도 믿을 수 없어요… 그런 일은 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거예요.
토오루 : 아니면, '전자체 유령'이라고?
미노리 :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토오루 : 이봐… 미노리가 신비주의를 긍정할 거라곤 생각 안 했는데.
미노리 : 완전히 신비주의라고 할 수만은 없지요. 몰입중이란 건 일종의 환각상태 비슷한 거니까, 강한 정신적 억압으로 인해 환상을 볼 수는 있어요.
토오루 : 그럼 미노리는 그게 환각…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거야?
미노리 : 그렇게까진 말하지 않았어요. 다만….
토오루씨, 뭔가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

토오루 : …….
미노리 : 정신적인 이유 때문에 몰입중에 환각을 보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토오루씨는 좀 극단적인 경우지만….

내가 렌 말고도 달리 숨기는 일이 있다는 것을, 미노리는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녀의 시선을 느끼며 일순간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지만….

토오루 : …….
미노리 :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여기엔 토오루씨같은 사람이 많으니까.
(손을 잡으며)그리고 전 토오루씨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요.

토오루 : …어떻게 믿을 수 있지?
미노리 : 토오루씨, 첫 전투가 끝나고 나서 괴로워하고 있었어요.
토오루 : 아아… 그땐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적을 쓰러뜨리는 게 익숙해졌어….
미노리 :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그런 일은 아예 신경쓰지 않는 사람도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일에 익숙해져 버리죠.
하지만 토오루씨는 그애들을 위해 적어도 한 번은 고민해 주었으니까….


포개진 두 손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미노리. 평소엔 얌전한 아가씨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가, 지금 내게는 굉장히 어른스럽게 보인다.
미노리가 이런 곳에 있는 것 역시 나름대로의 사정 때문일 것이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뒤를 돌아보자 V·S·S의 제복을 입은 쯔키나가 서 있었다. 예전에 말했던 보안회사란 바로… 게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슈미크람 파일럿!
V·S·S의 파일럿은 군대보다도 더 엄격한 조건을 필요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믿지 않으려는 주인공에게 화를 내는 쯔키나. 말다툼에 끼어 입장이 어색해진 미노리는 황급히 자리를 뜨고, 한바탕 쯔키나에게 퍼부어 주려는 순간 타치바나 사장이 나타나 그녀를 데려가 버린다.
헤어지기 직전, 두 사람은 예전 채팅방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방으로 돌아와 몰입 준비를 하며, 미노리가 식당에서 했던 말을 떠올린다. '스트레스로 인한 환각'… 렌과 나누었던 두 번의 대화는, 단지 머릿속의 환상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생생하다.
그렇다고 해도, 초절정 해커나 전자체 유령보다는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것 또한 사실.

쯔키나는 아직 채팅방에 와 있지 않았다. 그녀를 기다리며 초원을 둘러보는 주인공을 등 뒤에서 누군가가 부른다.

렌 : 오빠….
토오루 : …….
렌 : 왜 그래…? 빤히 쳐다보고….
토오루 : …렌, 잠시만….(몸을 만져 본다)
렌 : 앗… 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오빠?
토오루 : 아니… 아무것도 아냐.
렌 : …왜 그래? 오빠… 어쩐지 이상해.
토오루 : 이상한 건 둘 다 마찬가지겠지….
렌, 어째서 싸움터에까지 나타난 거니?
렌 : 그게… 오빠를 보고 싶어서….
토오루 : '그게'가 아니라, 총격전에 말려들면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알고 있잖아?
렌 : 아파??
토오루 : …저기 말야… 아픈 정도로는 끝나지 않아.
렌 : …그러면?
토오루 : 죽는단 말이야. 실체가 뇌사하거나 심장이 멈추거나 한다고!
렌 : 에? 그거 정말?!
토오루 : …설마 몰랐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렌 : 으응… 얘기는 들었어도, 진짜로 믿진 않았어. 역시 그랬구나….
토오루 : 있잖아….
렌 : 그치만 어째서? …그렇게 위험한데도 왜 전쟁놀이를 하고 싶어하는 거야?
토오루 : 전쟁놀이가 아니야. 진짜 전쟁이지… 서로 죽이는 거야.
렌 : 그런, 왜 오빠가….
토오루 : '어째서'가 아니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어쩔 수 없는 거야….
렌 : 싫어… 오빠가 위험한 일을 한다니….
토오루 : 렌도 해커잖아. 렌은 슈미크람이 싫어?
렌 : …….
오빠는 싸우는 게 좋아? '슈미크람'이란 거에 타는 게 그렇게 재밌어?

