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 과거로부터 부르는 소리 카티나 : 오라버니, 어찌된 일인가요? 안색이 편치 않으신데…. 라그나담 :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 생각을 한 것 뿐이야. 카티나 : 성검 샤이닝 포스인가요? 라그나담 : 그래, 내 계획도 이제 대단원에 접어들었거든. 성검의 주인도 그 역할을 해 줄 때가 왔어. 그렇다곤 해도, 예전에 내가 찾아갔을 때 성검이 뽑혔더라면 이런 성가신 일은 없었을 터인데…. 도저히 알 수가 없군. 어째서 두 자루 성검은 내가 아닌 그 두 사람을 선택했단 말이냐…? 카티나 : 전 오라버니가 선택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무서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라그나담 : 훗, 그런 운명 따위, 난 아무렇지도 않단다. 카티나 : 오라버니는 특별하신 걸요. 담대하시니까… 하지만 평범한 인간에게는 역시 무서운 법이랍니다. 라그나담 : 흠,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아마 그 소녀도…. 제너스 : …이상하군. 대체 이 신호는 어디에서 오는 거지…? 시릴 : 왜 그래? 지라 : 또 뭔가 문제 발생이겠지. 쟨 귀찮은 일 생기면 저런 얼굴 하거든. 제너스 : 부정하진 않겠지만, 그 말투는 받아들이기가 어렵군. 지라 : 사실이잖아. 시릴 : 잠깐만… 싸움은 하지 마. 토우마 : 그래서, 무슨 문제인데? 제너스 : ……사실은, 얼마 전부터 어떤 신호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미약해서 지금까지는 내용을 알 수 없었지요. 그러다가 요즘 들어 지오포트의 기능이 충실해지면서 신호의 내용을 증폭해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구조요청인 것 같군요. 발신위치와 구원을 바란다는 정보를 반복해서 보내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오포트와 같은 시대에 만들어진 시스템이 살아있어서 이런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릴 : 그 신호가 오면 무슨 문제가 있어? 의미가 없는 거라면 무시해도 되지 않아? 제너스 : 아니,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이 시스템은…. 퍼크린 : 으앙! 무서워어~! 토우마 :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제너스 : 이 신호에 따른 문제는…. 토우마 : 저쪽에 큰일났어! 어쩌다가 저렇게… 무서워!! (기관부) 토우마 : 우왓?! 이게 뭐야! 퍼크린 : …무섭지 않아? 아미타릴리 : 나, 나 땜에 그런 거 아냐! 이상한 단추를 누르긴 했지만, 내 탓이 아니라고! 가드폴 : 내가 왔을 땐 이미 이렇게 돼 있었다…. 토우마 : 야 제너스! 기관부에서 난리가 났어! 제너스 : 역시 문제가 생겼나… 이 모든 것은 좀 전에 이야기한 구조요청 때문입니다. 이 신호는 방위로봇들을 지휘하는 최상위 로봇에서 발신되고 있어요. 방위로봇들이 구조에 나서려다 저렇게 폭주상태에 빠진 모양입니다. 즉시 구조요청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토우마 : 알았어! 그 신호란 게 어디서 나오고 있지? 제너스 : 지오포트 북동쪽에 있는 고대유적에서 발신되고 있습니다. 전에 마스터가 갔던 광산에서 더욱 동쪽입니다. 자세한 것은 레이더 시스템에 입력했으니 루트 정보를 확인하십시오. 실은, 최상위 로봇은 지오포트의 기록상에는 존재하고 있지만 지금까진 행방불명이었습니다. 이 로봇 역시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성검의 주인을 섬기며 함께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요. 만약 재기동시킬 수만 있다면 귀중한 전력이 될 겁니다. 토우마 : 좋아, 꼭 구해올게! (고대유적, 전투 후) 아담 : 에러 발생, 에러 발생. 에러 발생원인을 제거해 주십시오. 자동으로 재기동합니다. 구조요청 송신중… 이 음성안내는 자동재생중입니다. 제13기동요새에 송신… 에러. 제18기동요새에 송신… 에러. 제27기동요새에 송신… 에러. 제34기동요새에 송신… 에러. …혹시 그것은 성검 샤이닝 포스입니까? 설마 당신이 성검의 정통한 소유자입니까? 시릴 : 난 정통한 성검의 주인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담 :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 마스터 그랜트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군요. 