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저편 -ANOTHER SIDE- Part 2-2 ■ 레이카의 유혹에 넘어간 상태에서 채팅방으로 토오루 : 어…? 렌은 채팅방에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공간에 문이 나타난다. 문 너머에는 어딘가에서 본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이것은 우리들의 채팅방 풍경이다. 렌 : …훌쩍… 훌쩍…. 풀밭 속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풀을 가르며 걸어나가자, 렌이 풀밭에서 일어선다. 토오루 : …렌. 렌 : 흑… 오빠…. 렌은 내 얼굴을 보며 눈가를 훔친다. ■ 어느 쪽을 선택하든, 레이카의 유혹에 넘어갔다면… 1. 렌에게 작별을 고한다 2. 렌을 찌른다 1. 렌에게 작별을 고한다 : 토오루 : 렌…… 있지… 난…. 나는 땀에 젖은 손으로 나이프를 쥐고는, 렌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망설인다. 일반적으로는 그렇겠지…. 내 생각을 읽었는지, 렌의 얼굴에 놀라는 빛이 떠오른다. 토오루 : 미, 미안… 나도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이것 말고는 방법이…. 변명하듯 말을 꺼낸다… 무너질 것처럼 몸이 떨리고, 손에 든 나이프를 지금 당장이라도 떨어뜨릴 것만 같다. 렌 : 안돼… 그런 거… 오빠가 죽을지도 몰라!! 렌이 안간힘을 다해 내 몸에 매달린다… 그 필사적인 모습이 너무나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렌 : 오빠는… 나랑 같이 있으면 안돼…? 토오루 : 렌이랑 같이 지낼 수 있는 건 기뻐… 그렇지만…. 렌 : 어째서 그렇게 현실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거야?! …저쪽 세상은 괴로운 일밖에 없는데…. 토오루 : ……. 렌 : 렌은 정말로 오빠가 좋아… 제발, 렌을 혼자 버려두고 가지 마…. 눈물젖은 렌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찢겨지는 것처럼 아파 견딜 수 없다…. 토오루 : 렌, 나는…. 이렇게 된 이상 알 게 뭐냐, 나도 여기서 렌과 함께 있자…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이프의 날끝이 손가락을 찌른다. 토오루 : 앗…. 나는 피가 배어나오는 손가락을 보며 생각해낸다. 유우야… 유우야는 나를 감싸고 현실세계에서 목숨을 잃었다. 유우야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날 위해 목숨을 걸고, 심지어는 생명까지 잃어버렸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구원받은 현실세계에서의 목숨을 간단히 내버리려 하고 있었다…. 렌 : …오빠…? 토오루 : …렌, 미안하다… 가능성이 있는 한 나는 현실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돼…. 렌 : ……. 렌은 슬픈 표정으로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본다. 렌 : 역시 안돼… 오빠한테 위험한 일을 시킬 수 없어…! 토오루 : 렌, 이해해 줘… 나라도 이런 일…. 설득하려고 하는 내 손을 갑자기 렌이 꼭 잡는다. 토오루 : …렌? 렌 : …오빠… 오빠가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더 있어…. 토오루 : …하나 더 있다고? 렌 : 오빠도… 알고 있지? 렌의 말에, 나는 타치바나 사장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말하자면 렌은 이 공간(리바이아산)의 핵이야. …하지만…. 