토오루 : 좋을 리가 없지… 하지만 난 군대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거든.
렌 : 이유…?
토오루 : …난 죽음을 당한 친구의 원수를 갚아야 해….
그러고 보니, 유우야가 죽었을 때 렌도 거기 있었지?
렌 : 에…?
토오루 : 기억하고 있니? 내 친구가 군인한테 죽었을 때, 렌도 틀림없이 거기 있었어. 그렇지?
렌 : …으, 응… 그럴지도 몰라… 계속 오빠를 보고 있었으니까….
토오루 : (팔을 잡으며)'그럴지도 몰라'가 아니라 '그렇다'야… 렌, 그 군인에 관해서 뭔가 모르겠니?
렌 : 모, 몰라… 오빠 무서워….
토오루 : 부탁이니까 기억해 줘… 이건 중요한 일이야!
렌 : 아파… 오빠 아파…!
토오루 : (손을 놓으며)미안… 무심결에….
렌 : 훌쩍….
토오루 : 용서해 줘 렌… 그래도 이건 나한테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렌 : 흑… 렌은 그런 거 몰라….
토오루 : …그런가… 그렇겠구나.

슈미크람 싸움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는 렌이, 유우야를 죽인 원수를 그렇게 주의깊게 보았을 리가 없다.

렌 : …미안해 오빠….
토오루 : 이젠 됐어… 그보다 렌, 날 계속 보고 있었다고 했지?
렌 : 아… 으, 으응….
토오루 : …언제부터 보고 있었어?
렌 : …아주 오래전부터… 오빠를 보고 있었어.
토오루 : 어떻게?
렌 : 어떻게라니… 그게….
(얼굴을 붉히며)…그건 있지….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하며 쯔키나가 채팅방에 들어온다. 잠시 망설이던 끝에 그녀에게 렌을 소개하려 하지만….
어느샌가 렌의 모습은 채팅방에서 사라지고 없다. 수상쩍은 약물이라도 하는지 쯔키나에게 의심을 받고, 미노리까지 이야깃거리에 올라 한바탕 말싸움.
아직도 복수에 집착하는 주인공을 보고 쯔키나의 표정이 어두워지지만, 이제 와서 말릴 수도 없는 일. 진행상황을 물어보더니 카드 비슷한 것을 불쑥 내민다. 군용 데이터 베이스에 접속할 수 있는 LV2의 억세스 키로, 군과의 공동작전을 위해 V·S·S 대원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 것을 사적인 용도로 함부로 썼다간 곤란하다. 사양하려는 주인공에게 한사코 키를 쥐어 주면서

쯔키나 : 나도 유우야를 죽인 녀석이 미워. 게다가….
들키더라도 모가지 당하는 건 함께잖아.
이 시간이면 아직 작전실에 갈 수 있지? 자아, 서둘러.

토오루 : …미안, 쯔키나.
쯔키나 : 괜찮대도… 무리하지 마, 토오루.

채팅방을 나와 다시 정보실에 숨어든 주인공. 이번에는 쯔키나의 LV2 억세스 키가 있다. 여기서 자칫 실수를 하면 그녀에게도 피해가 미치게 되는 것이다.
렌에 관한 정보를 검색해 보지만, 데이터 베이스에서 그녀의 이름은 눈에 띄지 않는다. 렌의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더 높은 레벨의 데이터에 접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LV2의 데이터에서도 유우야의 원수와 관련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LV3의 데이터를 검색해 보지만 권한 제약으로 불가능. 왕년의 솜씨를 발휘해 해킹을 시작하려는 순간….

렌 : 오빠, 뭐 하고 있는 거야?

모니터 스크린에 커다랗게 비치는 소녀의 얼굴. 무심결에 비명을 지르는 주인공의 모습을, 렌은 모니터 안에서 천진한 웃음을 띄우며 바라보고 있다.

토오루 : …렌, 너 이런 데서 뭘… 아니, 어떻게 해서 그렇게 한 거야?
렌 : 헤헷… 아까는 사람이 와서 잘 자라는 인사도 못 했으니까.
토오루 : 잘 자라니….
이대로 가다간 다음번엔 침대맡에 서 있을지도 모르겠군.
렌 : 후훗…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토오루 : 그만둬. 그랬다간 진짜 유령이나 다름없잖아….
!! 대단하구나 렌… 공성방벽을 돌파해서 온 거야?
렌 : '방벽'이라니??
토오루 : 방화벽(Fire Wall) 말이야. 보안시스템, 침입저지 시스템… 알고 있지?
렌 : 몰라.
토오루 : 그만 됐어… 내가 잘못했다.
일단 나도 그리로 가고 싶어. 도와줄래?
렌 : 뭐야, 그런 거였어? 응, 도와줄게.
토오루 : 좋았어… 고마워!

