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 성검 샤이닝 포스

토우마 : 잡았다! 간단하지! 헤헷~ 통통하게 살찐 게 맛있어 보이는 걸.
가드폴 : 오오, 해치웠나 보구나. 흐음~ 칼자국을 보아하니 나쁘진 않군. 자기류의 버릇이 많이 가신 모양이다.
토우마 : 뭐어, 요즘 들어 댁한테 계속 수련을 받았으니까. 그래서인진 몰라도 검이 가벼워졌어! 나 검술에 재능 있는 거 아니야?
가드폴 : 하하하! 이녀석, 검 말고 입담도 늘었구만.
메이벨 : 와아, 멋진데. 오늘 저녁은 산돼지 통구이로 배불리 먹어 볼까~
토우마 : 지난번처럼 혼자서 통째로 다 먹지 말라고. 정말이지 메이벨 먹성은 끝이 없다니까.
메이벨 : 그럴 리가… 나 엘프 중에서는 조금 먹는 편인데.
토우마 : 거짓말이지? 그럼 대식가 엘프는 얼마나 먹어?
메이벨 : 글쎄… 저 정도 고기라면 세 마리 정도는 해치우지 않을까?
토우마 : 알았어 알았어. 어쨌거나 우리 몫은 남겨달라고. 근데 그쪽은 어때? 뭐 잡은 거 있어?
가드폴 : 걱정 마라. 야채랑 과일을 모아왔다.
토우마 : 맨날 과일만 따지 말고 가끔은 사냥이라도 하시지. 무기도 좋은 거 있으면서.
가드폴 : 난 기사다. 소중한 무기를 사냥에 쓸 수는 없지. 기사의 무기란 건 자기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있는 거야. 잘 기억해 둬라, 토우마.
토우마 : 흥, 그런 말 해도 설득력 없네요. 내가 사냥해 온 고기는 꼬박꼬박 먹으면서.
가드폴 : 하하하! 그건 그렇군. 난 채식주의자가 아니니까. 그렇다고 공짜로 먹겠다는 건 아니다. 짐 나르는 건 내가 맡지.
그럼 먼저 돌아가 있으마. 너도 오늘은 이쯤 하고 끝내라.

보르네 : 야아~ 수고가 많으시네요. 근데 어떻게 됐수? 물건은 찾았습니까?
토우마 : 찾았으면 이런 얼굴로 돌아오겠어? 하아… 큰일났네. 끽해야 열흘 정도면 찾을 줄 알았는데.
보르네 : (그렇게 간단히 찾으면 우린 장사 끝이라고. 계속 헤매고 다녀야지.)
좋은 물건 들어왔는데 안 사려우? 싸게 드릴 테니까.

메이벨 : 자아, 요리를 시작해 볼까… 어라? 냄새 없애는 허브가 남아있던가? 없으면 또 절벽 위까지 캐러 가야 되는데.
(허브를 가져다 주면)
어머, 그 허브 절벽에서 캐온 거야? 마침 떨어진 참이었는데 고마워. 이제 저녁 준비할 수 있겠네.

(저녁식사)
가드폴 : …그렇군. 토우마도 소득이 없는 건가.
토우마 : 아무것도 없어. 정말로 이 근처에 성검이 있기는 한 거야?
가드폴 : 전에 읽어본 고문서에는 이 국경지대 근처에 성검이 잠들어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보르네한테 듣기로는 옛날부터 그런 소문이 여기 일 마을 자리 부근에 돌고 있다더군. 전설의 성검이니 간단히 발견될 리가 없지.
토우마 : 그치만, 벌써 몇 달째 찾고 있는데 코빼기도 안 보이잖아.
가드폴 : 조바심을 내도 소용없다. 내일부턴 좀 더 멀리까지 찾아보자.
토우마 : 하아… 빨리 성검을 찾아서 왕이 되고 싶어!
가드폴 : 그러고 보니 토우마는 '성검을 손에 넣은 자는 왕이 되어 이 세계를 다스릴 자격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믿고 있지?
토우마 : 응. 가드폴은 왕이 되고 싶지 않아?
가드폴 : 내 소망은 오직 하나, 기사의 길을 가는 것. 성검에게 인정받아 그 주인이 되는 건 기사로서 최고의 영광이지. 난 그러기 위해 성검을 찾고 있다. 왕이 되려고 생각한 적은 없어.
메이벨 : 재미난 얘기네. 성검을 손에 넣으면 왕이 될 수 있다고?
가드폴 : 음. 노스왈드 제국에는 옛날부터 그런 이야기가 전해내려오지.
메이벨 : 흐음~ 우리 엘프족 이야기에선 '성검을 차지하면 강대한 힘을 얻게 된다'고 하는데.
토우마 : 그 이상 괴력이 돼서 어쩌려고?
메이벨 : 그런 의미가 아니라… 뭐 됐어. 고기가 다 익었나 보네. 오래 기다렸지?
토우마 : 기다렸다마다! 그럼 먹어 볼까~! …어라? 한 사람 모자라잖아?
메이벨 : 그러고 보니, 어딜 간 거야? 저녁무렵엔 돌아와 있던 거 같은데.
토우마 : 할 수 없구만. 내가 찾아올게.