토오루 : 알고 있어!! …그래도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니?! 감정이 격해져서 나는 힘껏 렌을 끌어안는다… 자그마한 몸이 내 안에서 놀란 듯 소리를 낸다. 렌 : …오빠. 토오루 : 난 렌을 찌를 수 없어… 그런 짓을 할 바엔 죽는 편이 나아…! 눈에 눈물이 어리고,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렌 : 미안… 렌은 오빠를 괴롭게만 하는구나…. 토오루 : ……. 렌 : …이젠 아무 말 안 할게… 그래도…. 토오루 : …그래도? 렌 : 응… 그래도, 그 전에 딱 하나만 소원을 들어 줘…. 토오루 : 소원? 렌 : …오빠가 떠나면 난 또 외톨이가 돼 버려. 그러니까 그 전에…. 렌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그러면서도 날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토오루 : …렌. 렌은 각오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나는 최대한 냉정하게 렌에게 다시 묻는다. 토오루 : 그래, 알았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들어줄게. 렌 : 응… 저기… 웃으면 안돼…. →→ 2. 찌른다 : 토오루 : ……. 나는 말없이 유우야의 유품을 쥐고는, 그것을 나이프로 바꾼다. 말하자면 렌은 이 공간(리바이아산)의 핵이야. 렌 : …오빠?! 내 생각을 읽었는지, 렌의 얼굴에 놀라는 빛이 떠오른다. 토오루 : 미, 미안해… 나도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이것 말고는 방법이…. 변명하듯 말을 꺼낸다… 무너질 것처럼 몸이 떨리고, 손에 든 나이프를 지금 당장이라도 떨어뜨릴 것만 같다. 렌 : ……! 렌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게서 도망치려고는 하지 않는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렌의 모습이 뿌옇게 흐려진다…. 토오루 : 미안… 정말 미안해… 용서해 줘… 나도 금방 뒤따라갈 테니까…. 나는 눈을 감고, 렌의 가슴에 나이프를 들이댄다…. 토오루 : 으윽…!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나이프를 내리꽂지 못한 채 나는 몸을 떨면서 굳어 있다. 그리고, 떨리는 내 손에 따스한 손이 포개진다…. 렌 : 괜찮아 오빠… 알고 있으니까…. 눈을 뜨자, 렌이 자신의 가슴으로 이끌듯이 내 손에 자기 손을 얹고는, 슬픈 표정으로 나를 향해 고개를 젓고 있었다. 토오루 : …렌…? 렌 : 괜찮아… 렌도 이 방법 말고는 없다는 거 알아…. 토오루 : 그런… 역시 이런 짓은 할 수 없어…! 의지가 꺾이고, 손에서 나이프가 미끄러져 떨어진다… 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하염없이 눈물흘린다. 렌 : 미안해 오빠… 나 때문에 이런…. 무릎을 꿇은 내 등에 살며시 렌이 기대온다… 그녀의 눈물이 흘러 등을 적신다…. 토오루 : …역시 난 이런 짓은 할 수 없어… 그럴 바엔 죽는 편이 나아…! 렌 : 하지만 오빠는 해야 하는 걸…. 렌의 말에 나는 놀라며 눈을 뜬다. 어리고 순진하게만 보이는 렌이, 나 이상으로 사태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렌 : 렌도… 그렇게 될 거라면 오빠 손에…. 토오루 : 하지만…. 렌 : 괜찮아. 이미 각오하고 있어… 그래도, 그 전에 딱 하나만 소원을 들어 줘…. 렌은 각오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나는 최대한 냉정하게 렌에게 다시 묻는다. 토오루 : 그래, 알았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들어줄게. 