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D·O·S -Disconnect of Silvercode- 주인공의 보고로 바첼러의 실체는 군에 체포되었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던 1소대 멤버들은 침대에 실려 어디론가 옮겨지는 바첼러와 마주친다. 그녀를 기지 안에 가둬 놓고 조사를 하려는 모양이다. 악명높은 범죄자를 혼자서 붙잡았다며 동료들이 추켜올리지만… 아직 검은 구체에 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마치 꿈과도 같았던 한순간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가 망설여지고 만다. 갑자기 요오스케가 숨으라고 소리치며 그늘 뒤로 숨는다. 이야기를 나누며 그 앞을 지나쳐 가는 두 남녀.
곤도우 : 나 원, 저런 꼬마 계집이 군 포위망을 몇 년씩이나 피해 다녔단 말이지…. 레이카 : 후훗, 역시 실험의 성공작이란 거지. 곤도우 : 그 성공작도 역시 '그것'에겐 당해내지 못한 모양이군. 레이카 : 그래요…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붙잡느냐인데…. V·S·S의 타치바나 레이카 사장이 직접 군 기지에까지 찾아왔다. 게다가 대화 도중에 나왔던 수상쩍은 단어들은…. 렌이 걱정되어 하루종일 제대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채팅방으로 몰입하자, 그녀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얼굴로 가상의 초원에서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과, 어제 일을 묻고 싶은 마음이 부딪쳐 갈등을 일으킨다. 렌 역시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렌 : …오빠… 물어봐도 돼? 토오루 : 뭔데? 렌 : …어제 그애… 다치지 않았어…? 토오루 : 아아, 바첼러 말이지? 걱정하지 마. 생명엔 지장없으니까. 렌 : …그랬구나…. 토오루 : 렌… 나도 하나 물어봐도 되겠니? 렌 : ……. 토오루 : 어제 그 새카만 녀석… 렌은 그녀석을 알고 있어? 렌 : …몰라…. 토오루 : 모른다니… 진짜로 몰라? 렌 : …몰라, 정말 몰라!! 토오루 : …알았어. 렌 : …흑… 오빠… 믿어 줘…. 토오루 : 미안… 렌이 말하는 걸 믿을게.
그 검은 구체, 그리고 바첼러와의 관계… 사실은 억지로라도 캐물어보아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렌이 숨기는 데에는 틀림없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렌 : 훌쩍… 미안해 오빠. 토오루 : 그래, 알았으니까 이제 울지 마.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동안, 렌은 조용히 흐느껴 울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의 추억이었을까…. 지금 내겐 모르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있을 뿐이다…. 채팅방을 빠져나오자 이미 밤 늦은 시각. 토오루 : 후우… 나도 참 무르기도 하지. 렌은 틀림없이 뭔가 알고 있을 텐데….(침대에 눕는다) ??? : 예전부터 넌 그랬어… 근본적으로 여자한테 약한 거라고. 토오루 : 쓸데없는 참견이야. 무엇보다도 렌은 유별나게 울보니까… 으와앗!! 어느샌가 방 안에 여자아이가 서 있다. 본 적이 있는 그 모습은…. 토오루 : 바첼러… 어째서 네가 여기 있냐?! 바첼러 : 아무것도 없는 방 안에 갇혀있는 것도 지겹고 해서… 살짝 빠져나오는 정도야 뭐 어때? 토오루 : 빠져나올 수 있는데 뭐가 감금이야…. 바첼러 : 헤헷~ 전자키가 붙은 방에 갇혀있는 걸. 나한테는 그런 건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토오루 : 하아… 렌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무서운 꼬마들이군…. 바첼러 : ……. 토오루 : 바첼러, 너 렌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바첼러 : 너야말로… 어느 틈에 그애를 그렇게 길들여 놨지? 토오루 : 길들이다니, 말이 심하군… 어제 그 검은 구체는 도대체 뭐야? 바첼러 : 나도 알고 싶어… 그러니까 렌한테 이야기를 들어야 해. 토오루 : 어쨌거나 깊은 사정이 있는 모양이군…. 얘기해 봐. 렌에 관한 일이라면 나도 관심이 있으니까. 바첼러 : 그치만…. 토오루 : 이야기 내용에 따라서는 나도 협력하겠어. 바첼러는 렌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 바첼러 : 넌 내 말을 믿는 거야…? 토오루 : 네 말대로 난 여자애한테는 약한 건지도 모르지… 이 일에 관해서는 네 말을 믿어도 좋을 것 같아. 바첼러 : …알았어. 나도 널 믿을게. 사실은…. 바첼러가 이야기를 막 시작하려는 순간, 병사들을 거느리고 나타난 곤도우 장관이 그녀를 끌고 나간다. 장관을 뒤따라갈까 망설이고 있을 때, 경보음이 울리며 긴급사태 발생을 알린다. 페타오가 현실세계와 넷에서 동시에 군 보급기지를 습격했다. 기지의 콘솔을 점거하고 뒤이어 바로 넷에 침입하는 대담한 작전이다. 이곳과의 직통회선을 해킹당할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 스크린을 보고 있던 미노리가 비명을 지른다. 모니터에 비친 영상에는 전원 뇌사상태에 빠진 기지원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치사성 바이러스 살포로 인한 결과인 듯하다.
