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진실 -TRUTH- 아지트에서 몇 시간을 도망친 끝에 산중의 외진 별장지대에 도착한 주인공. 량의 말로는, 무슨 일이 생기면 이곳으로 도망치라고 쿠웡이 예전부터 이야기했다고 한다. 긴 산길은 산 안쪽 깊숙한 곳의 작은 산장 앞에서 끝나 있었다. 토오루 : 여긴가…? 나는 산장 앞에서 한숨을 돌린다. 또다시 느껴지는, 언젠가 보았던 감각… 이 작은 집은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다…. . . . 안경 쓴 남자 : 아, 그건 그렇지만… 너도 보렴. 정말 재미있단다. 집단무의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AI에 의해서…. 중국풍 여자아이 : 그런 말 들어도 몰라… 그것보다 스프 식잖아! 무심결에 킥킥 웃는 나에게, 덩치 큰 남자아이가 말을 건넨다.
토오루 : 응… 근데 거긴 무서운 중학생 형들이 자주 와서…. 덩치 큰 소년 : 괜찮아 괜찮아… 그런 녀석들이라면 내가 쫓아보낼 테니까. 그래, 오늘은 너도 같이 가자. 퍼즐 푸는 소녀 : (고개를 젓는다) 덩치 큰 소년 : 쳇, 퍼즐만 풀고 있으면 친구가 하나도 안 생긴다고. 중국풍 소녀 : 그러는 너도 맨날 싸움만 하면 친구 다 없어진다. 그치 토오루? 그녀의 말에 나는 대답이 궁하여 그냥 미소짓고 만다… 슬쩍 보자, 퍼즐을 풀고 있던 아이가 손을 멈추고는 슬픈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토오루 : …왜 그래? 퍼즐 푸는 소녀 : …나, 친구 생기지 않는 거야…? 토오루 : 그렇지 않아… 낚시 갔다 돌아오면 다음엔 나랑 놀자. 퍼즐 푸는 소녀 : …응. 그제서야 미소짓는 소녀를 보며, 나는 내심 안도한다. . . . 바첼러 : 토오루…? 량 : 왜 그래 토오루? 멍해가지고는…. 토오루 : !! …아, 아니… 별로… 그냥…. 바첼러 : 그냥? 토오루 : 여기에 온 게 처음일 텐데, 예전에 와 본 느낌이 들어서….(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량 : …그런… 거짓말이지? 토오루 : 어째서? 량 : 그 여자애, 엄청 어려워 보이는 퍼즐을 풀고 있었다고 했지? 토오루 : 아, 그래… 그런데 왜 그걸? 량 : 바첼러가 뇌내칩을 수리하고 나서, 깨어나기 직전에 그 꿈을…. 토오루 : …꿨어? 량 : …응. 토오루 : 어째서 똑같은 꿈을…? 바첼러 : …의외로, 꿈이 아닐지도 몰라.(산장으로 들어선다) 량 : 꿈이 아니라고…? 바첼러 : 예전에 난 시설에서 지냈어…. 시설을 탈주한 다음에 정신을 차려 보니까, 난 이 산장으로 도망쳐 와 있었어.(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산장 안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어느새 저녁때가 되었다. 뉴스 : 정부는 불필요한 넷 접속, 특히 장거리 전자체 몰입을 삼가도록 요청했습니다…. 지금 시대에 접속금지령이라니, 마치 외출금지령과도 같은 일이다. 넷에 접속할 수 없다면 세계는 반신불수가 되고 말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사건이 중대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어불능인 최종병기가 넷 공간을 떠돌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조치이긴 하지만…. 