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이별 -LOSE-


네번째 짐승은 지상의 네번째 나라이니
이는 모든 나라와 달라서,
전세계를 병합하고 이를 짓밟으며
그리고 때려부수리라.
- 다니엘서 7장 23절


反轉 -FLIP FLOP-

??? : …이봐…!

누군가가 내 몸을 흔들고 있다….

??? : 정신차리게… 눈을 떠!

…졸려. 됐으니까 날 내버려둬… 나는 계속 잠을 청하려고 한다….

??? : 일어서게! 리바이아산과 싸울 수 있는 건 자네뿐이야!!
토오루 : 리바이아산…?!

흠칫 놀라며 눈을 뜬다… 어느샌가 나는 슈미크람으로 이행하여 가상공간에 서 있었다….

토오루 : 현실세계로 되돌아온 건가…?

황급히 각종 상태를 점검한다. 리바이아산과의 마지막 싸움으로부터 아직 몇 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쿠웡 : 겨우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

곁에는 중량급 슈미크람이 서 있다. 교신화면에는 쿠웡의 얼굴이 비친다.

토오루 : 쿠웡?! 살아있었던 거요?!
쿠웡 : 난 아무래도 좋다… 그것보다 리바이아산의 상태가 이상해!

나는 당황하여 리바이아산이 있는 쪽을 본다… 검은 구체가 경련을 일으키듯 흔들리며, 마치 오오라와도 같은 후광에 감싸여 있다.

안돼… 보내지 않겠어…
오빠는 절대 안 보낼 거야…!!

원망스러운 목소리가 돌풍과 함께 내게 불어닥친다… 렌과 꼭 닮은, 어둡고 슬픔이 담긴 목소리….
리바이아산과 겹쳐지듯 거대한 소녀의 이미지가 비춰진다… 원망스러운 표정을 한, 렌을 꼭 빼닮은 소녀의 이미지….


쿠웡 : 보게나, 저것이 렌의 그림자…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추고 있는, 음의 인격의 이미지…!

회선 너머로 쿠웡의 쉰 목소리… 그리고 이번엔 어디에선가 진짜 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렌 : …도망쳐 오빠… 어서 도망쳐!!

그리고, 리바이아산과 내 사이를 가로막듯이 투명한 렌의 모습이 떠오른다.

쿠웡 : …렌이 둘…?!
야기사와 : …소우마, 들리나? 늦어서 미안하다!
토오루 : 대장님, 저건 도대체…?
야기사와 : 모른다… 하지만 리바이아산 주위의 부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하되었다. 지금이라면 접근해서 공격할 수 있어!
토오루 : 무슨 말씀을…?!

당황하는 내게, 렌의 괴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렌 : 오빠… 지금이라면 이애는 내가 막을 수 있어… 그러니까…!!
토오루 : …렌….

렌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그림자를 제압하고 있다… 그것을 이해한 순간, 렌의 그림자가 나를 향해 절규한다.

어째서?!
…오빠는 나랑 함께 있고 싶지 않아?!
렌은 외로워서 견딜 수 없었단 말이야!!

…그림자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해했다. 고독에 몸부림치며 비뚤어져 버렸지만, 그림자 역시 그녀의 일부라는 것을….
홀로 고독에 번민하고 괴로워하며 커져버린 렌의 고뇌(리바이아산)… 그렇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다.


토오루 : …렌… 나도 너랑 함께 있고 싶었어… 하지만…!

거짓말… 그럼 왜?!
…오빠마저 날 괴롭히는 거야?!
렌은 이렇게도 오빠를 좋아하는데!!

…비통한 그림자의 절규에, 나는 무심코 방아쇠로부터 손을 떼고 만다….
그 순간, 이번에는 렌이 내게 외친다.


렌 : 괜찮으니까 오빠, 이앨 막아 줘!! …빨리!! 난 오래 견딜 수 없어…!!
토오루 : 그렇지만… 난 못 해… 아무리 그림자라도 렌을 죽이게 된다니….