토우마 : 야, 시릴!
시릴 : 왜?
토우마 : 밥 먹자. 고기 다 익었어.
시릴 : 응, 지금 갈게.
토우마 : 식사준비도 안 돕고 뭐 해?
시릴 :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토우마 : 너 말야, 그러고 다니면 친구 다 떨어진다.
시릴 : …친구같은 거 없어.
토우마 : 그런 섭섭한 말 하지 마라.
시릴 : 사실인데 뭐.
지라 : 그럼 난 뭐야? 나는 시릴을 친구로 생각하는데.
시릴 : 지라는 조금 달라.
지라 : 애완동물?
시릴 : 아니, 운명공동체.
지라 : 그래? 듣고 보니 그렇네.

토우마 : 운명공동체…? 뭔 소린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빨랑 와. 메이벨이 고기 다 먹어버린다!
시릴 : 응, 알았어.
지라 : 저기 시릴, 토우마네 되게 세잖아. 이대로 있으면 위험하지 않을까?
시릴 : 그렇네. 지금까지처럼 잘 되면 좋겠는데….

토우마 : 오늘은 반드시 찾아낼 거야! 성검 샤이닝 포스!
시릴 : …….
토우마 : 시릴, 어제 가드폴이랑 얘기했는데, 오늘부터는 되도록 멀리까지 찾으러 다닐 거야.
시릴 : 어째서? 아직 이 근처도 다 조사 안 했잖아. 더 꼼꼼히 찾아보는 게 좋지 않아?
토우마 : 그럼 너 혼자 찾아보든가. 난 이제 물렸다고. 더 멀리까지 가 볼 거야.
시릴 : 토우마 소풍이라도 가는 거 같네. 하지만 성검은 애들 장난감이 아니야. 알고 있어?
토우마 : 그 정도는 알아! 애들 장난감으로 어떻게 왕이 되냐.
시릴 :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비꼬아서 말한 건데.
가드폴 : 내키지 않는다면 억지로 끌고 갈 생각은 없다. 각자 판단으로 행동하면 돼. 어차피 우리 넷은 성검을 찾던 도중에 우연히 만난 사이일 뿐이니까.
메이벨 : 그건 그렇지만, 우리들 이젠 꽤 친해지지 않았어? 다들 소중한 동료잖아.
가드폴 : 그야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토우마 : 수다는 그 정도로 하지. 난 먼저 간다.
가드폴 : 음, 그럼 출발할까.
토우마 : 다녀올게. 너도 마음 바뀌면 따라와.
시릴 : 알았어….

토우마 : 겨우 따라잡았네! 이런 데서 뭐 해?
가드폴 : 여기서부터 길이 나뉘었다. 이렇게 되면 제각기 흩어져 찾는 편이 효율적일 거 같아서.
메이벨 : 난 이쪽 길로 갈래. 두 사람도 조심해요.
가드폴 : 각자 조사를 마치면 여기서 다시 만나기로 하지.
토우마 : 남은 건 저쪽 길인가… 좋아, 간다!
시릴 : 토우마!
토우마 : 뭐야, 시릴이잖아. 생각보다 마음이 빨리 변했군. 마을터 근처를 조사한다더니만.
시릴 : 으응… 다른 사람들이 어디까지 찾으러 가는지 조금 신경쓰여서. 그치만 이렇게 빨리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어.
토우마 : 각자 길을 나눠서 조사하고 있는데, 나랑 같이 찾아볼래?
시릴 : 난 혼자서 갈래. 이쪽은 내가 찾아볼 테니까 넌 다른 데를 조사해 줄래?

지라 : 시릴, 이제부터 어떡할 거야? 여기까지 왔는데….
시릴 : 이제 그만 돌아갈까 하던 참이야. 이만하면 충분히 찾아봤잖아?
지라 : 아아, 늘 하는 그거 하려고? 시릴은 참 능숙하다니까. 다들 간단히 속아넘어가는 거 봐.
시릴 :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내 마음도 편치는 않은 거, 지라도 알지?
지라 : 미안해 시릴. 나무랄 생각은 없었어.
토우마 : 야~ 시릴~! 어? 이런 데 동굴이 있었잖아. 용케도 찾아냈네. 헤헷, 여긴 조사해 볼 만하겠어.
시릴 : 기대를 저버려서 미안한데, 내가 이미 조사해 봤지만 별다른 건 없었어….
토우마 : 뭐야, 꽝인가? 모처럼 재밌어려지나 했더니.
시릴 : 나도 실망했어.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다른 곳을 찾아보자.
가드폴 : 아니, 다시한번 조사해 보는 게 좋겠다.
시릴 : 에?! 어째서?
가드폴 : 혼자서 조사했다면 빠진 부분이 있을지도 몰라. 만일을 위해 모두 함께 다시 찾아보자.

토우마 : 어떻게 할래? 너도 같이 갈 거야?
시릴 : 난 여기서 기다릴래. 모두들 너무 무리하지 말고 빨리 돌아와요.