바첼러의 말로는, 리바이아산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일반에는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다. 사실을 알려 봐야 혼란을 부채질할 따름일 테니. 페타오의 아지트가 있는 빈민가 쪽의 상황도 일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비공식자료에 따르면 슬럼지구에서 엄청난 규모의 지하폭발이 있었다고 하는데…. 바첼러가 문득 등 뒤의 기척을 느끼고 말을 멈춘다. 창백한 얼굴로 서 있는 량. 토오루 : 괜찮아 량… 쿠웡은 틀림없이 무사히 도망쳐서…. 량 : (고개를 저으며)쿠웡은 레벨7에 자폭장치가 있다고 했어. 그러니까…. 토오루 : …이제부터 우리들은 어쩌면 좋지? 바첼러 : 그래… 할 일은 하나뿐이야. 렌이 자기 몸을 찾아달라고 했다며? 그럼 찾는 수밖에 없지. 토오루 : 찾는다고는 해도 단서가…. 바첼러 : 잊어버렸어? 8년 전에 렌을 풀어준 건 나야. 렌은 너희들도 봤던 군 연구시설 구조체에 봉인돼 있었어. 토오루 : 그렇다는 건, 거기에 연결된 장소를 조사하면…. 바첼러 : 벌써 조사해 뒀어. 버려진 군 연구시설, 틀림없이 거기에 렌의 실체가 있을 거야.(지도를 보여준다) 량 : 그럼 우린 거기로 뛰어들어야겠네. 토오루 : 이건 내 문제야. 너희들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바첼러 : 무슨 소리야? 이건 너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나하고 량, 그리고 렌이라는 애… 셋 다 뇌내칩 번호가 일치했어. 그리고 렌과 최종병기 사이엔 무언가 연결점이 있어. 량 : 거기에다 렌과 타치바나 레이카 사이에도…. 바첼러 : 혼자서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래도 우리들 셋이라면…. 토오루 : 알겠어… 미안하지만 힘을 빌릴게. 손을 포개고 서로를 보며 미소짓는 세 사람. 량 : 아하하… 어쩐지,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됐다는 느낌이 안 드는 걸. 바첼러 : 맞아. 너희들하고는 예전부터 친구사이였던 것 같아. 토오루 : 나도 그래… 잘 부탁한다. 다음날, 바첼러가 말하던 연구시설을 찾아온 세 사람. 연구시설은 산중턱의 분지에 외따로 떨어져 있다. 평범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곳곳에 자동화기를 든 병사들이 보초를 서고 있다. 어디선가 수직이착륙기의 비행음이 들려온다. 재빨리 몸을 숨기는 세 사람의 머리 위를 지나 연구소에 착륙한 V·S·S의 비행기에서, 낯익은 인물이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타치바나 사장과 곤도우 장관, 그리고 그 옆에는 쯔키나의 모습이… 예상 이상으로 엄중한 경계에 적지않이 놀라며, 연구소로 숨어들 방법을 궁리해 보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어느샌가 야기사와 소대장이 뒤에 서 있다. 주인공의 옷에 생체소자로 된 발신기를 붙이고 따라온 것이다. 소대장은 자기도 이곳에 볼일이 있어 왔다며, 자신이 가진 출입증을 이용해 일행을 연구소 안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한다. 토오루 : 그런데 대장님… 어째서 바첼러를 놓아주고, 쿠웡과 연락이 닿고…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계신 겁니까? 야기사와 : 꾸밀 이유가 없지… 나하고는 예전부터 인연이 있는 녀석이라서. 토오루 : 인연? 야기사와 : 아아, 그래… 곧 모든 것을 알게 될 거다.
