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 두 사람의 인연

제너스 : 에너지로가 회복되면서 다양한 기능들이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토우마 : 이젠 안심이군.
제너스 : 아직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적의 블래스터 공격은 그걸로 끝난 게 아니니까요. 지난번 공격은 지오포트 남동쪽에서 발사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다시 고밀도의 에너지 반응이 있다는 것. 아무래도 재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다음 공격을 위한 에너지가 모이기 전에 손을 쓰지 않으면 위험해집니다.
토우마 : 알았어. 또 그런 일을 당하면 못 견디지.
제너스 : 그 외에 마스터 토우마에게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실버메탈로 에너지로를 재기동한 덕분에 새로운 기능이 복구되었습니다. '포격모드'와 '회복모드'의 두 가지입니다.
토우마 : 그게 뭔데?
제너스 : 포격모드로 변형하면 캐논포의 사정거리가 늘어나서 보다 멀리까지 공격이 가능합니다. 회복모드가 되면 지오포트의 자기복구속도가 빨라집니다. 설명보다 직접 보시는 게 빠르겠지요. 콘트롤 패널을 조작하면 모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포격모드로 해 보십시오.
적의 블래스터포를 파괴하려면 아마도 캐논포의 공격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통상시의 캐논포로는 사정거리가 닿지 않아요. 포격모드로 변형하여 다른 메인시스템에 공급될 에너지까지 사용하면 대출력의 블래스터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이 형태라면 멀리 떨어져 있는 적의 블래스터포까지 공격할 수 있지요.
토우마 : 알았어. 맡겨 두라고!
제너스 : 그리고 마스터 시릴에 관해서입니다만….
토우마 : 그러고 보니 어딜 갔지? 뭐 늘상 있는 일이지만.
제너스 : 앞으로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두 자루 성검의 힘이 필요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스터끼리 서로 협력해야겠지요. 그에 관해서 마스터 시릴과 잘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릴의 방)
토우마 : 뭐야, 여기 있었어? 찾아다녔잖아. 혹시 네 성검이 여기에 잠들어 있던 거야?
시릴 : 그래. 내가 여기서 성검을 뽑고 그 주인이 된 건 벌써 몇 년 전 일이야.
토우마 : 역시 널 모르겠다니까. 성검의 주인이면서 왜 우리랑 같이 성검을 찾아다닌 건데?
시릴 : 다른 성검이 있는 곳을 아무한테도 알려지지 않게 하려고.
토우마 : 설마 두 자루 다 자기가 가지려고? 욕심쟁이구나 너.
시릴 : 아냐. 그쪽 성검도 조사해 봤지만 뽑히지 않았어.
난 그저 두려웠을 뿐이야… 지금까지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두 사루 성검이 뽑혔다는 건 제물신이 부활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거니까….
토우마 : 그럼… 제물신은 이미 부활한 거야?
시릴 : 그건 아직일 거야. 제물신이 이렇게 빨리 부활한다는 자체가 이상하지. 과거의 기록을 보면 다음 부활은 적어도 100년 정도 뒤의 일이야. 그러니까 제물신이 부활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야.
토우마 : 난 잘 모르겠는데, 제물신이란 건 대체 어떤 녀석이야?
시릴 : 고문서에는 '영원히 제물을 탐하는 칠흑의 어둠'이라거나 '가장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신'이라고 적혀 있어.
토우마 : 우웅… 어째 마음에 안 드는데. 그래도 걱정하지 마. 내가 옆에 있잖아! 약속할게. 제물신이 부활하면 너랑 함께 싸워서 반드시 녀석을 해치울 거야!
시릴 : 고마워 토우마. 또다른 성검을 뽑은 게 너라서 정말 다행이야. 토우마를 보고 있으면 막 용기가 솟는다니까. 이제부턴 나도 널 도와줄게. 성검의 주인으로서.
토우마 : 뭐야, 그런 말을 들으면 어쩐지 어색해서….
시릴 : 그거 미안하게 됐네요. 모처럼 칭찬해 줬더니만. 다신 칭찬 안 할 거야!
토우마 : 화, 화내지 마! 그냥 조금 놀려 본 건데.
시릴 : 몰라!

제너스 : 그렇게 된 것입니다, 마스터 시릴. 어떻게든 적의 블래스터포를 파괴해 주십시오. 포대의 위치는 레이더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릴 : 네네 알겠습니다아. 정말이지 제너스는 마스터를 막 부려먹는다니까.
제너스 :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하지요.