적들을 헤치며 그녀를 뒤쫓는 동안, 혼자서 싸우던 아야네의 기체는 누군가와의 전투 끝에 파괴되어 버렸다. 전자체의 강제이탈도 불가능. 쓰러진 아야네의 전자체 앞에 비쩍 마른 사내가 서 있다. 남자는 추잡한 말을 늘어놓으며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한다. 꼼짝하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아야네는 어서 함께 쏘아버리라며 절규하고… 돌진해온 슈미크람을 놀라운 민첩성으로 피해낸 사내는 부하들을 불러내 주인공을 상대하게 한다. 일전을 각오하고 조준을 맞추려는 순간…. 도망가… 오빠!! 사방을 둘러보아도 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저주파음이 구조체 내부에 울려퍼진다. 정체불명의 존재가 접근중임을 알리는 미노리의 다급한 통신… 곧이어 나타난 검은 구체가 적들을 단번에 쓸어버린다. 틈을 타서 아야네를 구해내 도망치는 주인공. 테러리스트들이 공격을 퍼붓지만 구체에게는 아무런 충격도 주지 못한다.테러리스트들을 전멸시킨 구체는 전속력으로 주인공을 뒤쫓아 구조체를 가로질러온다. 온몸을 사로잡는 이상한 감각… 회오리바람에 휘말려드는 듯한 부하가 짓누르는 가운데, 넷의 법칙 그 자체인 AI가 최우선경보를 발한다. AI : 부하 증대, 법칙 재현에 지체(랙) 발생… 위험합니다. 즉시 해당 지역에서 이탈하여 주십시오. '과부하에 의한 시간지체'. 이미 넷에서는 소멸했을 단어이다. 눈앞의 광경이 콤마 단위로 펼쳐지더니 슬로우 모션처럼 딱딱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검은 구체의 정보밀도는 그 표면만 해도 1가상㎟당 5600TB(테라바이트). 말 그대로 '정보량의 특이점(블랙홀)'이다. 바첼러의 목소리가 물결치듯 울리고, 현실세계와 넷의 시차를 카운터가 전달하기 시작한다. 점점 벌어져 가는 시간… 이대로라면 현실과 절단되는 것도 시간문제. 이래서는 DOS 공격과 다를 바가 없다… 구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주변의 사물은 부하로 인해 현실로부터 절단당한다. 아야네 : 토오루… 봐!! 아야네의 목소리가 갑자기 또렷하게 들려온다. 시차 0… 그녀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보자, 구체 앞을 가로막고 선 소녀의 새하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토오루 : 렌…?! 렌 : 오빠, 어서…!! 이애는 오빠를 노리고 있어!! 화가 난 듯 구체가 다시 포효를 울리는 순간, 이탈방해가 해제되었음을 미노리가 알려온다. 함께 귀환한 동료들이 방금 보았던 구체에 관해 질문을 던지지만, 무엇 하나 대답해 줄 말이 없다. 창백한 표정으로 콘솔을 내려다보며 떨고 있는 미노리. 심한 충격을 받은 듯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 대신 소대장이 상황을 설명한다. 1소대가 이탈한 직후 구조체에 DOS 공격과 같은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몰입이 아닌 단순 접속자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수백 명에 달하고 있다. 부상을 입은 아야네가 의료반의 치료를 거부하며 콘솔에 누운 채 버둥대고 있다. 동료들이 주인공의 잘못이 아니라며 위로하지만… 유우야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순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의료반을 뿌리치고 일어선 아야네가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복잡한 표정을 떠올리며 스쳐지나가려던 그녀는 무릎에 힘이 빠지며 쓰러진다. 토오루 : (받아안으며)무리하지 마. 슈미크람이 파괴당했잖아. 아직 몸이 말을 안 듣지? 아야네 : …놔 토오루… 도와준 일은 고마워. 하지만 난…. 토오루 : 됐으니까 가만히 있어… 뭐하면 이대로 의무실까지 데려다 줄까? 아야네 : …토오루.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야기사와 소대장이 아야네에게 의무실행을 명한다. 곧이어 그녀를 둘러싼 의무반이 응급치료를 시작하고, 주인공에게는 소대장실로 오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소대장실에 들어가자, 벽면 스크린에는 검은 구체의 영상이 비치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기록화면을 골똘히 바라보고 있는 소대장. 야기사와 : 소우마, 넌 전에도 이녀석을 본 적이 있는 모양인데. 토오루 : 그건…. 야기사와 : …바첼러와 관계있는 건가? 토오루 : 예, 예에… 그게…. 야기사와 : 있는 모양이군. 토오루 : 사실은….(채팅방에서 벌어진 일을 이야기한다) 야기사와 : 그런가…. 토오루 : 대장님은 그 검은 구체에 관해 무언가 알고 계십니까? 야기사와 : 모른다. 그렇지만 묘하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있지. …듣고 싶나? 8년 전, 나는 어떠한 이유로 바첼러를 뒤쫓고 있었다. 토오루 : 왜 바첼러를 추적하신 겁니까? 