험한 산길을 내달리며 뒤죽박죽이 된 세 사람. 긴긴 드라이브 끝에 적재함에서 얼굴을 내밀자, 그곳은 기지의 지하주차장이었다. 온통 붉은 조명이 비치는 어슴푸레한 통로, 끊임없이 들려오는 묵중한 기계음이 말할 수 없이 기분나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일행은 지상에 전개하고 있는 몰입부대를 피해 지하에 있는 작전실을 점거하기로 한다. 량 : 근데… 여기 좀 이상해…. 토오루 : 뭐가 신경쓰여? 량 : 나 어쩐지 여기가 낯이 익어… 아니, 확실히 여기 온 적이 있어. 토오루 : …본 적이 있다고? 바첼러 : 꿈이라도 꾼 거 아냐? 량 : 그래… 꿈이야!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기 전에 본 꿈에서…. 토오루 : 꿈에서 본 거야? 량 : 응… 그래. 아주 어렸을 적에, 나 여기서 살았어. 겐하랑 다른 애들하고 같이…. 량의 말에 불씨가 당겨지기라도 하듯, 내 머릿속에도 어떤 병실이 떠오른다. 마치 자신이 기억하는 광경처럼 실제감을 동반하여…. 량 : …잘 기억나진 않지만, 거기서 나 울고 있었어… 끔찍한 일을 당할까봐 무서워서…. . . . 어린 량이 울고 있는 모습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이러고 있으면 울음소리까지 들려올 것 같다…. 아니, 그 목소리는 확실하게 들려온다. 비통하게 울부짖는 어린 량을, 흰 옷을 입은 어른들이 둘러싸고 있다. 나는 그 광경을 겁에 질려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뿐…. 소년 : 이자식! 량한테 못된 짓 하지 마!! 덩치 큰 소년이 어른들을 붙잡고 늘어지며 가운 소매를 힘껏 깨문다. 남자 : 아야야… 이 꼬맹이가! 어른들은 덩치 큰 소년을 난폭하게 후려치고는 찍어누르려 한다. 그래도 소년은 반항을 그만두려 하지 않는다…. 흰 옷을 입은 청년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의 얼굴은 격심한 분노로 일그러져 있다. 청년 : 그만두지 못하겠나! 상대는 어린아이다! 조금은 애정을 갖고 대하면 어떤가?! 분노에 불타는 청년의 목소리에 어른들이 손을 멈춘다. 그 얼굴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든다…. 남자 : 애정? …모르모트에게 감정을 가져 봤자 괴로울 뿐이라고. 남자들은 량을 통로로 끌고 간다. 그 광경이 내 눈앞에서 희미해져 간다…. ??? : 무서워… 오빠…. …누군가 소중한 사람이 내 팔을 꼭 붙잡는다. 토오루 : 괜찮아… 내가 지켜줄 테니까. 나는 그 자그마한 손을 힘주어 쥐고…. . . . 량 : …토오루, 괜찮아? 바첼러 :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멍해가지고…. 토오루 : 아아… 실은….(방금 전의 광경을 이야기한다) 량 : 그거… 내 꿈이랑 똑같아! 바첼러 : 아니, 역시 그건 꿈이 아니야… 아마도. 토오루 : 꿈이 아니라고? 바첼러 : 나도 그 광경은 기억하고 있어. 아저씨, 어떻게 된 거지? 야기사와 : (한숨을 내쉰다) 바첼러 : …역시 아저씬 뭔가 알고 있는 거지? 야기사와 :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말할 수 있지. 나도 확실한 증거는 없다. (걸어나가며)얼마 남지 않았어… 조금만 더 가면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게 될 거다. 문 앞에 도착한 소대장은 권총을 꺼내들고는 개폐 스위치를 누른다. 그 안에는…. 홀로 작전실 안에 있던 곤도우 장관이 주인공 일행을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곧이어 량이 뛰쳐나가 장관을 일격으로 기절시킨다. 바첼러 : 우리들이 알고 싶어하는 실마리가 여기 있다고 했지? 야기사와 : …이 연구시설엔 외부로부터는 접속할 수 없는 최고군사기밀, 레벨4의 데이터 베이스가 있다. 거기를 조사하면 너희들이 원하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게다.(걸어나간다) 토오루 : 대장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야기사와 : 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 여긴 너희들에게 맡겨도 괜찮겠지? 량 : 응, 어떻게든 될 거야. 괜찮아. 야기사와 : …부탁한다. 금방 돌아오마.(방을 나간다) 바첼러가 보안중추를 해킹하고 주인공은 렌을 구출, 량은 서포트와 작전실의 경계를 맡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행동에 들어가는 세 사람.