뉴로잭을 꽂고 다시 데이터 베이스에 접속하는 주인공.
전자체의 눈으로 본 군의 데이터 베이스는 빛을 발하는 벽에 둘러싸인 공간이다. 마치 유원지에 있는 거울의 집과도 같은 느낌… 하지만 아름다운 외관과는 달리, 그 벽면은 닿는 순간 치사율 100%를 자랑하는 위험한 방어용 병기인 것이다.
이대로는 벽 저편으로 건너갈 수가 없다. 렌에게 방법을 물어보자 '그냥 걸어들어왔다'는 전혀 영양가 없는 대답. 할 수 없이 방벽을 파괴할 전자체용 도구(Ice Cracker)를 꺼내들지만, 신기해하며 만지작거리던 렌이 그만 실수로 망가뜨리고 만다. 그녀의 손에는 부서진 아이템의 잔해가… 시체나 잔해를 남기지 않는 넷 공간의 법칙이 렌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넷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그녀….
토오루 : 그나저나 어떡한다… 파괴장치가 없으면 벽을 돌파할 수 없는데.
렌 : 이 벽 건너편으로 가는 거야?
토오루 : 으응… 그렇긴 한데.
렌 : 뭐야… 빨리 말해 줬으면 되는데. 그럼 잠깐 다녀올게.

말릴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공성방벽을 향해 발을 들이미는 렌. 예상되는 뻔한 결과에 눈을 감아버리지만….

렌 : 오빠, 이렇게 하면 돼?

벽 저편에서 생글거리며 손을 흔들고 있는 렌의 모습. 그녀의 도움으로 데이터 베이스에 검색장치를 연결한 주인공은 LV3의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각 항목의 LV3 데이터

정보를 모두 읽고 나자, 머릿속에 미노리의 말이 떠오른다.

모두들 아무 말도 안 하지만,
저마다 각자 사정을 떠안고 있는 것 같아요.
토오루씨처럼, 어제까지는 쫓기는 몸이었던 사람도 많고….

토오루 : 과거가 있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란 건가… 보지 말 걸 그랬다.
렌 : 왜 그래…? 오빠 뭔가 괴로워 보여.
토오루 : 글쎄… 하지만 이걸로 됐어.

동료들의 비밀을 훔쳐보았다는 죄책감, 그리고 이제는 그들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묘하게 가슴속에서 뒤섞인다.

토오루 : 자아 렌, 돌아갈까?
렌 : …오빠, 이젠 괜찮아?
토오루 : 응, 괜찮아.
(머리를 쓰다듬으며)고마워… 덕분에 후련해진 것 같다.
렌 : …응.
토오루 : 렌, 그럼 난 이만 돌아갈게. 또 채팅방에서 보자.
렌 : 응! 잘 자 오빠♡
토오루 : 그래, 렌도 잘 자.

채팅방에서 이탈하는 순간….

??? : 꼼짝 마.

눈을 뜨자, 소대 멤버들이 전부 모여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주인공의 부주의함을 나무라면서 함께 가자고 요구하는 동료들. 대장에게 보고되어 처분을 받을 것을 각오하며, 주인공은 그들을 따라나선다.

…그리고 수십분 후, 기지 근처 레스토랑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1소대.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주인공의 행동을, 소대 동료들은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고민거리가 있으면 털어놓으라는 말에 주인공은 마침내 유우야에 관한 일을 모두에게 고백한다. 그 원수가 군인이었다는 사실만은 숨긴 채.

미노리 : 그런 사정이 있었다니….
토오루 : 미안해. 지금까지 숨겨서….
요오스케 : 괜찮아 괜찮아. 뭐,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은 했지.
아야네 : …정말 여기는 '사연 있는' 사람들 뿐이네.
카이라 : 그렇지만 역시 토오루는 대단해. 혼자서 LV3까지 한꺼번에 해치우다니, 우리들은 절대 무리야.
토오루 : …혼자? 또 한 사람이 같이 몰입해 있던 걸 몰랐어?
요오스케 : 하아… 미노리 말대로 꽤나 쌓인 모양이군.
카이라 : 토오루, 전자체 반응은 너 하나였어. 또 전자체 유령이랑 함께 있었다는 건 아니겠지?
토오루 : …미노리, 그거 말했어?!
미노리 : 미안해요… 그렇지만 토오루씨가 걱정돼서….
요오스케 : 그만 봐줘라. 너 때문에 미노리도 스트레스 받잖아… 물어본 건 우리들 책임이야.
토오루 : …그런가….
아야네 :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건 괴로운 일이지….
토오루 : …….
요오스케 : 뭐, 유령을 볼 정도로 대단한 일은 아니지. 내가 아는 녀석들 중엔 악마랑 만난 놈도 있으니까.
카이라 : 그래그래, 전파가 뇌내칩에 명령한다 어쩐다 망상을 하고서는 테러리스트가 된 녀석도 있어.

렌은 확실히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술을 마시고 있으면, 그 확신이 흔들리고 만다.
동료들 말대로, 렌은 나의 병든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한 걸까?


토오루 : 모두들 미안….
카이라 : 서먹한 소리 하기 없기! 그럼 오늘은 끝까지 마시는 거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새벽까지 술잔을 나누고는…
어느샌가 나는 술에 취해 의식을 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