렌 : 응… 저기… 웃으면 안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렌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부끄러운 듯이 시선을 돌려버린다. 토오루 : 안 웃을 테니까 얘기해 봐. 렌 : 으, 응… 렌은… 오빠 신부가 되고 싶어…. 토오루 : …뭐? 나는 놀라고 만다… 나에게 렌은 귀여운 동생일 뿐, 연애대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렌 : 아, 역시 이상한 얼굴 하고 있네…. 토오루 : …조금 놀랐을 뿐이야. 렌의 뺨에 손을 대고, 살며시 두 입술을 포갠다. 렌 : 아…! 손이 닿은 뺨이 더욱 새빨개지고, 불이 붙은 것처럼 확 달아오른다…. 토오루 : 좋아… 렌이 원한다면. 렌 : …오빠…! 렌은 한숨을 훅 내쉬더니, 내 품으로 힘차게 달려들어온다. 토오루 : 렌…. 렌 : 헤헷… 오빠, 정말 좋아해! 렌에게 힘껏 안겨 나는 뒤로 쓰러진다. 주변은 어느샌가 꽃밭으로 변하여 내 등을 부드럽게 받쳐 준다. 토오루 : …렌….
렌 : 오빠… 렌은 옛날부터 오빠를 좋아했어…. 렌이 내게 꼭 매달려 볼을 부빈다… 부드러운 감촉이 뺨을 간지럽힌다. 나도 렌을 꼭 끌어안고는, 다시 입술을 마주한다…. 렌 : 오빠, 이대로 있어 줘… 멀리멀리 떨어져 버릴 것만 같아서 무서워…. 토오루 : 아아… 렌이 그러고 싶다면…. 어느샌가 주위는 웨딩드레스와 같은 광채에 감싸인다. …몸도 마음도, 빛 속에서 경계선을 잃어버린 것처럼 녹아들어…. …그리고 내 의식은 옅은 잠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얼마나 오랫동안 렌을 끌어안고 잠에 빠져 있었던 걸까…? 토오루 : 렌…. 나는 따스한 렌의 몸을 끌어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현실세계에서는 끝내 맛볼 수 없었던 편안한 기분… 그렇게 자각한 순간, 난 어떤 사실을 깨닫는다. …난 렌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렌 : 오빠… 정말 좋아해…. 렌의 말이 마음속에 퍼져간다… 나는 이 안식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토오루 : 나도 좋아해… 렌…. 렌을 더욱 힘주어 끌어안으려고 손을 뻗치자, 손에 무언가 미끌거리는 것이 만져진다. 토오루 : 어…? 눈을 뜨고 손끝을 확인한다. 손끝은 붉은 액체로 물들고, 어딘가에서 맡은 적이 있는 불길한 냄새가 떠돌고 있다…. 토오루 : 이건… 피?! 나는 흠칫하며 몸을 일으킨다… 어느샌가 나와 렌은 피바다 속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피는 렌의 손목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토오루 : 렌… 무슨 짓을…!! 황급히 안아 일으킨 렌의 몸은 너무나도 싸늘하고 가볍다… 힘이 빠진 손끝에서 피묻은 나이프가 지면에 굴러떨어진다. 렌 : 이게 운명이었어…… 오빠……. 토오루 : 바보녀석… 무슨 짓을… 지금 지혈해 줄 테니까…! 지혈하려는 나를 막듯이 렌이 내 팔을 잡더니,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렌 : 이미 늦었어… 이젠 살아나지 못해… 그러니까 내 손을 놓지 말아 줘……. 토오루 : …그런…. 묘하게 또렷한 머릿속 한켠에서, 나는 렌의 말이 옳다고 인정해 버리고 만다… 이런 출혈량으로 아직까지 의식이 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토오루 : …어째서 이런… 제길…! 렌 : …미안해 오빠………… 안녕……. 나는 온 힘을 다해 렌을 끌어안는다. 하지만 렌은 이미 대답을 들려주지 않는다…. 토오루 : …이럴 순 없어… 어째서 이런…. 멍하니 중얼거리는 내 귀에, 어디선가 들었던 목소리가 속삭인다. ??? : 수고했어. 결국 해치웠군. 뒤를 돌아보자, 어느샌가 등 뒤에 타치바나 사장이 서 있었다. 토오루 : …수고라니… 렌을 괴롭혀서 자살하게 만든 건데…. 레이카 : 그렇게 의기소침하지 마. 당신은 모두를 위해 괴로운 역할을 떠맡았을 뿐이니까. …모두를 위해… 그렇게 생각해 보아도 괴로운 마음은 전혀 풀리지 않는다. 남겨진 것은 어찌할 바 없는 피로감과 죄악감뿐…. 토오루 : 이제 모두들 무사히 현실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거지…? 레이카 : 아아… 물론이지. 내가 그렇게 바란다면. 토오루 : 뭐… 그건 무슨 뜻이야?!