토오루 : 후우… 바첼러, 그쪽은 어때? 바첼러 : 아아, 고비는 넘겼어. 이젠 내버려둬도 괜찮을 거야. 토오루 : 그런가…. 바첼러 : 저기 토오루, 사실은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토오루 : 말하지 않은 일? 바첼러 : 사실… 네 뇌내칩 제조번호는…. 량 : 토오루 조심해! 바이러스 다수!! 바첼러 : …토오루, 괜찮아? 토오루 : 아아, 이런 녀석들이라면 몇 마리가 와도 문제없어… 그것보다, 내 뇌내칩이 어쨌다고? 바첼러 : 토오루, 진정하고 잘 들어. 신경쓰이는 게 있어서, 너한테는 말 안 하고 조사해 봤어… 결과는 예상대로였고. 토오루 : …뭐가? 바첼러 : 네 뇌내칩 제조번호는 우리들 것과 동일해… 다시 말해 존재하지 않는 번호란 거지. 토오루 : 그게 무슨 뜻이야?! 바첼러 : 글쎄… 그 답은 바로 앞에 있을 거야. 토오루 : (앞으로 나아간다) 바첼러 : 곤란하게 됐군… 토오루, V·S·S의 회선을 엿들었는데, 리바이아산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모양이야! 거리 900가상km! 토오루 : 크으… 이런 때에! 바이러스와 싸우는 도중에도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오는 리바이아산. 몰려드는 적들을 뚫고 마침내 렌을 봉인한 문에 다다르지만…. 렌 : 오빠… 위험해!! 렌의 비명과 함께 눈앞에 공성방벽이 펼쳐진다. 아깝다는 표정으로 등 뒤에서 나타나는 겐하. 페타오를 배반하고, 타치바나 사장의 명령으로 주인공을 사로잡기 위해 온 것이다. 토오루 : 그랬구나… 네녀석, V·S·S에 붙은 거냐?! 겐하 : 페타오도 앞날이 뻔히 보여서 말이지… 선물을 가져갔더니 날 흔쾌히 받아들여 주더군. 량 : 그런가… 네가 아지트 위치를 V·S·S에 말했구나! 겐하 : 그래, 팔아넘겼지. 그럭저럭 괜찮은 가격에. 량 : 배신자! 쿠웡이 키워준 은혜도 잊은 거야?! 겐하 : 착각하지 마… 난 그딴 은혜같은 거 몰라. 너도 진실을 알게 되면 그렇게 생각할 걸. 토오루 : …진실이라니, 넌 뭔가 알고 있는 거냐? 겐하 : 글쎄… 알고 싶으면 순순히 나한테 잡히시지. 토오루 : 무슨 터무니없는 소릴…! 바첼러 : 리바이아산 도달까지 앞으로 100가상km… 떠들고 있을 시간이 없어!! 겐하 : 으헤헤헤헤~ 그렇다는데. 어쩌시겠어? 토오루군. 토오루 : 이자식…!! 흰 빛에 감싸여 겐하의 기체가 사라진다. 괴인의 최후에 걸맞지 않은 허무한 결말…. 량 : …겐하… 바보. 회선 너머로 량이 자그맣게 중얼거린다. 그녀의 심정을 생각하면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다…. 바첼러의 조작으로, 봉인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한다. 렌 : ……오빠…. 다중 봉인 저편에서는 렌이 두 손을 꼭 쥔 채 기다리고 있었다. 토오루 : 렌……. 나도 전자체로 모습을 바꾸어 렌을 향해 달려가, 꺾여버릴 것만 같은 가녀린 몸을 있는 힘껏 부둥켜안는다. 렌 : …역시 구하러 와 줬구나… 오빠…. 작고 따스한 그녀의 몸이 나를 꼭 끌어안고는 가슴에 얼굴을 부벼댄다. 바첼러 : 감동의 재회는 나중에 하시지… 아저씨가 말했던 레벨4 데이터 베이스를 찾아냈어. 토오루 : 정말?! 열람은 할 수 있어? 바첼러 : 보안중추가 작동하지 않는 지금이라면… 장소를 가르쳐 줄 테니까 렌하고 같이 와. 토오루 : 아아… 그런데 리바이아산은 어떻게 됐지? 바첼러 : 괜찮아. 30가상km 거리에서 활동을 정지했어. 토오루 : 활동정지? 렌 : (미소짓는다) 토오루 : …렌, 네가 리바이아산을 멈춘 거니? 렌 : 응… 오빠가 구하러 와 줬잖아. 렌의 얼굴을 보며, 나는 타치바나 사장의 말을 생각해낸다. 맞아… 그런데 리바이아산이 렌 : …왜 그래? 토오루 : 아니… 좋았어 렌, 이제 네 실체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야. 렌 : 응! 렌의 손을 꼭 잡고 도착한 데이터 베이스. 3차원 공간에 무수한 아이콘이 바둑판 모양으로 늘어서 있다.