시릴 : 그랜트…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그 사람이 네 마스터? 아담 : 예, 그렇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마스터 그랜트를 본 날로부터 3019년 6개월과 11.6일이 경과했습니다. 시릴 : 앗, 생각났다! 그랜트라면 제물신과 처음으로 싸웠던 성검의 용사 맞지? 너 용사를 섬기고 있었니? 아담 : 그렇습니다. 제물신의 탄생을 저지하지 못한 마스터 그랜트는 성검의 소유자의 책임을 다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저희와 함께 제물신의 본거지인 천공선으로 돌입했습니다. 마스터 그랜트는 제게 천공선의 파괴를 명했습니다. 원래 천공선은 성검을 모시는 신전이었지만, 제물신이 들러붙는 바람에 지상에 파괴와 살육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시릴 : 이 유적이… 제물신의 천공선? 전설에 나오는 멸망의 배…? 아담 : 이곳은 천공선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제가 싸우는 도중에 이 구역만 분리되어 지상에 추락한 것입니다. 홀로 남겨진 저는 여기서 제물신의 권속들과 싸움을 계속했습니다. 1만 2982마리째를 쓰러뜨리고 나서 힘이 다하고 말았습니다만…. 시릴 : 재미있는 얘기구나. 다른 이야기도 이것저것 들려줘. 난 시릴, 잘 부탁해. 아담 :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마스터 시릴. 소개가 늦었습니다만, 제 이름은 '아담'이라고 합니다. 시릴 : 일단 지오포트로 돌아가자. 다른 성검의 주인하고도 만나게 해 줄게. 아담 : 또 한 명의 마스터? 무슨 말씀인지 이해불능입니다…. 시릴 : ?! (귀환 후) 아담 : …그렇게 된 것입니까? 저는 몰랐습니다. 마스터 그랜트가 제물신과 싸울 때 성검이 둘로 부러졌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당신도 저의 마스터이시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마스터 토우마. 이제부터 저는 두 분의 마스터를 섬기겠습니다. 제 부하 로봇들에게는 격납고로 돌아가도록 지시해 두었습니다. 저 때문에 폐를 끼치고 말았군요. 시릴 : 흐음… 어째 아담이 제일 정상인 거 같아. 제너스는 사람 부리는 게 거칠고, 지라는 친구 느낌이고…. 토우마 : 게다가 덩치도 크고 세 보이잖아. 아담, 기대할게! 아담 : 알겠습니다. 저의 기능을 100% 활용하여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도 이만 격납고로 돌아가겠습니다. 토우마 : 시릴, 이제 뭐 할 거야? 시릴 : 글쎄… 피곤하니까 그만 잘래. 토우마 : 그럼 오늘은 나도 일찍 잘까…? (시릴의 방) 시릴 : ?! 누구야! 라그나담 : 미안하지만 멋대로 들어왔다. 시릴 : 당신은… 라그나담 3세! 어떻게 내 방에…? 라그나담 : 이 성은 하늘로부터 침입하는 것에는 대비가 취약하더군. 시릴 : 하늘…? 알겠다. 비행선을 사용해서 발코니에 내렸군요. 라그나담 : 짐이 온 것은, 너와 단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릴 : 나랑…? 대체 무슨 얘기를? 라그나담 : 물론 성검에 관해서지. 토우마라는 소년은 성검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더군. 게다가 그런 유치한 성격으로는 제대로 된 대화는 바랄 수 없음이야. 그런 점에서, 너와는 의미있는 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지? 시릴. 시릴 : ……. 라그나담 : 너는 성검의 주인에게 놓여진 운명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군.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아닌가? 시릴 : ……. 라그나담 : 네가 짐의 계획에 협력하겠다면 그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는데. 짐의 말의 흥미가 있다는 건, 역시 알고 있다는 거로군. 지금까지 제물신과의 싸움에 나섰던 성검의 주인들의 말로를. 시릴 : 그래요, 알고 있어요. 제물신과의 싸움이 끝난 후에 살아돌아온 인간은 한 사람도 없다. 그것이 역사 속에 숨겨진 진실…. 라그나담 : 그 역사가 뜻하는 바는 오직 하나. 부러진 두 자루 성검에는 이제 어둠을 물리칠 신의 힘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지금까지 제물신을 봉인할 수 있었는가? 그리고 어째서 성검의 주인들은 한 사람도 살아돌아오지 못했는가? 시릴 : 그, 그건…. 라그나담 : 아마 넌 그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토록 두려워하는 거겠지. 시릴 : …당신이 말하는 대로…! 