레이카 : 후후후훗… 당신 덕분에 내가 리바이아산을 지배할 수 있게 됐어. 토오루 : 리바이아산의 지배권을 쥐게 됐다고?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레이카 : 자기 손으로 리바이아산에 바이러스를 뿌려넣은 걸 잊었나? 그건 일종의 세뇌 프로그램이었어. 토오루 : 그런, 설마…. 레이카 : 그래. 지배인격이던 렌이 사라진 지금, 리바이아산은 내 세뇌하에 있지. 토오루 : 젠장… 날 속였구나!! 그제서야 나는 타치바나 사장의 계략을 알아차린다. 사장은 나를 속여서 리바이아산을 지배하는데 방해가 되는 렌을 제거하려 한 것이다. 레이카 : 속인 건 부정하지 않겠어… 하지만 렌이 자살한 게 당신 때문이란 사실은 틀림없다고. 토오루 : 뭐라고?! 네년이 쓸데없는 소리를 나한테 하지 않았더라면 렌은 자살같은 거…! 레이카 : 원래 이 공간은 렌의 의식에 지배받고 있어… 손목을 그었다고 죽거나 하진 않아. 본인이 그걸 바라지 않는 한은 말이야. 토오루 : …그럼, 렌은 스스로 죽음을 원해서 죽었다는 건가? 레이카 : 그래. 우리들의 음란한 행위를 눈치채고, 순진한 렌은 죽고 싶을 만큼 충격을 받은 게 아닐까? 토오루 : 그런…! 대꾸하려다가 나는 반론할 말을 잃고 만다… 아마도 타치바나 사장의 말은 옳다. 이 공간(리바이아산)이 렌의 의식의 세계라면, 틀림없이 렌은 우리가 한 짓을 전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타치바나 사장의 유혹에 넘어가고, 거기다 렌을 죽이려고까지 했다… 렌이 죽고 싶어졌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토오루 : 제길… 렌, 용서해다오… 내가 어리석었어…! 무릎을 꿇고, 몇 번이고 땅에 주먹을 찧는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후회스러운 나머지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최악의 기분…. 레이카 :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돼. 난 나름대로 선량한 지배자가 될 테니까. 토오루 : 네년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아갈 바엔 죽는 편이 나아…! 나는 소리치며 일어서서 슈미크람으로 이행한다. 레이카 : 바보같으니… 그렇게도 렌을 따라가고 싶다면 바라는 대로 해 주지! 레이카 사장의 몸도 다른 형태로 모습을 바꾼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거대한 칠흑의 구체. 토오루 : …리바이아산…?! 몸이 공포로 후들거린다… DOS 공격이 없어도, 저 거대한 몸체는 충분히 압도적인 전력이다. 레이카 : 자아, 내 힘을 보여주겠어!! 리바이아산 주위에 오오라와 같은 후광이 빛나더니, 불협화음이 주위의 공기를 휘젓는다. 오빠… 어서 렌을 쓰러뜨려 줘…! 토오루 : 렌…?!