토오루 : 그래… 아마도. 바첼러 : …우리들에 관한 정보는 여기 있어.(아이콘을 집어들어 내민다) 토오루 : …벌써 다 봤어? 바첼러 : …….(고개를 끄덕인다) 토오루 : 뭔가 신경쓰이는 내용이라도 있었어? 바첼러 : 그건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해…. 토오루 : ……. 바첼러 : 고민할 필요 없어. 여기까지 왔으면 그걸 보는 이외에 다른 길은 없으니까. 토오루 : 그렇지….(아이콘을 전개한다) 바첼러 : 그럼 난 먼저 이탈해서 현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이탈한다) 각 항목의 LV4 데이터 레벨4의 데이터 베이스에도 렌의 실체에 관한 내용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실망하는 빛이 역력한 렌을 달래며 다시 열람을 계속하지만…. '실험체에 치명적인 장애 발생'이란 것은 무슨 의미일까? 게다가 의형(義兄)이라는 남자… 렌에게 오빠가 있다는 말은 듣긴 했는데…. 프로젝트는 항목 4로 끝… 내가 모르는 인물은 '미즈사카 신이치'밖에 없다. 토오루 : 렌, 이 '신이치'라는 사람이 진짜 오빠 맞지? 렌 : …으, 응…. 토오루 :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어? 렌 : ……(얼굴을 붉힌다) 렌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 표정이 묘하게 내 마음을 흐트러 놓는다. 토오루 : '칩에 의한 정신개조 및 개조로부터의 복구능력 실험'이라니… 대체 어떤 능력이지? 렌 : 저 있지…. 마침내 결심을 했는지 렌이 말을 걸어온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토오루 : 뭐, 뭐야? 렌 : ……오빠라면 알 수 있을 거야. 토오루 : 알다니… 어떻게 내가? 렌에게 되물어보려던 순간, 바첼러의 말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네 뇌내칩 제조번호는 우리들 것과 동일해… …그렇다는 건, 나도 실험체의 일원이었다는 건가?! 토오루 : 그런 말도 안되는… 나한테는 특별한 능력같은 거… !! '특별한 능력'… 자신이 꺼낸 말에, 이번에는 쿠웡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들으라! 넌 완전히 세뇌당하지 않는다… 나의 진가… 완전히 세뇌당하지 않는 힘… '칩에 의한 정신개조 및 개조로부터의 복구능력 실험'…. …머릿속에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정보가 하나로 정리되고, 거기서 나온 결론에 나는 절규하고 만다. 토오루 : 그런… 거짓말이지? …혹시, 내 뇌내칩이 프로젝트 4의 것이라고 한다면…. 토오루 : '미즈사카 신이치'란 사람이 나라는 거야…? 량과 바첼러와 똑같은 추억, 제조번호가 동일한 뇌내칩… 나도 실험체였다고 생각하면 앞뒤가 들어맞는다. '反轉 -FLIP FLOP-'… 그것은 내 뇌내칩을 기동시키는 작동 메시지였을 것이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에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닫는다. 토오루 : 그, 그럼… 렌은… 내…. 나는 놀라며 무심결에 데이터 베이스 접속을 중단한다. 렌 : …오빠. 놀라움에 굳어버린 내 손을 렌이 살며시 잡는다… 그녀의 얼굴에는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표정이 떠올라 있다. 그 표정을 보고 있는 동안, 내 머릿속에 다시 낯선 풍경이 떠오른다…. . . . 렌 : 훌쩍… 흐으으… 으아아앙…. 나뭇잎새로 비치는 햇살 속에서, 나는 렌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어린 여동생의 손이 내 손을 꼬옥 쥐고 있다. 토오루 : 이젠 울지 마… 앞으로도 계속 함께 지낼 수 있어. 렌 : 훌쩍… 정말로… 오빠…? 토오루 : 당연하지. 우리들, 단 둘뿐인 가족이니까. 렌 : 흐흑… 오빠… 으아아앙….