야기사와 : 그건 기밀사항이다. …하지만 바첼러를 추격하던 우리 부대는 이리저리 교란당한 끝에 전멸… 나도 병원 신세를 져야 했지. 그리고 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에 터무니없는 사건이 터졌다. 토오루 : 터무니없는 사건…? 야기사와 : DOS 공격을 동반한 대규모 데이터 베이스 교란… 피해자만 수천 명이 발생한 대참사였다. 토오루 : 설마 그 범인이 바첼러라고…? 야기사와 : 알 수 없다. 하지만 바첼러는 사건의 가장 중요한 용의자야. 토오루 : …전 바첼러가 그런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야기사와 :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녀석이 그런 흉악한 수법을 사용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토오루 : ……. 야기사와 : 어쨌든 예상보다 귀찮은 사건이 될 것 같군. 소우마, 오늘 이야기는 딴 사람들에겐 비밀이다. 곤도우 장관에게도. 토오루 : 장관님에게도 말입니까? 어째서…? 야기사와 : …이유는 언젠가 말해 주마. 문득 장관과 타치바나 사장의 대화를 떠올려 본다. '그것'이라 함은 그 검은 구체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장관과 사장은 어째서 구체에 관해 알고 있는 걸까? 토오루 : 알겠습니다. 이 건은 타인에게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야기사와 : 미안하다 소우마… 그만 방으로 돌아가 쉬도록. 토오루 : 예. 시간은 흘러 밤. 눈을 감으면 검은 구체와 렌의 모습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다. ■ 기지를 둘러봐도 쓸만한 이벤트는 없다. CG 한 장이 전부. 1. 채팅방으로 간다 2. 바첼러를 찾기 위해 기지를 살펴본다 채팅방에 접속하자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구체에 관해 물었을 때 그렇게 완강하게 모른다고 잡아뗐지만,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해 보면 역시 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음이 틀림없다. ??? : …오빠.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렌이 슬픈 표정으로 서 있다. 그녀의 무사한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인사 다음에 할 말이 망설여진다. 검은 구체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물어봐야 좋을까…. 렌 : …미안해 오빠… 일이 그렇게 돼 버려서…. 토오루 : 그런 일이라니… 어째서 렌이 사과하는 거니? 렌 : …내 잘못인 걸… 그러니까 앞으로 여기엔 안 올 거야…. 토오루 : 잠깐 기다려… 난 이유를 모르겠어! 렌 : …그애가 깨어난 건 내 책임이야. 토오루 : '그애'라니… 그 까만 구체? 렌 : (고개를 끄덕인다) 토오루 : 그 검은 구체는 뭐지? 렌하고는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렌 : …몰라. 토오루 : 모른다니?! 렌 :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어. 토오루 : 하나…? 렌 : 그애는 내가 외롭거나, 슬프거나… 가슴이 아프면 눈을 떠…. 외로우면 외로울수록 그애는 강해져서… 내 말도 듣지 않고 나쁜 짓을 하게 돼…. 토오루 : 그, 그럼, 저 검은 구체는 네 기분에 반응한다는 거야? 렌 : ……. 토오루 : 그걸 알고 있다는 건, 예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거나…? 렌 : ……. 토오루 : 그녀석이 눈을 떴다면, 렌한테 뭔가 슬픈 일이 있었다는 거야? 렌 : …역시 난, 오빠랑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몰라…. 토오루 : 난 모르겠어…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니, 어째서? 렌 : 이대로 놔두면 그앤 또 난폭하게 굴어서 사람들한테 폐를 끼칠 거야…. 토오루 : 렌, 있지…. 렌 : 오빠를 힘들게 할 순 없어. 나 하나만 참고 있으면…. 토오루 : (손을 꼭 쥐며)렌, 그만해…. 널 만날 수 없다니, 난 그런 거 딱 질색이야. 렌 : !! …오빠. 토오루 : 좀 더 사정을 말해 봐. 내가 힘이 돼 줄 테니까…. 렌 : …오빤 다정하구나…. 하지만 역시 안돼. 오빠한테 폐를 끼칠 수 없으니까. 토오루 : 렌, 그러니까 폐같은 거…! 렌 : 렌은 더 이상 오빠랑 만나지 않는 게 나아….(사라진다) 토오루 : 렌…?! 젠장, 뭐가 힘들다는 거야… 어설프게 비밀로 하는 게 더 싫다고…. 포기하지 못한 채 얼마 동안 채팅방에서 기다려 보지만… 렌은 더 이상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6장 D·O·S -Disconnect of Silvercode-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