만약 타치바나 사장이 정말로 이 공간(리바이아산)을 지배하고 있다면, 날 제거하기 위해 거대병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냥 '죽어'라고 바라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타치바나 사장은 아직 이 공간의 지배권을 완벽히 쥐지 못했다… 렌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말이다. 레이카 : 어떻게 된 거지? 자아, 목숨을 구걸하려면 지금 하라고. 토오루 : 누가… 렌, 지금 구해줄게! 레이카 : 거짓말… 어째서 이런…?! 놀라움에 찬 목소리와 함께 리바이아산의 동작이 멈추고, 거대한 몸체에 균열이 일어난다. 토오루 : 해냈다, 렌…!! 거대한 몸체가 붕괴함과 동시에, 주변 공간에 원근법을 무시한 채 평면적으로 균열이 일고, 그대로 유리조각처럼 깨어져 흩어진다…. 레이카 : 안돼애애애애애애…!!!! 타치바나 사장의 절규와 함께 주위가 흰 빛에 감싸이고, 순식간에 오감이 소멸한다…. …오빠…. 문득 정신을 차리자, 순백의 세계 속에서 나는 렌과 단둘이 허공을 떠돌고 있다….토오루 : 렌… 미안해. 내가 바보였어… 널 구해주지 못했구나…. 참지 못하고 나는 렌을 꼬옥 끌어안는다. 자그마한 몸이 내 품에 쏙 들어온다. 아니… 오빠는 날 구해준 거야…. 토오루 : …….이제 렌은 충분히 행복해…. 렌은 말이지, 원래대로라면 8년 전에 죽었어야 돼…. …안녕… 토오루 : 렌…!! 다음 순간, 누군가가 내 몸을 흔들고 있다…. ??? : 정신차리게… 눈을 떠! …졸려. 됐으니까 날 내버려둬… 나는 계속 잠을 청하려고 한다…. ??? : 일어서게! 리바이아산은 붕괴했다! 토오루 : 리바이아산…?! 흠칫 놀라며 눈을 뜬다… 어느샌가 나는 슈미크람으로 이행하여 가상공간에 서 있었다…. 토오루 : 현실세계로 되돌아온 건가…? 황급히 각종 상태를 점검한다. 리바이아산과의 마지막 싸움으로부터 아직 몇 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쿠웡 : 겨우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 곁에는 중량급 슈미크람이 서 있다. 교신화면에는 쿠웡의 얼굴이 비친다. 토오루 : 쿠웡?! 살아있었던 거요?! 쿠웡 : 난 아무래도 좋다… 그보다 리바이아산을 보게나. 나는 황급히 리바이아산이 있는 쪽을 본다. 토오루 : 앗…?! 검은 구체는 둘로 갈라지고, 수많은 빛덩어리들이 갈라진 몸체에서 불꽃처럼 뿜어나와 넷 공간에 퍼지며 날아간다. 토오루 : 흡수한 전자체를 해방하는 건가…?! 빛으로 눈이 부시지만, 나는 그 광경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잠시 후 시력이 되돌아왔을 때, 이미 리바이아산의 모습은 없었다. 시체도 잔해도 남기지 않는다… 그것이 넷 공간의 법칙. 토오루 : …렌… 렌은 대체…. 멍하니 서 있는 내 귀에 쿠웡의 교신이 들어온다. 쿠웡 : 렌과 그 그림자(리바이아산)는 표리일체인 존재… 어느 한쪽이 소멸하면 결국 다른 한쪽도 소멸한다…. 토오루 : 그런…. 쿠웡 : 괴롭겠지만 그것이 진실이네. 렌은 이제야 안식을 얻은 거야…. 그리고는 쿠웡도 침묵한다… 렌은 이제 없다… 그런 인식이 서서히 실감으로 다가온다. 야기사와 : 량과 바첼러가 뇌사에서 회복됐다… 수고했다 소우마. 쿠웡 : 소우마군… 지금은 돌아가세나. 현실세계로…. 토오루 : 그런… 난…. 렌이 없는 세계 따윈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말하려던 순간, 회선 너머로 가느다란 목소리가 속삭인다. 량 : …토오루…… 기분은 이해해… 그렇지만…. 죽음으로부터 막 되살아난 창백한 얼굴이 교신화면에 비친다. 그런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걱정스럽게 날 바라보고 있다…. 바첼러 : 우리 둘뿐만이 아니야. 쯔키나도, 너희 소대 동료들도… 틀림없이 널 필요로 하고 있어. 토오루 : ……. 쿠웡 : 돌아가세… 자네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어. 토오루 : 아아… 알겠어요…. 쿠웡이 내 어깨를 감싸안고, 우리들은 그대로 넷을 이탈한다. ■ 11장에서 겐하와 싸우고 수정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면 13장C, 아니라면 13장B로 11장 저편 -ANOTHER SIDE-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