맞아… 오빠는 렌을 죽일 수 없어….
오빠는 날 괴롭히거나 하지 않는 거지…?

그래, 설령 그림자일지라도 나는 렌을 괴롭게 만들 순 없다….
고뇌하는 나를 향해 그림자가 속삭인다.


오빠만 함께 있어 주면
렌은 더 이상 난폭하게 굴지 않아….
약속해….
그러니까 돌아와. 오빠….

토오루 : 렌….

그런가… 내가 함께 있어 주면 리바이아산은 다시는 난동을 부리지 않고, 렌을 죽일 필요도 없다… 그리고 나 역시 렌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오빠… 그러니까 나한테로 돌아와 줘….

그래, 지금 간다… 그렇게 대답하려던 순간, 렌이 내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인다.

렌 : 오빠… 생각해 봐… 오빠는 외톨이가 아니었잖아…?

유우야, 량, 미노리, 아야네… 렌의 말과 함께, 날 대신해 사라져 간 친구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토오루 : …렌?
렌 : 오빠가 하지 않으면… 저애 안에 있는 오빠 친구들은… 다시는….

렌의 슬픈 목소리를 듣고 나는 깨닫는다… 내가 싸움을 포기하면, 친구들은 다시는 현실로 돌아올 수 없게 되고 만다. 나를 위해 희생해 준 동료들을 배신하고 내버리게 되는 것이다….

렌 : …오빠… 오빠는 그런 일은 할 수 없는 거지?
토오루 : 하지만….
렌 : 이대로라면 저애도 내내 괴로움에 시달려야 해… 그러니까 부탁해… 오빠 손으로 편안하게 해 줘….
토오루 : 렌…….
렌 : …오빠 손으로 저애를 막아 줘!!

그런 거 싫어!! 왜?!
…너도 오빠랑 함께 있고 싶으면서?!

렌 : ………….

그림자가 외치자 렌은 입을 다물고는, 잠시 후 그림자를 보며 고개를 젓는다.

렌 : …안돼… 그런 건 할 수 없어… 왜냐면….

반투명한 모습의 렌이 조용히 나를 향해 돌아선다. 돌아선 그녀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넘칠 것처럼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렌 : …우리들은 이미 죽었으니까….

렌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져서는,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튀어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다.

토오루 : …렌, 알았다… 다시는 널 괴롭게 만들지 않을게…!

…계속 렌을 힘들게 할 수는 없다… 방아쇠를 움켜쥐자, 지금까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쿠웡이 회선으로 말을 걸어온다.

쿠웡 : 소우마군, 나도 힘을 빌려주겠네….
토오루 : 아니, 당신은 기다려 주시오… 렌은 내 손에 잠들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나와 쿠웡은 교신화면 너머로 서로를 노려본다… 잠시 후, 쿠웡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쿠웡 : 그렇군… 여기는 자네에게 맡기겠네.

나는 리바이아산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토오루 : 지금부터 리바이아산을 공격합니다… 대장님, 서포트 부탁드립니다.
야기사와 : Roger. 조심해라.

싫어… 떨어지지 않을 거야…
영원히…!!!!

그녀의 품에 안기는 순간
당신은 소멸한다.
토오루 : …렌, 이런 건 여기서 끝내버리자…!!


토오루 : 해냈나…?

리바이아산의 동작이 멈추고, 거대한 몸체에 균열이 일어난다… 다음 순간, 갈라진 몸체에서 수많은 빛덩어리들이 불꽃처럼 뿜어나와 넷 공간에 퍼지며 날아간다.

토오루 : 흡수한 전자체를 해방하는 건가…?!