메이벨 : 어라? 저 동그란 건 뭐지?
가드폴 : 그러고 보니 메이벨은 이 지방 출신이 아니었군. 저건 몬스터를 만들어내는 '몬스터 제네레이터'란 거지.
메이벨 : 무서워!
가드폴 : 걱정할 거 없어. 제네레이터 자신은 공격을 하지 않으니까. 단, 결계로 보호를 받고 있는 경우는 먼저 주변의 몬스터를 쓰러뜨려야 본체를 파괴할 수 있지.
토우마 : 그런 거라고! 주위에 있는 몬스터를 해치우면 어떻게든 될 거야.

토우마 : …이건 뭐야? 엄청 큰 벽화잖아!
가드폴 : 성검 샤이닝 포스의 전설을 그린 벽화같군. 저쪽에 보이는 게 제물신과 천공선이고, 이쪽이 성검을 손에 쥔 용사겠군.
메이벨 : 그 얘기라면 나도 알아. '아득한 옛날, 세계가 제물신에게 멸망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성검을 지닌 용사가 그에게 도전했다. 기나긴 싸움 끝에 제물신을 쓰러뜨렸지만, 용사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고, 싸움이 끝난 자리에는 성검만이 남아있었다….'
토우마 : 신기하네. 내가 아는 얘기랑 똑같잖아? 엘프한테도 그런 전설이 있구나.
가드폴 : 엘프는 물론 마족에게도 같은 전설이 있다더군. 이런 이야기는 시릴이 잘 알지. 전에 들은 적이 있어.
토우마 : 그러고 보니 그녀석, 역사학자인지 뭐라고 했던가? 근데 이런 벽화가 있다는 건, 혹시 여기에 성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가드폴 : 하하하, 흥분하지 마라 토우마. 이런 벽화는 흔해빠진 거다.
토우마 : 뭐야, 그런 거야…? 어쨌든 계속 찾아보자고.

(성검의 방)
메이벨 : 이, 이게…?
가드폴 : 음, 틀림없어!
토우마 : 성검… 샤이닝 포스!
가드폴 : 그럼 성검을 뽑을 순서를 정해야겠군.
토우마 : 동전던지기 어때? 앞뒤를 계속해서 맞힌 사람이 1번.
가드폴 : 난 좋다.
메이벨 : 나도 그걸로 할게.
토우마 : 좋아, 원망하기 없기다!
가드폴 : …그럼 메이벨이 1번, 다음이 나, 마지막이 토우마로군.
토우마 : 쳇….
가드폴 : 다시한번 확인하지. 이 중에서 누가 성검을 뽑게 되든, 다른 사람은 성검의 주인이 바라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힘을 빌려주기로 한 약속이었다.
토우마 : 알고 있어! 그렇게 해서 소원을 이룬 성검의 주인은 이번엔 약속을 지켜준 동료들을 위해 힘을 빌려주는 거지?
가드폴 : 그렇지.
메이벨 : 그런 내용이었어. 그럼 나부터 간다.
나는 성검의 힘으로 우리 엘프족을 구원하고 싶어. 전란에 휘말려 멸망해 가는 엘프들을… 그러기 위해 제발 힘을 빌려줘! 성검이여, 부탁해!!
…틀렸어. 뽑히질 않아.
가드폴 : 그럼 이번엔 내 차례군.
나는, 기사의 신념을 지키며 이 세상에 정의를 알리기 위한 힘을 원한다. 성검이여, 내 소망에 답해다오. 우오오오오옷!!
크으… 빠지지 않아. 내겐 자격이 없다는 건가….
토우마 :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내 차례로군. 성검 녀석, 내 손에 뽑히고 싶어서 얌전히 기다렸다 이거지? 자아 그럼…!
시릴 : 그만둬 토우마! 성검에 손대지 마! 제발!
토우마 : 뭐, 뭐야 시릴?! 놀래키지 말라고!
시릴 : 성검을 뽑으면 세계의 운명이 뒤바뀌고 말 거야! 어설픈 마음가짐으로 손을 댔다간 큰일이 벌어진다고!
토우마 : 잠깐 진정해 봐! 갑자기 나타나선 영문 모를 소리나 떠들어대고… 아항~ 알겠다. 너, 내가 성검을 뽑을까봐 걱정되는 거지? 먼저 뽑게 해 달라는 거야?
시릴 : 그런 말 안 했어! 너같은 사람이 성검을 뽑으면 안된다고 한 거야!

토우마 : 왕이 되고 싶어… 이 세계의 왕이.
이런 뭣같은 세상, 이젠 지긋지긋해… 그러니까 힘을 빌려줘! 샤이닝 포스!!
에? 어라…? 해냈다아~!

토우마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게다가, 샤이닝 포스가…!
시릴 : 설마… 진짜로 토우마가 성검의 주인이 되다니….
??? :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 바로 지금, 이 성은 10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토우마 : 누구냐!
??? : 저는 문 너머에 있습니다. 마스터, 성은 당신을 환영합니다. 성검의 힘을 이어받은 당신은 이 성의 주인이십니다….


    [목록]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