(포대 파괴 후)
제너스 : 블래스터포의 파괴를 확인. 적의 재공격은 막아낸 것 같습니다. 이젠 지오포트로 귀환하셔도 문제없습니다.

를루니젤 : …죄송합니다. 2차 공격을 가하기 전에 녀석들에게 포대를 파괴당하고 말았습니다.
림시안 : 그래서, 토우마는 붙잡았나?
를루니젤 : 그, 그것이….
림시안 : 설마 실패했다고?
를루니젤 : 요, 용서를…!
림시안 : ……후훗, 토우마 녀석. 생각보다 제법이야. 날 즐겁게 해 주는군.
하지만 이대로 계속 놀고 있을 수는 없지. 이 상태라면 언제 부활해도 이상할 게 없어. 어떻게 해서든 성검의 주인의 협력이 필요해진다. 이제 어찌할까….

제너스 : 지금까지 수많은 마스터들을 모셔왔지만 마스터 시릴과 마스터 토우마는 매우 흥미깊은 존재입니다.
토우마 : 흐음… 어디가?
제너스 : 대부분의 경우, 성검을 뽑은 마스터는 영웅이라고 불리우는 사람이 많았지요. 그 때문에 서로 반목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지금처럼 지오포트 안에서 함께 지내는 일은 없었습니다.
두 분을 보고 있으면 저도 어쩐지 즐거운 기분이 듭니다. 앞으로도 이런 관계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는데… 과연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시릴의 방)
시릴 : 어머, 이런 시간에 웬일이야…? 알았다, 잠이 안 오는구나? 잘 됐다. 나도 잠이 안 오던 참인데… 잠깐 얘기 좀 할래?
그럼 밖에서 얘기할까? 이쪽이야.
굉장해… 꼭 쏟아지는 거 같아…!
토우마 : 이렇게 별을 보고 있으면 어렸을 때가 생각나. 별을 보면서 잠들곤 했는데.
시릴 : 토우마 어린 시절…? 후훗, 틀림없이 악동이었겠지? 지금도 그렇잖아.
토우마 : 악동… 이었을 거야. 맨날 아버지한테 얻어맞았으니까….
시릴 : 토우마가 어렸을 때 얘기 해 줘!
토우마 : 내가 산악민족 출신이란 얘긴 했지? 늘 이런 국경지역을 떠돌아다녔어.
시릴 : 아빠랑 같이? 엄마는?
토우마 : 그게 나, 주워온 아이였대. 산에 버려져 있던 걸 아버지가 거둬다 키워줬지. 아버진 우리 부족 족장이었어. 수염이 덥수룩해서 덩치는 곰처럼 커다랗고.
시릴 : 그랬구나… 지금은 어떻게 지내셔? 잘 계셔?
토우마 : 돌아가셨어….
시릴 : 에? 어째서…?
토우마 : 우리가 머물던 곳 근처에서 싸움이 나는 바람에 거기에 휘말려서….
시릴 : 노스왈드 제국이랑 피어랜드…?
토우마 : 응… 난 운좋게 살아남았지만 부족 사람들은 거의 다 죽어버렸어… 벌써 5년 전 얘기지만.
시릴 : …….
토우마 : 시릴 넌?
시릴 : 에…?
토우마 : 이번엔 너 어렸을 때 얘기 해 줘.
시릴 : 응… 그러니까… 난 책에 둘러싸여 자랐어. 철이 들었을 무렵엔….
난 할아버지가 키워 주셨어. 우리 할아버지, 제국 수도 그랜탈에서도 유명한 역사학자셨어. 할아버지랑 놀고 싶어서 연구실에 자주 들락거렸는데, 책만 읽으시고 하나도 놀아 주질 않잖아. 할 수 없이 나도 책을 읽다가….
토우마 : 그거 언제 얘기냐?
시릴 : 그게… 기억나는 건 세 살 무렵…? 그러다가 할아버지 연구를 돕게 된 거고. 책이 늘 친구였어.
토우마 : …나였으면 못 견디고 죽어버렸겠다.
시릴 : 후훗… 토우마는 그랬을 거야.
토우마 : 근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거야?
시릴 :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너는 세상을 너무 모르니까 전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현재의 모습을 보아 두거라'하고 유언을 하셨어. '역사는 사람들의 내일을 이끄는 나침반'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하셨거든. '현재를 모르는 역사학자는 미래를 찾을 수 없다'고.
토우마 : 잘은 모르겠지만 훌륭한 할아버지셨구나….
시릴 : 응, 맞아… 고마워 토우마.
언젠가 또 이렇게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토우마 : 나도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