빛으로 눈이 부시지만, 나는 그 광경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잠시 후 시력이 되돌아왔을 때, 이미 리바이아산의 모습은 없었다. 시체도 잔해도 남기지 않는다… 그것이 넷 공간의 법칙.
리바이아산을 쓰러뜨렸어도 마음속에 승리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렌의 그림자를 없애버리고, 렌과 유우야와 함께 지낼 수 있었던 평온한 꿈 속의 세계를 파괴해 버린 것이다….


렌 : …오빠….

내 슈미크람 곁에서 렌의 전자체가 말을 걸어온다… 그래, 그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진짜 렌만은 어떻게든 지켜낼 수 있었다.

토오루 : 렌…!

나도 전자체로 이행하여 렌을 꼬옥 끌어안고… 그리고, 렌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알아차린다.

렌 : 오빠… 드디어 렌은 편히 쉴 수 있어….

그녀의 얼굴에는 마치 죽어가는 사람이 떠올리는 듯한, 슬픈 깨달음의 표정이 어려 있었다….

토오루 : 렌… 그게 무슨 뜻이야…?
렌 : …….
쿠웡 : 렌과 그 그림자(리바이아산)는 표리일체인 존재… 어느 한쪽이 소멸하면 결국 다른 한쪽도 소멸한다….
토오루 : 그런…?!
쿠웡 :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네… 후회할 일이 없도록 작별인사를 해 두게나.(이탈한다)
야기사와 : 량과 바첼러가 뇌사에서 회복됐다… 수고했다 소우마.

대장과의 회선이 일방적으로 끊겨버리고, 나와 렌은 넷 공간에 단둘이 남겨진다.

렌 : …오빠….

렌은 가슴 앞에 손을 모으고, 슬픈 표정으로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토오루 : …렌….

간신히 이름을 부른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렌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초조함으로 가슴이 짓눌리는 것만 같았다….

렌 : 그렇게 슬픈 얼굴 하지 마 오빠… 사실은 나, 조금은 안심했어.

슬픈 얼굴에 렌이 웃음을 띄우려 한다… 하지만 눈에 눈물이 넘쳐, 흰 뺨을 타고 방울져 흘러내린다.

토오루 : 미안해 렌… 난 결국 널 구해주지 못했어….

참지 못하고 나는 렌을 꼬옥 끌어안는다. 자그마한 몸이 내 품에 쏙 들어온다….

렌 : 아니… 오빠는 날 구해준 거야.
토오루 : …….
렌 : 렌은 이제 만족해… 고마워 오빠….
그치만 나,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토오루 : …어떤 거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들어줄 테니까….
렌 : 으응… 근데 아무래도 무리일 거야….
토오루 : 뭔데? 괜찮으니까 말해 봐.
렌 : 있지… 오빠랑 함께 현실로 돌아가면 여러 가지 해 보고 싶은 게 있었어.
토오루 : …해 보고 싶은 일?
렌 : 같이 학교 가고 소풍도 가고… 이것저것 생각해 뒀어….
토오루 : 그건….

확실히, 그 소원을 들어주는 건 불가능하다. 당황한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 렌이 황급히 덧붙인다.

렌 : …으응, 그건 됐어! …그런 건 이제 괜찮은데….
토오루 : 괜찮지만?
렌 : …그치만, 나 오빠 신부가 되고 싶었는데….

렌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토오루 : …신부?
렌 : 으, 응… 이상하지? 나랑 오빠는 남매잖아… 그래도….
렌은 오빠가 정말 좋은데….


나는 허리를 숙여 렌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렌은 당황한 듯 뺨을 붉히며, 내게서 시선을 돌려버린다.

토오루 : …알았어.
렌 : …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렌의 입술에, 나는 살며시 입술을 가져다 댄다….

렌 : !! …아….

렌의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머뭇머뭇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여버린다… 그런 행동이 뭐라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럽다.

토오루 : 됐어… 렌은 내 신부야.

이미 렌에게 남겨진 시간은 거의 없다… 그녀가 원한다면, 나는 그것을 받아들여 주고 싶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렌에 대한 나의 사랑은, 여동생에 대한 것과는 어딘가 다른 느낌이 든다.


