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저편 -ANOTHER SIDE- Part 2-1 ■ 레이카의 유혹을 거절한(또는 만나지 않은) 상태로 아지트에서 유우야와 이야기를 나눈 후 1. 자신을 찔러 본다 2. 찌르지 않는다 토오루 : 이 방법 말고는 없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각오를 굳히고 손목에 나이프를 가져다 댄다…. 차가운 감촉이 손목에 와 닿는다. 이대로 조금만 힘을 주면 내 손목은 틀림없이 싹둑 그어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성공하면 나는 현실세계에서 되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토오루 : 으으…. 어느샌가 몸에 식은땀이 배어나오고,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힘이 빠진 손에서 나이프가 바닥에 굴러떨어진다. 토오루 : 젠장…! 역시, 막상 해 보려니 두려워서 견딜 수가 없다. 어떻게든 용기를 내지 않으면…. 토오루 : 그래, 렌한테 마지막 인사를 하자…. 렌과 이야기를 나누면, 이 위험한 도박에 도전할 용기가 솟아날 것 같다…. 나는 렌을 찾아 아지트를 떠났다. 토오루 : 어…? 렌은 채팅방에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공간에 문이 나타난다. 문 너머에는 어딘가에서 본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이것은 우리들의 채팅방 풍경이다. 렌 : …훌쩍… 훌쩍…. 풀밭 속에서 렌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풀을 가르며 걸어나가자, 렌이 풀밭에서 일어선다. 토오루 : …렌. 렌 : 흑… 오빠…. 렌은 내 얼굴을 보며 눈가를 훔친다. 1. 렌에게 작별을 고한다 2. 다른 장소로 간다 토오루 : 렌…… 있지… 난…. 나는 땀에 젖은 손으로 나이프를 쥐고는, 렌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망설인다. 일반적으로는 그렇겠지…. 렌 : …오빠?! 내 생각을 읽었는지, 렌의 얼굴에 놀라는 빛이 떠오른다. 토오루 : 미, 미안… 나도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이것 말고는 방법이…. 변명하듯 말을 꺼낸다… 무너질 것처럼 몸이 떨리고, 손에 든 나이프를 지금 당장이라도 떨어뜨릴 것만 같다.
렌이 안간힘을 다해 내 몸에 매달린다… 그 필사적인 모습이 너무나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렌 : 오빠는… 나랑 같이 있으면 안돼…? 토오루 : 렌이랑 같이 지낼 수 있는 건 기뻐… 그렇지만…. 렌 : 어째서 그렇게 현실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거야?! …저쪽 세상은 괴로운 일밖에 없는데…. 토오루 : ……. 렌 : 렌은 정말로 오빠가 좋아… 제발, 렌을 혼자 버려두고 가지 마…. 눈물젖은 렌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찢겨지는 것처럼 아파 견딜 수 없다…. 토오루 : 렌, 나는…. 이렇게 된 이상 알 게 뭐냐, 나도 여기서 렌과 함께 있자…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이프의 날끝이 손가락을 찌른다. 토오루 : 앗…. 나는 피가 배어나오는 손가락을 보며 생각해낸다. 유우야… 유우야는 나를 감싸고 현실세계에서 목숨을 잃었다. 유우야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날 위해 목숨을 걸고, 심지어는 생명까지 잃어버렸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구원받은 현실세계에서의 목숨을 간단히 내버리려 하고 있었다…. 렌 : …오빠…? 토오루 : …렌, 미안하다… 가능성이 있는 한 나는 현실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돼…. 렌 : ……. 렌은 슬픈 표정으로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본다. 렌 : …그렇지…? 나도 알고 있었는데…. 우는 얼굴에 애써 웃음을 지으려고 하며 렌이 중얼거린다. 토오루 : …미안하구나 렌… 정말 미안해…. 렌 : 아냐… 렌이 더 미안한 걸. 제멋대로 말을 해서…. 눈가를 문지르는 렌을, 나는 힘주어 꼬옥 끌어안는다. 렌 : 난 괜찮아… 렌은 누구보다도 오빠를 잘 아니까. 토오루 : …렌. 렌 : …렌은 오빠가 정말 좋아…. 토오루 : 아아, 나도 그래…. 렌이 내게 볼을 비벼댄다. 매끈매끈한 감촉이 기분좋게 내 뺨을 간지럽힌다. 토오루 : …그럼, 난 이만 갈게…. 렌 : 응… 조심해… 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 슬픔을 감추려는 듯, 렌이 혀를 살짝 내밀어 보인다. 렌 : 다녀오세요… 오빠. 토오루 : …그래…. 아쉬운 기분을 떨쳐버리고, 나는 채팅방을 나선다. 떠나려는 순간, 등 뒤에서 렌이 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채팅방 밖은 낯익은 거리 풍경… 그곳에서 유우야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유우야 : …겨우 결심한 모양이구나. 토오루 : 아아, 네가 날 감싸며 구해준 목숨인 걸… 억지로라도 살아나지 않으면 너한테 할 말이 없으니까. 유우야 : 하하… 이럴 땐 '내 몫까지 힘내라'고 말하는 게 뻔한 패턴이겠지? 우리들은 잠시 옛 거리를 함께 걷는다…. 유우야 : 근데 너, 내 복수를 하려고 했다면서? …관둬라. 그런 거 너한테 안 어울려. 토오루 : 쳇, 누구 덕에 그런 생각까지 했는지 아냐? 유우야 : 넌 '초원의 늑대'야… 복수나 후회 따위로 멈춰 있기에는 아까워. 토오루 : 멈춰 있지 말고 돌아다니란 거냐… 목적지는 대체 어딜까…? …유우야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옆을 보자, 유우야의 모습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토오루 : …뭐, 인간이 갈 길은 결국 하나뿐이라…. 나는 한숨을 쉬고는 길가에 걸터앉아, 나이프로 단숨에 손목을 긋는다. 토오루 : 후우…. 뚝뚝 떨어지는 피를 하수구에 흘려보낸다… 저녁햇살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나는 실눈을 뜨고 거리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윽고 졸음이 밀려와, 나는 길가에 기댄 채 꾸벅꾸벅 잠이 든다…. 토오루 : …졸려… 게다가 춥구만…. …의식이 암흑에 감싸이기 직전, 11장 저편 -ANOTHER SIDE-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