우리들 성검의 주인이란 건 결국 제물일 뿐이야! 날뛰는 신을 진정시키기 위한! 완전히 제물의 낙인이야. 이 왼손에 있는 성검은…! 라그나담 :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보다 강한 제물을 찾아내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훌륭한 시스템이다. 두 명의 마스터를 골라서…. 시릴 : 그만해! 어디가 훌륭하다는 거야! 잔혹한 저주일 뿐인데! 라그나담 :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과는 마찬가지. 시릴 : 꼭 그렇다곤 할 수 없어요. 시간은 아직 있어. 이런 짧은 시간에 제물신이 부활한 건 역사상 유례가 없으니까. 부활하기 전에 뭔가 방법을 찾아서…. 라그나담 : 아니, 시간은 없다. 짐이 무엇 때문에 마족과의 전쟁을 일으켰다고 생각하나? 시릴 : 설마…?! 당신은 제물신의 부활을 앞당기려고? 어째서 그런 짓을! 라그나담 : 노스왈드 제국 건국 이래의 소망을 이 손으로 성취하기 위해서다. 시릴 : 제국의… 소망? 라그나담 : 제물신을 완전히 멸하고, 다시는 어둠에 더럽혀지지 않을 청정한 세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성검의 용사 그랜트를 시조로 모신 우리 노스왈드 제국의 소망이다! 시릴 : 하지만… 대체 어쩔 셈인가요? 역대 성검의 주인들도 하지 못한 일인데…. 라그나담 : 후후후… 그 대답이 알고 싶다면 짐의 계획에 협력하면 된다. 시릴 : 그렇지만… 나는…. 라그나담 :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 여기서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 이 보석을 주지. 이것은 왕가의 증표이다. 시릴 : 어째서 이런 걸 나한테…? 라그나담 : 고귀한 보석은 아름다운 여성이 몸에 지니고 있을 때 더욱 빛나는 법. 너는 그 보석을 지니기에 걸맞은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으니까. 시릴 : 엣? 그럴… 리가…. 라그나담 : 그 보석을 보여주면 성에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해 놓겠다. 짐에게 협력하기로 결심했다면 찾아오도록. 시릴 : ……. 라그나담 : 그러나 생각할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좋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마. 지라 : 시릴, 어떡할 거야? 그 계획이란 거에 협력할 거야? 시릴 : 모르겠어… 만약에 그 사람 말이 맞고, 제물신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해도, 저주가 풀리는 건 아니잖아. 우리들 성검의 주인한테 내려진 저주는…. 지라 : 그럼 토우마한테 전부 다 말하고 상의해 보면? 시릴 : 피할 수 없는 잔혹한 미래가 기다릴 뿐인데도…? 그런 걸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 지라 : 그건 그렇지만…. (방 입구 계단) 시릴 : ?! 토우마? 토우마 : ……역시 너라는 애는 모르겠어. 시릴 : 갑자기 어떻게 된 거야? 나야말로 느닷없이 그런 말을 들어도 영문을 모르겠잖아. 토우마 : 아까 내 방 발코니에 있었어. 밤바람 쐬는 게 기분좋아서. 그런데 잘 보니까 하늘에 비행선이 떠 있잖아. 걱정이 돼서 어떻게 됐나 보러 왔는데…. 시릴 : 설마…! 토우마 : 몰랐어. 너 그 라그나담인지가 꽤 마음에 들었나 보지? 그런 보석을 받고는 좋아가지고…. 시릴 : 아, 아냐.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건 그저…. 토우마 : 그거 말고도! 그자식이랑은 얘기도 통하잖아! 나랑 얘기할 때는 얼버무리기만 하면서! 시릴 : 잠깐만 진정해 봐! 난 얼버무리려던 게…. 토우마 : 그러면 '성검의 주인한테 내려진 저주'란 게 뭐야? 시릴 : 그, 그건…! 토우마 : 그거 봐! 제대로 말도 안 해 주면서! 시릴 : 토우마… 난…. 토우마 : 나, 너한테 약속했어. 둘이서 함께 제물신과 싸우겠다고. 그때 넌 기쁜 얼굴이었는데… 그것도 거짓말이었어? 성검이 있어도 이길 수 없고, 우린 그저 제물이고. 시릴 : 그런 말… 너무해…! 그때 토우마가 약속해 줘서 정말 기뻤어. 거짓말 아니야. 날 믿어줘, 토우마…. 토우마 : 바보! 어떻게 믿으란 거야! 넌 언제나 그랬어. 자기는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우리한테는 계속 거짓말만 하고… 이젠 질렸다고! 시릴 : 토우마! 기다려…! 토우마…. 지라 : 시릴! 그냥 놔둬도 괜찮아? 제대로 이야기도 안 하고! 시릴 : 이제 됐어. 진실을 얘기하느니 차라리 이대로 미움받는 게 나아. 그러는 게 덜 괴로울 거야…. 지라 : 그치만… 시릴…. 시릴 : ……. |