렌 : 저, 정말…?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얼굴…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렌을 향한 마음이 점점 깊어진다.

토오루 : 그래, 정말이야… 나도 렌이 좋아.

나는 렌과 손가락을 걸고 다시 키스를 한다… 이번에는 렌도 눈을 감고, 부끄러운 듯이 내 키스를 받아들인다.

렌 : …오빠….

키스를 끝내고, 감정이 북받쳤는지 렌이 내게 매달린다… 나는 그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준다.

렌 : 행복해 오빠… 어째서 키스를 받으면 이렇게 행복해지는 걸까…?

품 안에서 렌이 행복한 듯 한숨을 내쉰다… 나도 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보드라운 감촉을 가슴에 새긴다.

토오루 : 나도 이러고 있으면 행복해… 렌의 온기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으니까.
렌 : 그런가… 응… 그럴 거야.

렌도 내 온기를 확인하려는 듯이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바로 앞에서 느껴지는 렌의 따스함, 렌의 감촉… 이 감촉이 갑자기 사라져 버릴까 두려워, 나는 그저 가만히 렌을 끌어안는다….


렌 : 오빠… 렌은 좀 더 오빠를 느끼고 싶어….

안타까운 목소리로 렌은 나를 꼬옥 끌어안는다. 우리들은 말없이 끌어안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있다….

…긴긴 침묵이 지나고, 문득 렌이 품 안에서 묻는다.


렌 : 가르쳐 줘… '서로 사랑한다'는 게 무슨 말이야?
토오루 : 난 렌을 사랑해….
렌 : 응… 그렇지만 나 알아… 잘 알지는 못해도, 알고 있는 걸….
토오루 : 알고 있다니… 뭘?
렌 : 그… 오빠랑 내가 좀 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토오루 : 렌… 설마…?

새빨개진 얼굴로 렌이 고개를 숙이고, 나는 깨닫는다.
렌은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나도 렌을 사랑하고 싶다… 하지만 여동생과 그런 일을 하다니… 갈등하는 내게, 불안한 표정으로 렌이 속삭인다.


렌 : 렌은 오빠를 더 느끼고 싶어… 오빠는 날 더 느끼고 싶지 않아…?
토오루 : 그럴 리가… 나도 렌을 느끼고 싶어….
렌 : 그럼 부탁이야… 나도 사라지기 전에 '서로 사랑한다'는 걸 알고 싶어. 렌은 오빠의 전부를 느끼고 싶어….

'사라진다'… 그 말이 가슴에 파고든다… 나는 무심결에 렌을 꼬옥 끌어안는다.

토오루 : 알았어… 렌은 내 신부니까.
렌 : 오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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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 오빠는 프로젝트 4… 우리들의 실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최강의 뇌내칩… 쿠웡 선생님이 희망을 담아 만든 칩.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지배당하지 않고, 참된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자유로운 늑대의 영혼… 렌이 가진 힘으로도 오빠를 끝까지 속일 수는 없어….

.
.
.
채팅방의 초원… 이곳은 나와 렌이 다시 만났던 추억의 장소.

토오루 : 후우….

여운에 잠긴 채, 나는 가상의 풀밭에 누워있다.

렌 : 영차….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렌이 열심히 꽃을 따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정경.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렌이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이 거짓말같다… 하지만 렌은 결국 사라지게 될 운명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이 광경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 한없이 두렵다. 렌이 소멸하기까지 대체 얼마나 시간이 남은 걸까…?


렌 : 자아, 오빠♡

소박한 이별선물. 그리고 그것은….
고민하고 있는 내게, 렌이 미소지으며 무언가를 목에 둘러 준다.

토오루 : 꽃목걸이…?
렌 : 헤헷… 렌은 오빠랑 맺어졌는 걸. 그러니까….