그래, 그때 나는 한꺼번에 부모님을 잃고, 동생과는 따로 떨어져 입양되어 갈 참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리들을 그 사람들이 거두어 주어서…. 남자 : 둘이 많이 기다렸지? 너희들을 새 집으로 안내해 줄게. 토오루 : 안내라니… 이제부터 어디로 가는데요? 남자 : 걱정 안 해도 돼. 너희들은 얼마 동안 군 의료시설에서 지내게 될 거야. 토오루 : 병원…? 우리들 하나도 아픈 곳 없는데. 여자 : 의료시설이라고 해서 꼭 병을 고치거나 하는 건 아니야… 그래, 너희들한테 멋진 재능을 주기 위한 조치지. 토오루 : …멋진 재능? 여자 : 적어도 아동시설보다는 좋은 생활을 보장해 줄게. 동생하고 계속 함께 지낼 수 있는 것도…. . . . 흠칫하며 나는 정신이 든다… 이것은 잃어버린 내 과거의 기억…? 토오루 : ……렌. 렌 : 오빠, 이제야 기억해냈구나…. 토오루 : 렌, 너랑 나는 진짜 남매였던 거야…? 렌 : ……. 렌은 말도 나오지 않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눈에서는 커다란 눈물방울이 흘러내린다. 토오루 : 렌은… 계속 잊지 않았구나? 렌 : …응… 렌은 오빠가 기억해 주길 지금까지 내내 기다렸어…. 렌의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나는 어떤 사실을 생각해낸다. 그늘에서 가만히 내 모습을 살피고, 채팅방에 몰래 들어오곤 하던 렌…. 내가 자신에 관해 잊어버렸다는 것을 알면서… 그래도 언젠가는 내가 기억해낼 거라 믿고서…. 토오루 : …그랬구나… 널 힘들게 했어… 렌, 미안해. 렌 : 훌쩍… 아냐… 사과할 것까진…. 렌은 고개를 저으며,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렌 : 오빠는… 이렇게 날 기억해 줬잖아…. 그대로 말꼬리를 흐리며, 렌은 다시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토오루 : …렌…. 렌 : 흐흑… 오빠아….
렌 : …이젠 '오빠'라고 불러도 되는 거지? 토오루 : 그럼, 당연하지… 지금까지도 그렇게 불렀잖아. 렌 : 아냐, 전혀 달라! …달라… 왜냐면… 그건…. 토오루 : …그래… 나도 이젠 동생으로 당당하게 '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 가슴이 꼭 메어, 나는 렌을 힘주어 끌어안는다… 자그마한 몸이 내 품에 쏙 둘러싸인다. 렌 : …응… 오빠.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렌은 조금 갑갑한 표정으로, 그러면서도 기쁜 듯이 대답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얼마 동안 그대로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9장 진실 -TRUTH-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