렌은 조금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미소짓는다.
들꽃을 엮어 만든 꽃목걸이… 이런 평범한 물건이 묘하게 내 가슴을 죄어온다….
넷 공간에서는 잔해가 남지 않는다. 원래의 채팅방이라면 꽃을 딴 그 순간에 소멸하고 만다. 이 꽃목걸이는 렌이 넷의 법칙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 렌이 소멸하면, 꽃목걸이 또한 사라져 버릴 것이다.


렌 : 오빠는 꽃 싫어해?
토오루 : 아냐… 기뻐. 고마워 렌.
렌 : 오빠….

렌이 어리광부리듯 내게 몸을 부빈다. 나도 살며시 렌을 끌어안는다.

토오루 : …렌….

품 안으로 따스하고 자그마한 몸이 느껴진다… 이러고 있으면, 렌이 사라질 운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렌 : …그치만 다행이야. 마지막에 오빠랑 맺어져서….
토오루 : …….
렌 : …이제 미련같은 거 없어….
토오루 : 바보야… 네가 왜 사라진다고….

눈시울이 뜨거워져, 나는 렌의 머리에 뺨을 가져간다… 렌의 향기와 머릿결의 감촉이 얼굴을 감싼다.

렌 : 으응… 괜찮아. 지금 난 충분히 행복하니까.
토오루 : …이런 게 행복하다니… 이해할 수 없어!
렌 : 렌은 말이지, 원래대로라면 8년 전에 죽었어야 돼… 이제야 겨우 원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야….
토오루 : 렌은 안 죽었어…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잖아….
렌 : …….
토오루 : 네가 사라진다고…? 리바이아산이 없어지면 함께 사라진다니, 뭐가 잘못된 거야!

자신에게 이야기하듯 속삭이며 나는 렌을 꼬옥 끌어안는다.
내 품 안에서, 렌이 목소리를 죽여 살며시 말한다.


렌 : …그렇지…? 그런 거지 오빠…?
토오루 : 당연하지… 렌은 내 신부가 되는 거야….

그러나, 아무리 자신에게 이야기해도, 아니, 이야기하면 할수록, 사라지게 될 렌의 운명이 마음속에서 자리를 넓혀간다….

렌 : …오빠…….

렌이 눈물을 닦듯이 내 품에 얼굴을 부비며 나를 올려다본다… 그녀는 눈물젖은 얼굴로, 기특하게도 나를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렌 : 날 잊지 마… 오빠….

렌은 눈을 감고 자그마한 입술을 이쪽으로 가져온다… 나도 눈을 감고,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입술을 기다린다.
…하지만 입술은 좀처럼 내게 와 닿지 않는다….

눈을 뜨자 렌의 모습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토오루 : 렌…?!

렌의 향기만이 그 자리에 남고, 그마저도 곧 바람에 쓸려 사라지고 만다….

토오루 : …이럴 순 없어… 어째서 이런….

멍하니 중얼거리는 내 귀에 렌의 목소리가 가만히 속삭인다… 그리고 주인이 사라져 버린 꽃목걸이도 그 뒤를 따르듯이 소멸한다.

…안녕…
…오빠….

…그리고, 렌의 모습도 사라졌다….

토오루 : …렌…….

나는 멍하니 채팅방에 서 있다… 이러고 있으면 다시 렌이 돌아올 것만 같다.

…하지만 렌은 두번다시
가상의 초원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11장에서 다음 조건을 빠짐없이 전부 만족시켰다면 13장A, 아니라면 13장B

- 레이카의 유혹을 거절(또는 만나지 않음)
- 동료들을 모두 만나며 또다른 세계를 봄
- 산장에서 겐하와 대결
- 겐하와 대결 후 바첼러가 렌에게 수정 프로그램 전달
- 유우야와 대화 후 '자신을 찌른다' 선택
- 채팅방에서 '렌에게 작별을 고한다'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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